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의 나라와 진보의 조국이 따로 있나

조회수 2017. 12. 4. 17:0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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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것이다.

난 내 평생을 보수라고 생각하고 살아온 사람이다. 특히 북한에 대한 태도로 좌우를 나누는 기준이 확연한 한국사회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다만 난 북한을 국가급 행위자로 보고, 그들과 국경을 나누는 입장에서 남북관계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차이가 나는 정도일 뿐이다. 그래서 솔직히 심정적으로는 우완투수에 뿌리를 둔 인사들에 대해 생내적 친화력이 더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럼에도 요즘 돌아가는 언필칭 보수라는 사람들의 꼬락서니나 해법을 보면 날 선 이야기가 안 나올래야 안 나올 수가 없다. 그래서 사상이 좀 이상한 놈이라는 말을 들어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좌우를 막론하고 사회에서 대표급 인사가 되기를 바라거나 혹은 여론 주도층이 되고 싶어 하는 인간의 제일 큰 덕목은 염치와 자기반성이다. 맞다, 내가 보기에도 지금 정부의 정책에는 아마추어적인 것이 상당 부분 있다. 외교안보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정부 지도급 인사들이 균형과 자주를 외치면서 어느 한쪽만 가면 작아지고 그걸 국가를 위한 일이라고 자뻑하는 일도 벌어진다.


그런데 돌아보아야 할 것이 보수 정부는 프로였냐고 하면 그게 전혀 아니올시다였다는 이야기다. 애초 균형외교를 이야기하거나 러브콜을 이야기한 것도 언필칭 보수였고, 그 지겨운 ‘적폐’ 타령한 것도. 공허한 4차 산업혁명 이야기도 그렇고.

출처: 한국일보
자리 선정이 균형적이었다는 뜻인가

어쩌면 한국사회가 당면한 과제 자체가 서서히 프로가 되어가야 하는 행로인지도 모른다. 그러려면 그 프로가 되어가는 과정이 공동의 공공재처럼 여겨져야 한다. 리버럴한 정부 밑에서 경험이 쌓이면 그걸 종잣돈으로 서서히 불려나가면 되고, 혹시라도 그 다음을 이어받는다면 보수적인 정부라도 그걸 계승하면 된다. 이게 없고 매번 판을 갈아엎으니 이 지경이 된 거다. 그러면서 뭐 그렇게 할 말들이 많은가.


또 하나 알아야 할 일이 있다. 부패한 ‘프로’(사실 이건 프로가 아니다, 사기꾼이지)보다는 차라리 심성이나 순수한 아마추어가 나을 때가 많다는 거다. 지들이 걸어온 행로를 반추하고 그를 통해 교훈을 얻지 못하는 인간들에게는 미래가 없다. 자기들의 정책이 주권자의 공감을 상실하니까 사람들이 촛불 들고 거리로 나온 거고, 소통이 부족하니까 인터넷 공간에 그 불만이 터져 나온 거다.


이걸 체질을 개선할 생각은 아예 젖혀두고 ‘아 저건 좌파 애들이 장난쳐서 그래’ ‘아 우리가 우매한 인간들을 계도해야 해’ 등 되먹지 못한 발상으로 접근하니까 댓글 조작이 나오고 나랏돈 빼돌려 지 보스에게 가져다 바치는 그 행태가 나오는 거다.

출처: JTBC

그래, 열 번을 양보해서 상대편도 그랬다고 치자. 그럼 우리부터라도 이제는 그 짓 하지 말자는 그 발상은 못 하나? 정치적 최고 라이벌의 뒤를 캐지 않는다는 불문율을 어긴 건 우완투수부터다. 그런데 그 주둥아리에서 ‘보복’을 논할 염치가 있나?


아니, 간도 크지. 그 룰을 바꿨으면 그다음에는 지들도 걸리지 않도록 조심이나 해야 할 텐데 까마귀 고기를 집단으로 먹었는지 그보다 몇 수를 더 뜬 게 지난 세월이었다. 잘못한 것이 있으면 제발 1년이라도 제대로 자기 방에서 소중한 것 잡고 반성 좀 해봐라. 그것도 없이 괜히 폼 재려고 나오는 대로 지껄여봐야 미래는 더 시궁창이다. 


돌아오자마자 한 신문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대북 ‘해상봉쇄’와 관련하여 또 국방부처 장관의 이야기가 틀리고 청와대의 이야기가 틀린 것 같은데 문제 있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었다. 문제없다고 했다. 하나는 요청이 왔을 때를 전제로 한 이야기고 다른 하나는 아직 협의 요청이 없었다는 팩트를 이야기한 거니까. 아니, 그리고 그 해석이 틀릴 수 있는 것이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당연한 일이라는 이야기도.

출처: 연합뉴스
4일 오후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자기 의제를 강변하고 싶어 안달이 난 인물들 때문에 가끔 외교·안보 정책도 위태위태할 때가 있다는 것을. 그런데 그걸 자꾸 들추어봐야 이 중요한 시기에 팀워크만 해친다. 난 이 정부가 잘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이제 갈지자 행보는 지겹게 하지 않았는가. 


보수의 대한민국이 따로 있고 진보의 조국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것이다. 그리고 워밍업도 없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정부를 출범시킨 단초는 우완투수들이 제공했다. 그러기에 밀어주고 지지해야 한다. 배알이 틀리고 상실감이 폐부를 찔러도. 대통령과 정부가 자기 의제에 몰빵한 속물들에게 중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오히려 격려도 해야 한다.


그 어려운 절치부심 속의 협력이 있어야 그대들도 산다, 이 허울만 그럴듯한 짱구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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