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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선 효과: 선택과 집중

조회수 2017. 12. 1. 10:5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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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를 줄이려면 모든 방향에 압력을 줘야 합니다.

※ 지난 글 「엘리베이터와 기업경영」에 이어 영문으로 작성한 글을 번역해 올립니다.


풍선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한쪽에서 쥐어짜면 다른 한쪽이 부풀거나 터집니다. 공기가 가득찬 풍선의 부피를 올바르게 줄이는 방법은 ‘모든 방향’에서 쥐어짜는 것입니다.



몇 가지 경영 사례


2000년대 초 삼성은 적극적으로 6시그마를 전체 회사로 확산하고자 했습니다. 삼성은 6시그마를 통해 GE가 보유한 수준의 전문가를 원했고, 삼성 내에서 최소 블랙 벨트(BB) 이상 인증된 6시그마 전문가를 양성하기를 원했습니다. 이에 삼성은 6시그마 인증서를 얻기 위해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교육 과정을 제공했습니다(Yun, 2002).


6시그마 인증 프로그램에는 마스터 블랙 벨트(MBB), 블랙 벨트 및 그린 벨트(GB)가 포함되었습니다.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화이트 벨트(WB) 같은 온라인 프로그램도 제공되었습니다. 회사는 단시간에 필사적으로 많은 수의 6시그마 전문가를 얻길 원했고 직원들이 6시그마를 처음 접하더라도 마스터 블랙 벨트 및 블랙 벨트 인증 프로그램을 단순화해 인증서를 쉽게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에 따라 2004년 이후 6시그마 전문가의 수는 급격히 증가했고 매년 1,000개 이상의 인증된 블랙 벨트가 양성되었습니다. 이런 인증을 받은 전문가 수는 2004년 3,000명을 넘어섰습니다(Kiger, 2016).

출처: 국제공인 6시그마자격인증원

하지만 6시그마는 2010년을 기점으로 임원들의 관심에서 사라졌으며 전문가 양성 활동은 중단되었습니다. 이후에도 일부 외부인은 여전히 6시그마를 삼성 전체에서 활발히 활용한다고 믿지만(Kiger, 2016)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단언컨대 삼성의 6시그마는 실패했습니다. 실패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삼성이 전문가들의 수준(품질)보다는 전문가의 수(양) 확대에 더 집중했다는 점입니다. 삼성은 6시그마 전문가가 단기간에 양성 가능하다고 믿었으며 단순히 인증서만 얻으면 전문가가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가지 예를 더 들어 봅시다. 특정 회사명을 지명하지는 않겠지만 어떤 회사가 히트 제품을 조속히 런칭한다 합시다. 대부분의 회사는 급박한 상황에서 개발 일정을 무리하게 줄여 버립니다. 하지만, 이런 경우 제품의 품질을 손해 볼 수밖에 없죠. 경영학 전공 학생들이 배우는 생산 운용(Operations Management) 교과서를 보면,

중요한 요소는 DCQ(Time, Cost Quality)인데, 이 중 한 가지를 향상시키기 위해서 다른 요소(Quality)를 포기해서는 안 된다.

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을 하는 대부분의 기업은 시간(Time-To-Market)이 품질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개발 진행 중인 제품의 기능을 변경하고, QA(Quality Assurance)기간을 단축해 버리고, 거기다 개발 기간은 말도 안 되게 계획하는 등의 일은 휴대폰 사업을 선도하는 일류 기업에서도 당연하게 일어납니다.

삼성 갤럭시 노트 7.

몇 가지 생각해볼 이야기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류의 상황은 회사를 운용하는데 흔히 생기는 의사 결정입니다. 특히 품질(Quality)과 수량(Quantity) 사이, 또는 품질과 배달 시간 사이의 선택은 비즈니스 하는 사람이라면 거의 매번 직면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선택지 앞에서 ‘선택과 집중’을 강요받습니다.


