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마케터가 3명뿐인 회사를 만든 이유
재미있는 뉴스를 하나 들고 왔습니다. 혁신(?)적인 락 밴드 팀이 마케팅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과 함께 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단순히 팬들을 만족시키는 뮤비를 제작하는 데서 끝나지 않고, 오직 마케팅 에이전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만 가진 노하우를 통해 오랫동안 지속되는 브랜드 효과까지 얻을 아이디어로 뮤직비디오를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브룩클린에 기반 둔 밴드 ‘리얼 이스테이트(Real Estate)’는 최근 음악인과 브랜드 모두의 관심을 사로잡은 싱글을 출시했습니다. 노래 자체도 좋지만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 준 것은 사람들이 이 비디오를 통해 상호 소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여러분은 ‘스테인드글라스(Stained Glass)’라는 노래가 나올 때 이 비디오를 실제로 색칠해가며 들을 수 있습니다(크롬 브라우저에 최적화).
몇몇 사람에게 이러한 경험은 흥미로움으로 다가갈 것이고 몇몇 사람에게는 스릴, 심지어 몇 명에게는 테라피 효과를 줄 것입니다. 이 뮤직비디오는 얼마 전까지 미국의 유명 광고 대행사 위든앤캐네디(Wieden+Kennedy, WK)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약했던 한 사람의 커리어상 예상치 못한 변화를 보여주는 상징적 콘텐츠이기도 합니다.
이 에이전시는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남성화장품 올드 스파이스(Old Spice)의 거의 모든 유명 광고와 브랜드 콘텐츠를 기획했습니다. 그 거대한 마케팅 에이전시에서 일했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레이그 앨런(Craig Allen)은 그만의 독자적인 에이전시를 설립했습니다. 바로 ‘캘런(CALLEN)’이라는 마케팅 에이전시입니다. 이 회사는 마치 특공대의 정예 멤버와도 같이 단 3명으로만 구성되었습니다.
3명의 멤버는 그들이 홍보와 마케팅의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들은 한 가지 사실은 100퍼센트 확신합니다.
이는 단순히 빈말이 아닙니다. 앨런은 수년간의 필드 경험을 통해 이러한 말을 하는 것입니다. 그의 커리어는 과거의 유산으로 여겨지고 도태되었던 브랜드 올드 스파이스를 부활시키면서 매우 발전했습니다.
그가 이 브랜드를 맡으면서 가장 처음 인지한 것은 여성들의 약 50% 이상이 바디워시 제품 구매에 관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앨런은 최초로 ‘올드 스파이스 가이(Old Spice Guy)’라는 제품을 출시하여 남성 바디워시 시장으로만 여겨진 곳에 여성을 끌어들였습니다. 올드 스파이스사 최초의 영상은 첫날만 590만 조회 수를 기록했으며 2010년 말 매출이 125%가량 오르며 바디워시 시장의 선두 주자로 나서게 해주었습니다.
2010년에 만들어진 이 비디오는 확실히 올드 스파이스에게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주었지만 앨런의 위대한 성과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WK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그는 광고 역할의 한계까지 실험하는 것을 멈추지 않고 그야말로 선구자 역할을 자임하며 나아갔습니다. 올드 스파이스의 많은 성공 사례 중 비교적 최근인 2017년에 나온 몇몇 혁신적인 콘텐츠를 소개합니다.
1. 파이브 세컨드 힐러러티 Five Second Hilarity
가끔은 돌리지 않고 의미 그대로를 담은 직접적인 말이 더욱 획기적인 아이디어처럼 보입니다. 이 비디오는 핵심을 지적하기 위하여 큰 예산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을 알려주는 좋은 예시입니다.
2. 롱 이즈 올소 굿 Long is also Good
올드 스파이스는 매우 신비로운 방식으로 영화 오디션을 진행했으며 이 영화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아 대중의 호기심을 증폭시켰습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이전까지는 볼 수 없었던 사람들을 캐스팅했습니다. 이 캐스팅을 통해 제작된 영화는 바로 투명 영화였습니다.
3. 라이브 스퀴드 Live Squid
이 비디오에서 시청자들은 댓글을 통해 거대한 스퀴드 로봇에게 식사 예절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이 라이브 방송을 왜 했냐고요? 그저 제품을 홍보하기 위해서요.
캘런과 디지털 마케팅의 미래
위 3개의 획기적이면서 서로 다른 비디오들이 2017년 바로 올해 올드 스파이스라는 하나의 기업을 통해 릴리즈되었다는 사실은 정말 놀랍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창의력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문화는 바로 앨런이라는 한 명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통해 형성된 것입니다.
커리어가 절정에 이르렀을 때 그는 WK보다 (엄청나게) 작은 회사 캘런을 맡았지만 그의 이전 직장인 WK의 대표로부터 인정받아 투자까지 연결했습니다.
많은 사람은 앨런이 모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이 원하는 꿈의 직장을 버리고 작은 회사를 운영하는 과정을 보면서 그를 멍청하다고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상식적으로 가장 큰 마케팅 회사 중 하나가 가장 뛰어난 디지털 마케터에게 아무 이유 없이 투자하진 않으리라는 점만 생각해도 그의 결정은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앨런의 의지로 이루어진 일이지만 한편으로는 WK의 마스터플랜 안에 속해있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WK의 Co-CCO이자 앨런의 상사였던 인 콜린 도르시(Colleen Dorsey)의 아래의 코멘트만 봐도 짐작할 수 있습니다.
WK는 캘런이라는 스타트업과 투자 계약을 할 때 캘런보다 규모가 큰 다른 회사가 합병(Acquisitions)할 수 없다는 조항을 넣었습니다. 회사의 규모가 커지면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대응할 창의성을 높이는 데 결국 제약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이러한 점이 디지털 마케팅의 미래에 시사해 주는 점은 무엇일까요? 저희가 이 글에서 결론을 내리지는 않겠습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도르시가 말했던 것처럼, 그리고 영향력 있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선택했던 것처럼 앞으로 디지털 마케팅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울려면 캘런처럼 유연하게 움직이는 작은 규모의 회사 또는 팀으로 분산시키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왜 매우 영향력 있는 마케팅 대행사에서 가장 인정받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단 3명의 멤버로 구성된 작은 회사를 만든 것일까요? 심심해서? 예지력이 있어서? 아니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원문: Vertical Platform / 필자: 이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