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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발톱'은 꼭꼭 숨겨둬라

조회수 2017. 11. 5. 15:1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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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직 초반에는 절대 나의 진면목을 드러내지 마라

Question


대기업에서 최근 중견기업 팀장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새로 이직한 회사는 군대식 문화가 좀 강한 것 같습니다. 반대로 저는 열린 소통과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하는데요. 이러한 제 리더십 스타일을 새로운 회사에 적용해 보려고 하는데 괜찮을까요?



Answer


기업마다 고유의 기업문화가 있습니다. 규모가 작은 기업 중에는 매우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는 회사도 있고요. 그중에서도 최근 급성장한 중견기업 중에는 자기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를 '정답'으로 생각하고 이를 강하게 고수하려는 회사들도 있죠. 왜냐하면 그동안 '자기만의 방식'에 의해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성장해왔으니까요. 그런 기업일수록 기업문화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질문하신 분께서도 아마 탄탄한 중견기업으로 이직하셨을 겁니다. 중견기업 중에는 효율적인 군대식 문화에 기반한 기업들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회장님 한 분께서 전략의 대부분을 수립하시고 그 이하 임직원들은 회장님의 전략을 일사불란하게 수행하는 실행조직으로서 기능하는 경우가 많죠.


이런 기업에서 열린 소통과 수평적 리더십을 추구한다? 글쎄요. 수평적 리더십을 부정하는 게 아닙니다.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이런 리더십은 필요하죠. 향후 더 큰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군대식 기업문화만 계속 고집해서는 안 되겠죠. 문제는 경력 입사자가 기존 기업문화와 다른 리더십을 선보인다는 건데... 잠깐 삼천포로 빠져보겠습니다.



삼천포


질문 하나 드리죠. 국내 가요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레전드 아티스트를 한 명 꼽자면 누구를 꼽으시겠습니까?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나 팬덤이 두터운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가요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급 아티스트를 뽑는 겁니다. 선택하기 어렵나요? 아마 40대를 기점으로 해서 크게 둘로 나뉠 것 같은데요. 질문을 조금 쉽게 바꿔보겠습니다.


국내 가요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레전드 아티스트 두 명을 꼽자면? 이렇게 되면 아마 두 명으로 압축될 것 같습니다. 60대 이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다음 두 명을 선택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둘은 다름 아닌 조용필 선생님과 서태지 형님. 아, 제 나이가 확 노출되는데요. 어쨌든 나이에 관계없이 많은 분들이 조용필 씨와 서태지 씨를 꼽는 데 주저하지 않았을 것으로 사료됩니다.


그럼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진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조용필 씨와 서태지 씨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뭐, 많겠죠. 두 분 모두 오빠 부대를 거느리셨고. (지금 말고 전성기 때에) 두 분 모두 곱상한 외모에 예쁜 목소리를 가지셨고. (역시 지금 말고 전성기 때에) 두 분 모두 직접 작곡을 하셨고요. 아, 맞다. 둘 다 기타리스트 출신이죠.

기타리스트로 출발한 조용필(좌). 시나위 베이스로 데뷔한 서태지(우 가운데).
삼천포에서 한 번 더 삼천포로 빠져 볼까요?

1991년 '당신'이라는 히트곡으로 당시 엄청난 인기를 누렸던 '모자 쓴 신사' 김정수 씨의 인터뷰 글을 읽은 적이 있었는데요. 김정수 씨가 미 팔군에서 가수로 활동하던 시절, 후배 기타리스트 한 명이 찾아와서 조언을 구했답니다. 그 후배가 "선배님, 제가 가수를 해보고 싶은데요. 어떤지 한번 봐주세요"라고 해서 김정수씨가 "그래, 한번 불러봐" 하셨대요. 김정수 씨가 그 후배 기타리스트의 노래를 듣고 나서 하신 말씀. "글쎄, 자네는 목소리가 하이톤이고 가늘어서 가수로 대성하기는 힘들 것 같아. 그냥 기타를 더 열심히 하는 게 어때?" 그 말을 듣고 후배는 낙담해서 돌아갔다고 합니다.

