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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유 공간이 마을을 되살립니다: 소셜벤처 '블랭크'

조회수 2018. 1. 22. 18:3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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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문제 해결사로 나선 청년 공동체

클릭 한 번으로 세계 구석구석이 연결되고 수많은 군중에 둘러싸여 살지만 관계를 맺지 않으면 모두 허상일 뿐입니다. 살기 좋은 마을을 만들기 위해 물리적·심리적 공간을 메우고 이웃들 간에 관계 맺기를 지향하는 청년들이 있습니다. 소셜벤처 ‘블랭크’ 이야기입니다.



관계를 맺기 위한 공간 기획 ‘청춘플랫폼’


국사봉 산자락에 위치한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 마을. 2013년 블랭크는 이곳에 터를 잡고 공유 공간 ‘청춘플랫폼’을 열었습니다. 청춘플랫폼은 주민이 다양한 나눔을 통해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공유 사무실 청춘플랫폼
이곳은 현재 블랭크를 포함해 17명이 함께 사용한다.

첫 시도는 함께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나눔부엌’ 프로젝트였어요. 나눔부엌은 시간이 흐르면서 차츰 청년 창업자를 위한 준비와 도전의 공간으로 확장됐습니다. 

출처: 블랭크
나눔부엌

요즘 화요일과 금요일에는 창업을 꿈꾸는 주민들이 자신의 아이템을 갖고 시범 운영을 해보는 요일가게가 열립니다. 조각과일 전문점 ‘푸릇푸릇’과 지중해 요리팀 ‘따뜻한 식탁’이 요일가게를 통해 꿈을 키워가고 있지요. 

출처: 블랭크
창업 전 소비자들의 반응을 시험해 볼 수 있는 요일가게

처음부터 문전성시를 이룬 건 아닙니다. 마음의 벽을 허문다는 것이 그리 쉬운 건 아니니까요. 동네 사람들이 자주 드나들 수 있도록 통기타 클래스, 와인 클럽, 텃밭 교실 등 다양한 소규모 행사를 진행했고 2년 전 한 영화 모임에서는 거사가 이뤄졌습니다. 



30년 전통의 동네 책방 살리기


3년 전 한 신혼부부가 청춘플랫폼에서 연 ‘골목영화제’에 참가했습니다. 영화가 끝난 후 청년들끼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30년 된 동네 책방이 폐점 위기에 처했다는 안타까운 이야기가 화제에 올랐습니다.


마침 동네에서 사업을 구상 중이던 박일우 씨 부부는 그 이야기를 듣고 고심 끝에 책방을 인수했죠. ‘대륙서점’은 그렇게 동네의 장수 가게로 명맥을 유지하게 됐습니다.

동네 지식커뮤니티센터로 자리 잡은 대륙서점

박 씨는 인테리어 설계를 블랭크에게 의뢰했습니다. 청년들은 박 씨 부부가 넉넉한 환경에서 시작한 일이 아님을 감지하곤 재미있는 제안을 했습니다. 

설계비를 돈으로 받지 않고 한 달에 원하는 책 5권을 3년에 걸쳐 보내주기로 했어요. 벌써 2년이 지났네요.

이 서점은 참고서나 수험서를 취급하지 않고 단행본만 판매합니다. 작가와의 만남 등 소규모 문화행사를 열면서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박일우 대륙서점 대표

공유 사무실 ‘청춘캠프’, 협업으로 일거리 창출


청춘플랫폼은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블랭크는 이어 2016년부터 인근에 99㎡(30평) 크기의 공유 사무실인 ‘청춘캠프’를 시작했습니다. 청춘플랫폼을 통해 알게 된 동네 청년들이 함께 들어와 일하는 공유 사무실입니다.

수필가·뜨개질·일러스트레이터·디자이너·사진작가·그래픽디자이너 등 10명이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각자의 일을 하면서 동네에서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발굴하고 때론 각자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서로서로 도움을 주고받습니다.
김요한 블랭크 공동대표

청춘캠프는 공부방과 작업실, 서재를 공유하며 아이디어를 모으고 프로젝트 중심으로 헤쳐모여를 해가며 마을의 일을 함께해냈습니다. 

서로의 재능을 모아 동네 잡지를 3권 만들었습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주제로 상도동 지역을 아카이빙하고 있지요. 이를 토대로 상도동의 매력을 담은 상도동 굿즈를 선보였습니다.
《상도동 그 청년》 《상도동 그 가게》 《상도동 그 소설》이란 제목으로 3권의 동네 잡지를 발간했다.

