독박육아는 그만, 함께 키우는 '해와달' 공동육아 사회적 협동조합
독박 육아가 뭐예요? ‘해와 달 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
5살 아이의 아빠 권봉근 씨는 매일 아침 아이의 손을 붙잡고 해와 달 어린이집에 옵니다. 일찍 출근하는 아내를 대신해 아이를 등원시키고 오후에 출근하지요.
권 씨를 포함해 해와 달 어린이집의 아빠들은 아이들을 돌볼 뿐 아니라 어린이집 시설물 관리도 도맡아 합니다. 보일러가 고장 나면 달려오고 마루를 깔고 아이들이 이용할 책상이나 밥상도 만들어주지요.
3층 방 증축공사도 조합원 아빠들이 맡았습니다. 이들은 이름 대신 서로 별칭을 부릅니다. 알쏭, 애벌레, 꿀단지, 노란 지붕, 즐거워 등등. 별칭을 부르다 보니 교사와 부모들 사이에 격이 없어지고, 나이나 성별의 벽도 쉽게 무너집니다.
출퇴근길 걱정 뚝
‘해와 달공동육아사회적협동조합’은 2005년 서울 상도동 국사봉 자락에 해와달 어린이집을 개원했습니다. 이 어린이집은 공동육아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4살부터 7살까지 자녀를 둔 37가구가 현재 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 자동 탈퇴한 부모들까지 치면 지금까지 이 어린이집을 거쳐간 조합원 수는 약 120명에 이릅니다.
오전 7시 반 부모들은 출근길에 아이들을 맡깁니다. 조기 등원한 아이들은 어린이집에서 아침을 해결합니다. 퇴근이 조금 늦어도 발을 동동 구를 염려가 없습니다. 오후 7시 반까지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책임지니까요.
놀 수 있는 자유와 재미를 만끽하는 아이들
영어, 피아노, 미술 같은 조기교육이 열풍이지만 이곳은 딴 세상입니다. 자연과 더불어 노는 것이 전부입니다. 날이 춥거나 덥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바깥놀이를 즐깁니다.
뒷문만 열면 바로 산이 펼쳐지는 환상적인 공간에 자리 잡은 덕분에 눈이 오는 날이면 산책로는 썰매장이 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포대기를 깔고 미끄럼을 타고 눈밭을 뒹굴며 눈을 집어먹기도 합니다. 그러나 보육교사와 일일교사로 나선 엄마는 곁에서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지켜볼 뿐입니다.
아이가 행복해야 엄마가 행복합니다.
찬이 엄마는 보육교사 시절 실습을 다니면서 공동육아를 체험하곤 자신도 엄마가 된다면 꼭 공동육아 방식으로 아이를 키우기로 맘먹었습니다.
부모들이 공동육아를 통해서 얻는 즐거움은 각양각색입니다.
교사는 자기 주도성 발휘… 경영은 조합원 몫
흔히 ‘공동육아’하면 부모들이 품앗이하듯 아이들을 돌보고 가르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교육은 보육교사가 그리고 어린이집 운영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은 부모 조합원들이 책임지는 것이 원칙입니다.
연간 운영비는 약 3억 원. 부모들은 한 달 평균 35만 원 (누리과정 지원금 제외) 정도의 보육비를 냅니다. 교사들의 급여와 급식비 그리고 1년 동안 조합 차원에서 치러지는 각종 행사비는 조합비로 충당합니다.
해와 달 어린이집의 원아수는 40여 명. 보육은 원장 1명에 방교사 5명, 영양사 1명, 보조교사 2명 등 총 9명이 책임집니다. 한 보육교사가 맡아야 하는 원아 수는 일반 어린이집보다 현저히 낮고, 교사들 복지도 괜찮은 편입니다.
부모들은 비단 재정만 책임지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청소를 해주고 교사들이 쉬는 날이면 일일교사로 나섭니다. 김장은 물론 평소 먹는 김치를 담가주기도 하고요. 시설물 관리는 아빠들이 나섭니다. 남 원장은 “다양한 직업을 가진 부모들의 재능기부 덕”이라고 합니다.
결코 쉽지 않은 공동육아, 대화로 풀어간다
부모들이나 보육교사들이나 만족도가 높은 편이지만 공동육아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전국에 공동육아협동조합은 60곳에 이르지만 증가 추세는 둔합니다. 이들 가운데 39곳은 영리를 추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전환했습니다.
남 원장은 “출자금을 내고 모여서 생각을 합하는 과정이 쉽지 않아 생겨나는 만큼 없어지고 또 생겨나는 과정의 연속이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곳은 CCVT가 없냐고 묻자 한 아빠가 “모두가 같이 돌보는데 우리 눈이 바로 CCTV”라며 받아넘깁니다. 그러면서 진짜 속내를 드러냈습니다.
아동학대와 빗나간 어린이집의 행태로 많은 부모들이 가슴 아픈 게 슬픈 현실입니다. 하지만 한 발짝 서로 물러서서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시간이 걸려도 다소의 어려움이 있더라도 과연 CCTV 설치가 최선인지 아닌지를 말이죠.
- 해와달 공동육아 사회적협동조합
원문: 이로운넷
글: 백선기 이로운넷 책임에디터 / 사진: 이우기(사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