그 후배 기타리스트가 바로 조용필 선생님이셨답니다.

하지만 제가 여기서 드리고 싶은 말씀은 따로 있습니다. 조용필 씨와 서태지 씨의 약력을 한번 살펴볼까요?



조용필 선생님

  • 1950년 경기도 화성 출생
  • 1969년 미 팔군 무대 데뷔 (컨트리 웨스턴)
  • 1971년 그룹 김트리오 결성 (록)
  • 1975년 '돌아와요 부산항에' (트로트)
  • 1979년 '창밖의 여자' (록 발라드)
  • 1980년 '단발머리' (디스코)
  • 1982년 '못 찾겠다 꾀꼬리' (록)
  • 1985년 '여행을 떠나요' (록)
  • 1986년 '허공' (트로트 발라드)
  • 1988년 '모나리자' (록)


서태지 형님

  • 1971년 서울 출생
  • 1989년 시나위 베이스 기타리스트 (헤비메탈)
  • 1991년 서태지와 아이들 결성
  • 1992년 '난 알아요' (댄스)
  • 1993년 '하여가' (댄스)
  • 1994년 '교실 이데아' (록)
  • 1995년 '필승' (록)
  • 2000년 '울트라맨이야' (록)

약력에 나와 있듯이 조용필 씨와 서태지 씨 둘 다 음악적 뿌리는 물론 지향했던 뮤직 장르 모두 록(Rock)입니다. 두 분 모두 록으로 음악을 본격 시작했습니다. 데뷔 후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선보였지만 두 분의 곡 중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장르 역시 록입니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두 분 모두 첫 히트곡은 록이 아닙니다. 조용필 씨는 '75년에 당시 '대세 장르'였던 트로트 곡으로 스타덤에 올랐습니다.('돌아와요 부산항에') 서태지 씨는 '91년에 서태지와 아이들을 결성, 이듬해인 '92년에 당시 발라드 다음으로 '대세 장르'였던 댄스곡으로 데뷔를 하죠. ('난 알아요')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 앨범(좌). '난 알아요' 시절의 서태지(우 가운데).

두 분 모두 자신이 원래 추구하던 장르가 아니라 '시류에 맞는' 장르로 인기를 쌓았습니다. 그러고 나서 어느 정도 팬덤이 확보됐다고 판단된 순간 자신이 본래 추구하던 장르인 록으로 방향을 선회하죠. 그리고 그때쯤에는 두 분 모두 음악적 장르와 관계없이 종전의 인기를 유지합니다. 아니, 음악적 장르는 의미가 없죠. '조용필'과 '서태지'인데. 아마 민요를 불러도 히트를 쳤을 걸요. (실제로 조용필 선생님은 '한오백년'이라는 민요도 부르셨습니다. 물론 히트 쳤고요.)

록으로 돌아온 조용필(좌)과 서태지(우)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앞의 사례에서의 레슨은 아무리 조용필과 서태지급의 '대가'라고 하더라도 처음에는 시류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실력이 아무리 출중하면 뭐합니까? 주목을 끌고 인정을 받아야 인기를 얻죠. 실력은 있으나 검증되지 않은 음악가가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습니다. 대세를 따라가야죠. 대중의 눈높이에서 대중의 감성을 자극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대세 장르를 따르는 게 안전한 선택입니다. 만약 처음부터 본인의 장르를 고집한다면? '실험 가수'라는 얘기 듣겠죠. 그게 결코 좋은 얘기는 아닙니다.