3권의 동네 잡지를 토대 삼아 상도동을 소재로 한 상도동 굿즈 ‘상도잡화’의 디자인은 오래된 간판의 글씨, 성대시장 좌판의 식재료, 할머니의 낡은 오색 파라솔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손거울, 배지, 박스테이프, 장바구니로 구성된 제품은 청춘캠프를 함께 사용하는 디자이너와 일러스트레이터가 함께 기획해 완성한 것입니다. 

출처: 블랭크
상도잡화란 이름으로 만들어진 생활용품들.

생산에서 소비까지, 동네를 하나의 경제권으로


20대-30대 청년 7명으로 구성된 블랭크는 동네 안에서만 일해도 지속 가능한 수익을 거두는 모델을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주민 개개인이 생산자이자 소비자가 되어 작은 동네 안에서 하나의 경제권을 만들어 보자는 것이지요.


블랭크의 주요 수입원은 커뮤니티 공간 설계입니다. 동네에서 소비가 일어나 마을이 활력을 찾도록 낡은 공간을 고치고 관계를 쉽게 맺을 수 있도록 공간을 바꿔주는 설계를 합니다.

블랭크는 20대~30대 청년 7명이 함께 일한다.
걸어 다닐 수 있는 생활 반경 안에서 생산과 소비, 문화생활 등이 이뤄질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미션입니다. 상도동은 젊은 층이 많이 살지만 강남 같은 시내에서 일하고, 홍대처럼 핫한 지역에서 소비하고, 동네는 잠만 자는 곳으로 여겨집니다. 그러니 소비도 안 되고 생산도 일어나지 않고 공동체 의식도 점점 사라지지요.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점점 멀리 점점 크게


블랭크의 잇따른 성공사례는 동네를 벗어나 다른 지역으로까지 활동 반경을 넓히는 계기가 됐습니다. 김지은 블랭크 공동 대표는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동네를 넘어 다른 지역 더 나아가 지방 소도시에도 공동체 중심으로 마을살이가 이뤄질 수 있도록 일하는 것이 목표”라고 합니다.

서울시 일자리 카페 설계. 출처: 블랭크

블랭크는 독산동과 대방동 마을 활력소 사업에 참여해 마을의 거점 공간으로 만들었고 무중력지대 G밸리, 서울시 일자리카페, 인천청년공간 유유기지 등의 공간을 기획했습니다. 올해는 다른 소셜벤처들과 함께 군산의 전통시장인 영화시장 리노베이션 사업도 진행 중입니다. 


지난해에는 문래초등학교와 은평구 은빛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안 쓰는 공간을 찾아내 필요한 공간을 생각해보고 이를 만들어 보는 수업을 진행했습니다.

출처: 블랭크
문래초등학교 수업 현장.

블랭크의 세 번째 공간: 공유 주택 ‘청춘파크’


블랭크는 청춘플랫폼과 청춘캠프에 이어 3번째 공유 공간으로 ‘청춘파크’라는 공유 주택을 선보였습니다. 3명이 숙식을 해결할 수 있고 2팀이 입주해 사무실로 쓸 수 있는 공간입니다.


김요한 대표는 비용을 최소화해 적은 수입으로도 대안적인 삶을 살며 풍족하게 살아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합니다.

삶의 공간과 일하는 공간이 분리되면 공동체 형성이 어렵고 삶의 비용도 상승합니다. 청년들이 먼 곳을 가지 않아도 먹고, 일하고, 잠자는 내 삶을 해결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중요합니다.
출처: 블랭크
공유 주택 ‘청춘파크’ 내부.

성대골에서 3대째 사는 김수연 블랭크 공간 매니저는 이 일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제가 나고 자란 이곳을 사랑합니다. 추억도 많고요. 요즘 이사를 자주 다니고 자취하는 청년이 늘어나면서 이런 기회를 갖기 어려운 것 같아요. 예전엔 잘 몰랐는데 요즘은 소중하고 자랑스럽게 느껴집니다. 지역이 살아날 수 있도록 새 바람을 불어 넣고 싶어요.

청춘플랫폼의 로고는 ‘청춘’의 ㅊㅊ과 ‘플랫폼’의 이미지를 결합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손잡고 땅 위에 서 있는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로고의 의미처럼 작은 동네 가게들이 쓰러지지 않도록 서로가 서로에게 의지해 번창해 갔으면 좋겠습니다. 블랭크가 빈 곳을 하나둘 채워가듯 말이죠.

출처: 청춘플랫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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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춘캠프


원문: 이로운넷 / 필자: 백선기 / 사진: 이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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