언급한 첫 번째 사례의 경우 CEO는 양자택일로 선택할 것이고 그중 대부분이 질보다는 양을 선택할 것입니다(그러면서 질은 나중에 올리면 된다고 하겠지요). 정량화된 자료는 쉽게 시각화하고 비교해 성능을 평가할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양자택일 방식의 의사 결정은 풍선의 부피를 줄이기 위해 한쪽만 쥐어짜는 것과 마찬가지 부작용을 낳습니다. 대부분은 다른 쪽이 부풀거나 심하면 터지지요.


어떤 면에서 첫 번째 사례는 조직 변화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많은 CEO가 회사 문화를 바꾸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고 직원을 교육하기도 하지요. 하지만 회사 문화를 바꾸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대부분의 CEO는 사실을 무시하지요.


그들은 가능한 한 빨리 조직 문화를 바꾸고 싶어하지만 그럴 수는 없습니다. 조직문화의 변화는 누군가의 의지로 가능한 게 아니고 회사의 새로운 프로세스나 구조가 구현된 후 생겨나는 현상이거든요(Lorsch and McTague, 2016).

즉 한두 개의 새로운 프로세스나 구조를 단순히 시행한다고 해서 조직문화를 바꿀 수는 없습니다. 삼성은 6시그마를 통해 자사의 문화를 GE처럼 바꾸고 싶었지만(Yun, 2002) 너무나 빠른 변화를 원했습니다. 이런 급속한 양성은 올바른 방법은 아닙니다. 풍선의 부피를 터지지 않고 줄이기 위해서는 모든 방향에서 압박을, 그것도 천천히 해나가야 하는 것처럼 조직 문화를 제대로 바꾸기 위해서는 여러 측면을 고려해서 긴 시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바꿔 나가야 합니다.


두 번째 사례의 경우 또한 풍선의 부피 줄이기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 제조업체는 배터리 시간 개선, 안테나 개선 같은 기본 품질 개선의 꾸준한 개발보다는 되도록 빨리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이유는 출시 속도에 대한 소비자의 응답이 기본 품질 향상에서 오는 소비자의 응답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다른 하나를 희생하면서 선택하는 것 역시 풍선을 한쪽으로 쥐어 짜는 것과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한곳을 심하게 쥐어짜면 다른 곳이 부풀어 오르거나 터집니다.



마치며


그럼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첫 번째 사례인 6시그마 교육 사례의 경우 삼성은 인증서를 쉽게 받도록 6시그마 인증 프로그램을 수정하지 않는 것이 좋았습니다. 인증서를 얻으려면 직접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삼성은 전문가 수를 양적으로 늘리기 전에 어떻게 하면 인증받은 전문가들이 수준을 유지할 것인가를 같이 고민해야 했습니다. 풍선 부피를 줄이기 위해 모든 방향에서 쥐어짜야 하는 것처럼 말이지요.


두 번째 사례인 제품 출시 사례의 경우 의사 결정권자는 말도 안 되는 일정으로 개발자들을 압박하기보다는 개발자들에게 제품 개발에 필요한 충분한 시간을 제공해야 합니다. 물론 스마트폰의 품질 문제는 처음에는 발생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또한 회사는 몇 차례 제품을 성공시킬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간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마침내 일어나기도 합니다(Martoniks, 2016, Hollister, 2016). 부피를 줄이기 위해 한쪽만 쥐어짠 풍선처럼 말이지요.


원문: Amang Kim의 브런치


참고 

  • Hollister, S. (2016), “Here’s why Samsung Note 7 phones are catching fire“, CNET
  • Kiger, D. (2016), “Samsung: Some Of The Best Six Sigma Implementation In The World“, David Kiger’s Blog
  • Lorsch, J. W. and McTague, E. (2016), “Culture Is Not the Culprit: When Organizations Are in Crisis, It’s Usually Because the Business Is Broken“, Harvard Business Review, November 94:4, pp. 96-105.
  • Martoniks, A. (2016), “Samsung Galaxy Note 7 fires, recall and cancellation: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ndroid Central
  • Yun, J.-Y. (2002), “Samsung Uses Six Sigma To Change Its Image“, Six Sigma Forum Magazine, November, pp.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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