아무리 '대가'라도 처음에는 시류에 따르는 경우가 많다


경력직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실력이 있으면 뭐합니까? 아직 '새로운 무대'에서 검증되지 못했는데. 새로운 무대에서 검증받으려면 새로운 무대의 '게임의 법칙'을 따라야 합니다. 그런 방법으로 일단 인정을 받은 뒤 본인의 스타일을 추구해야지 그렇지 않고 처음부터 자기 스타일을 고집하면... 잘못하면 바로 묻힐 수 있습니다.


제안


'용의 발톱'은 꼭꼭 숨겨두십시오.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고 자신감이 넘쳐도 초반에는 본인의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는 게 좋습니다.


경영진에서 경력직 직원들로부터 초반에 기대하는 바는 어느 정도 정해져 있습니다. 만약 단일 기업문화를 보유한 중견기업이라면 '우리 회사에 얼마나 빨리 적응하는지'가 되겠죠.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양한 외부 경험에 대한 니즈가 큰 대기업일 경우에는 '우리가 갖고 있지 못한 경험과 노하우에 기반해서 우리 회사를 얼마나 많이 긍정적으로 변화시킬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어떤 경우든 입사 초기에 기업문화와 많이 배치되는 가치관을 피력하거나 기존 구성원들의 행동과 많이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은 본인에게 불리할 수 있습니다. 경력직이 입사하자마자 사내에 센세이션을 일으키는 것을 좋아하는 기업은 거의 없습니다. "일은 곧잘 하는 것 같은데 우리랑은 잘 안 맞아"라는 말은 절대 칭찬이 아닙니다. '단기적으로는 써먹을 만한데 장기적으로는 함께 가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기업문화에 순응하면서, 기존 직원들과 비슷하게 행동하면서 경영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노력하십시오. 그런 방식으로 조직에 녹아들어 가십시오. 그리고 작은 성과로 인정을 받으십시오. 그전에 자신의 '정체'를 노출하는 것은 자칫 잘못하면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제 글에는 타협적인 부분이 좀 많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그동안 스스로 옳다고 믿는 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손해를 많이 보고 힘든 일을 많이 겪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물론 본인이 옳다고 믿는 바를 추구하는 게 맞지만, 본인의 진정한 능력과 개성을 살리는 게 맞지만, 그것도 본인이 어느 정도 힘이 있고 영향력이 생긴 뒤에나 실현해야지 입사한 지 얼마 안 되어서 그렇게 행동하면 본인만 힘들어집니다. 저처럼요...


지난 20년간 여러 회사생활을 하면서 내린 결론은 어느 정도 위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어느 정도 인정을 받기 전까지는 자기의 본성을 조금 감추더라도, 어느 정도는 타협해서라도 참고 견디고 올라가자는 겁니다. 단, 초심을 잃지는 말아야죠. 옳고 그름을 분별하는 판단력은 잃지 말아야죠. 본인의 개성과 장점마저 잃지는 말아야죠. 그리고 본인이 어느 정도 힘이 생기면,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본인이 믿는 바를, 정말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현하자는 겁니다. 본인의 진면목을 보여주십시오. 그때에는 정말 제대로 보여주셔야 합니다.


물론 아무리 높은 성과로 인정을 받았다손 치더라도 본인의 진면목이 반드시 통한다는 법은 없습니다. 오히려 그동안의 성과와 평판을 한순간에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 사람 이제 보니까 우리가 알던 사람이 아니네"라는 소리를 들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용이 영원히 발톱을 숨기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언젠가 한 번은 진면목으로 승부 봐야죠!



Key Takeaways

  1. 아무리 '대가'라도 인기를 얻을 때까지는 본인이 추구하는 장르를 내세우지 않고 대세를 따르는 게 순리다.
  2. 마찬가지로 아무리 실력이 출중하고 자신감이 넘쳐도 초반에는 본인의 진면목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좋다.
  3. 어느 정도 인정을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본인의 진면목을 보여줘라. 그때에는 '용의 발톱'을 드러내도 된다. (반드시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그래도 한 번 해봄직 하다.)

원문: 찰리브라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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