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급별 음료수 선물하는 법을 알려준다

조회수 2017. 11. 10. 18: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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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책상에 놓여있는 음료수의 의미, 당신은 과연 따져본 적 있는가?

매일 아침, JTBC 손석희 사장은 몇몇 직원의 책상 위에 야쿠르트를 놓는 것으로 유명하다. 바로 전날 야근을 한 직원들로, 그는 격려의 메시지 대신에 야쿠르트 한 병을 쿨하게 두고 가는 것이다.


그렇다. 매일 아침 사무실 책상에 놓여있는 음료수에는 많은 메시지가 담겨있다. 만년 프로직장인 유망주인 마시즘은 생각했다. 음료수를 잘 선물하는 것만으로도 회사에서 승승장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준비했다. 직급별로 음료수 선물 방법을.

일단 첫 타겟은 사무실 내에 가장 온순한 동물인 신입사원이다. 그는 야근형 인간으로 입사 때의 패기는 몇 번의 야근으로 날아가 버렸다. 아침부터 개구리처럼 뻗어있는 녀석에게 약국에서 사 온 ‘박카스D’를 스윽 꺼내어 준다. 개구리 왕눈이처럼 감동한 녀석.


하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나는 오늘 녀석을 위해 박카스를 1박스나 준비했거든. 2시간에 한 번씩 신입사원 앞에 나타나 박카스D를 스윽 꺼내 준다. 해는 진작 저물었지만, 나는 야근이라는 말 대신에 박카스D를 스윽 꺼내어 준다. 참고로 박카스 1박스는 10병이다.

이 모든 일은 팀장님의 덕(탓)이다. 그는 전형적인 회의형 인간으로 점심을 무엇을 먹을지에 대해서도 회의를 하고야 마는 논리적 동물이다. 아이디어가 넘치고, 결단력이 있다는 것이 그의 큰 장점. 하지만 그 아이디어가 구성원들의 의견과는 항상 다르다는 게 문제점이다. 이럴 거면 왜 1시간씩 회의하는데?


그래서 준비했다. 마취제… 아니 ‘슬로우카우’를. 회의와 논쟁을 즐겨하는 사람도 그냥 예쓰맨으로 만들어 버릴 정도로 신경을 안정시켜 준다. 편한 사무실 의자에 앉아서 슬로우카우를 마시는 그를 상상해본다. 이게 바로 평화, 요순시대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이토록 퍽퍽한 회사를 다니는 이유는 단 하나다. 회사 유일의 예쁨형 인간 민영씨 때문이다. 이 무지막지한 콘크리트라는 철창에 갇힌 가여운 아기새. 당신과 함께 스타벅스에 날아가고 싶다는 수줍은 마음을 담아 오늘 아침에도 ‘스타벅스 에스프레소&크림 커피’를 책상 위에 두고 왔다.


스타벅스 크림커피는 호불호가 거의 없는 캔커피다. 하지만 우리의 그녀가 선천적으로 카페인을 싫어한다면 문제다. 혹은 나 때문에 카페인을 싫어하게 되었다고 말하면 더더욱 큰 문제겠지?

과장님은 고뇌형 인간이다. 매일 아침 인상을 찌푸리는 것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 쪼랩들은 그게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나 고민인 줄 아는데, 사실 어제 회식의 후유증이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회식. 속도 불편해 죽겠는데, 어제 잘못 긁은 개인카드 때문에 위에서 즙이 역류하는 것 같다.


그는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나운 짐승이다. 이때 말 대신 음료수는 강력한 효과를 발휘한다. 그의 건강을 걱정하는 눈빛으로 ‘헛개차’를 선물해보자. 과장님은 어제 회식이 준 직원의 단합력에 감동을 할지도. 그렇게 숙취가 해소되고 나면 오늘의 회식을 기획하느라 하루 종일 우리를 신경 쓰지 않을 것이다.

쫓겨나가든, 내 발로 걸어 나가든 언젠가는 회사를 나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프로직장인이라면 의연하게 만남보다 헤어짐을 잘 관리해야 하는 법이다. 이를 비즈니스 용어로 평판 관리라고 말한다.


“여러분 매일 커피만 드시지 말고, 건강도 챙기세요^^”란 쪽지와 함께 ‘지코’를 사무실에 돌리자. 이토록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비싼 가격, 소문난 효능에 사람들은 ‘나가서 쌤통’이라는 생각을 접을 것이다. 하지만 마시고 나서는 더욱 당신을 기억할 것이다. 웃으며 사무실에 지옥의 맛을 뿌린 그놈을.


원문: 마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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