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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주 완성'의 비밀

조회수 2017. 10. 25. 17:4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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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과대평가한다

‘4주만 투자하세요. 최고로 만들어 드립니다.’


당신이 만약 어학시험이나 중요한 면접, 인·적성 고사 등을 앞두고 있다면, 몇 주에 모든 과정을 완성하는 교육과정들을 인터넷에서도, 오프라인 광고를 통해서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알토란같은 강의 내용으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이 과정은 업계를 막론하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개념 중 하나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물어보자. 우리가 만약 4주 완성 책을 샀다고 가정했을 때, 당신은 이 책을 4주 안에 끝내서 다른 책을 사고 있을까? 대부분의 사람이 그렇지 않다. 기본적으로 4주 이상에서 많게는 2년까지 걸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지가 박약한 것일까? 우리의 집중력에 문제가 있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가 4주 과정을 4주에 끝내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의 의지가 낮다기보다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너무 과대평가했다는 것에 있다. 


그리고 이 n 주 과정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도록 유도하여 교육과정을 수강하고, 책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넛지 전략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n 주 완성’ 과정은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가? 지금부터 천천히 알아보기로 한다.


 

우리는 우리를 과대평가한다: 자기고양편향


사실 우리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내가 생각하는 나의 능력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그 이유는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굉장히 호의적인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 사람이 그렇다) 이러한 상황을 우리는 ‘자기고양편향’ 이라고 부른다.


자기고양편향이란, 자기 자신에 대해서 실제보다 더 호의적으로 지각하는 편향이다. 즉, 우리가 가진 역량에 대해서 타인이 평가하는 것보다 더 높은 점수를 주거나 우리의 능력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마이클 셔머가 집필한 『경제학이 풀지 못한 시장의 비밀』 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 대해 매우 높은 점수를 주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이 책에서는 몇 가지 질문들이 나오는데, 참가자들은 자기 자신에게 높은 점수를 주었고, 자기 자신이 매긴 점수를 객관적이라고 이야기했다.


스탠포드 대학교 학생들에게 친절이나 이기심 같은 개인적 성격에 대해 그들 자신과 친구들을 비교해보라는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은 자신에게 친구들보다 후한 점수를 주었다.점수를 매긴 후, 학생들은 ‘평균 이상 평향’의 위험성에 대해 듣게 되었고 처음의 비교치를 재평가해보도록 했다. 그랬더니 이들 중 무려 63%가 자신들이 매긴 점수가 객관적이라고 주장했으며, 심지어 13%는 너무 ‘겸손하게’ 평가한 것이었다고 답변했다.

미국 대입시험위원회가 82만 9,000명의 고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보면, 학생들의 60%가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능력’이 상위 10%에 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에 평균 이하라고 말한 학생은 단 한 명도 없었다.

1997년 지는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누가 천국에 갈 확률이 가장 높을 것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설문을 던졌다. 빌 클린턴은 평균 52%였고 다이내나 황태자비는 60%였다. 그 결과 오프라 윈프리는 66%, 마더 테레사는 79%였다. 그런데 자기 자신이 천국에 갈 확률은 평균 87%라는 응답이 나왔다.

자기고양편향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좋은 일은 자기 덕택으로 돌리고, 나쁜 일은 남 탓으로 돌리거나 우연, 운명 등으로 치부하는 본능적인 요인이다. 사람들은 좋은 일을 최대한 기억하려고 하고 나쁜 기억들은 최대한 잊으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편향은 우리가 우리 자신에 대해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돕는 요인이다. 결국, 우리는 우리 자신에게 굉장히 관대한 것이 아닐까?


 

“내 의지력은 다른 사람들보다 높을 거야”


그렇다면 ‘n 주 완성’ 과정이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이는 우리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우리가 ‘주어진 기간 동안 이 과제를 모두 다 해치울 수 있을 거야’라고 평가하기 때문에 선뜻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만일 당신이 4주 완성 과정의 책이나 강의를 구매한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의 상황은 현재 무엇인가를 빠르게 준비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하다. (시간이 없거나, 혹은 빠르게 무엇인가를 끝내고 싶은 마음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상황에서 4주의 과정이 들어 있는 서비스나 제품을 구매할 때, 우리는 제품을 사면서 ‘4주 뒤에는 내가 이 과정을 모두 마스터할 수 있을 거야. 왜냐하면 나는 의지가 정말 높은 사람이거든!’이라며 자기 자신의 의지력을 높게 평가하게 된다.


이렇게 우리는 우리에 대해 높게 생각하면서 문제를 최대한 빠르게 해결하기 위한 솔루션을 구입하게 된다. 결국 ‘n 주 과정’ 은 당신의 의지력을 무의식적으로 높게 생각하도록 만들어 소비를 유도하는 넛지 전략이다.


 

또한 당신이 고려하지 않았던 단 한 가지가 있다


당신이 4주 과정을 구매한다고 해서,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은 당신이 ‘4주 동안 이 과정을 마스터한다’ 라고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당신은 놓치고 있지만, 기업은 놓치지 않고 있는 한 가지의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불확실성이다.

예를 들어 보자. 당신이 3일 동안 특정한 과제물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가정할 때, 대략 이러한 과정을 계획한다고 과정해 보자.


1일 차 : 과제 분석 
2일 차 : 과제 연구 
3일 차 : 프레젠테이션 작성 및 제출

이는 실제로 당신이 n 주 과정이라는 솔루션을 구매했을 때 맨 앞에 나오는 계획표와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우리는 절대 계획대로 행동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불확실한 변수가 항상 발생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이러한 변수들이 있다.


과제 1일 차, 갑자기 다른 일이 들어와 그 일을 먼저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1일 차 과제를 내일로 연기하여 진행하기로 한다.과제 3일 차, 프레젠테이션을 다 만들었는데 상사(혹은 교수, 선생)가 콘셉트가 변경되었으므로 다시 제작을 진행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이러한 변수들을 모두 겪은 후 일처리가 끝났을 때는 우리가 약속한 3일이라는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우리는 왜 불확실한 변수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불확실하기 때문에 예측이 힘든 것이다.


물론 우리가 계획하기 전에 콘셉트 변경이나 다른 일이 들어오는 상황을 적어도 생각은 할 수 있겠지만, 가능성에 대해선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대답하지 못하며, 그러한 상황은 갑자기 발생하여 예측이 힘들어지는 것이다.


변수들은 항상 발생한다. 어디서 나올지도 모르며 그것이 얼마나 강하고 약한지 우리는 가늠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의 의지를 높게 평가하는 상황에서, 모든 청사진은 이러한 변수를 고려하지 않고 계산된다. 우리가 4주 과정을 4주에 마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결론: 자기고양편향과 불확실성 기피를 활용한 넛지 전략


‘n 주 완성’ 과정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우리는 절대 모든 과업을 예측대로 끝내지 못하는 것, 그리고 우리 자신의 능력을 높게 평가하여 이러한 변수들을 잘 해결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활용해 사람들의 소비의식을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사례들은 우리의 주위를 돌아보면 굉장히 많으며, 이러한 상황을 알고서도 우리는 소비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빨리 문제를 해결하고 싶으니까.


무엇인가를 사기 전, 특히 그것이 계획을 세워야 하는 일이라면, 당신의 수준을 평균 수준이라고 가정하고 다양한 변수들을 고려하여 계획을 세워 보자. 모든 문제해결은 ‘n 주 완성’ 의 과정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꾸준함에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원문: 고석균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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