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마케터가 대학생에게 드리는 글 4: 짜치다

조회수 2017. 10. 11. 13: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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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 ’10년 차 마케터가 대학생에게 드리는 글’은 시리즈로 0편 「들어가기」, 1편 「대학교가 중요한가요?」, 2편 「‘취업 스펙’의 비밀」, 3편 「‘인하우스’와 ‘에이전시’의 차이」에서 이어집니다.


’10년 차 마케터가 대학생에게 드리는 글’ 4번째. 이번 편은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을 지망하는 대학생이 갖고있는 ‘환상’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니까 실제로는 멋없음, 재미없음, 그런 거 없음, 짜치다 류의 이야기가 될 거 같음(…) 좋은 조언, 달콤한 얘기는 주변에 많으니 날 것만 다루겠음.



1. 마케팅은 화려하지 않다


짜치다’의 뜻을 아는가? 업에 들어오면 가장 먼저 깨우치는 말일 텐데, 뭐랄까… ‘없어 보인다’ ‘그지 같다’ ‘하기 싫다’ 정도의 의미일까.

마케팅은 화려하지 않다. 선배들의 그럴듯한 무용담이나 미디어의 모습은 그러니까 약 5%만을 보여주고 있다고 봐도 좋다. 나머지 95%의 실상은 단어 그대로 짜치는 일의 연속이다.


업종이나 회사마다 다르지만 일단 디지털 에이전시라고 치자. 신입으로 입사하면 열심히 제안서 허드렛일(이미지 찾기, 경쟁사 사례 파기)을 하거나, 만들어진 콘텐츠를 단순히 퍼 나르거나, 이벤트 당첨자 수백을 취합하거나, 고객사 보이스를 눈이 빠지게 모니터링하거나… 그런 일을 오늘도 내일도 모레도 해야 한다.


그러니까 넥타이 고쳐 매고 땀 흘려 멋진 결과물 내고, 신박한 아이디어에 하이파이브! 클라이언트 코를 납작 눌러주거나, 연단에 서더니 연예인을 만나고, 연애질에 고급 레스토랑에 드나드는… 그런 #있어빌리티 한 일은 5%에 수렴한다. 그조차도 신입에게는 몇 년간 허락되지 않는 세상의 이야기일지도.


이 업의 대부분은 그러한 ‘일’을 가능케 하기 위한 밑단의 작업이다. 나머지는 결과물 정리의 몫(…) 다시 말해 마케터, 커뮤니케이터는 5%의 결과물을 위해 밑에서 부단히도 애쓰는 사람이다. 그리고 대개 95%가 5%를 대변한다.



2. 크리에이티브는 그러니까 없다


이것도 대표적인 환상 중에 하나. 기깔나는 크리에이티브로 세상을 놀래주겠다! 응 그런 거 없어.

그러니까 일단은 ‘크리에이티브는 없다’고 봐도 딱히 틀린 말은 아니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꼼꼼한 분석과 여기서 나온 탄탄한 전략과 전술이다. 이 지난한 작업을 거쳐 크리에이티브를 고려하며 그 과정에서 기깔난 아이디어는 자연 도태된다. 그 삼성이나 현대자동차가 그따위 광고나 하고 있는 게 다 이유가 있다니까. 


게다가 ‘크리에이티브’라고 하면 뭔가 오해를 하는데… ‘3차원의 톡톡 튀는 끼를 가진’은 마케터의 기본 자질과 그다지 상관이 없다. 굳이 따지자면 1에서 이야기한 ‘짜친 일’을 끈기 있게 하는 뚝심이 더 매력 있게 보일 정도. 크리에이티브는 전략에 기반 둔 치열한 고민과 그동안의 경험에서 자연스레 도출될 뿐이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로 그 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겠고.


다시 말해 세상을 놀래주는 엄청난 아이디어는 ‘칸’ 출품을 위한 그럴듯한 포장 혹은 공공기관의 이벤트성의 가능성이 높다. 앞서 말한 그런 끼가 있다면 마케터 하지 말고 연예기획사 문을 두드리는 게 낫지 않은가?



3. 마케팅은 팀플레이다


불행한 소식 하나. 잔혹사라고 불리는 조별과제, 현업에 오면 끝없이 이어진다. 유감입니다(…)

그러니까 대학에서 꾸준히 조별과제를 내주는 이유가 있겠다. 열심히 하자. 다만 다른 것이 있는데 1) 현업에서는 팀플레이가 이런 사람 저런 사람과 계속 이어지고 2) 혼자서 해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3) 갖가지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이 생업을 걸고 이 악물고 덤빈다는 것 정도(…) 자 건투를 빈다.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마케팅은 개인플레이가 아니라는 점이다. 나 혼자 잘해서 이걸 이렇게 블라블라 대단하죠! 라는 건 사실상 없다는 얘기. 그 팀이 잘한 거고, 미디어에 등장하는 그는 높은 직급의 사람이거나 말이 많은 사람일 뿐일 가능성이 높다. 성공한 캠페인은 대략 내가 했노라 주장하는 사람이 수십에 이른다고 하던가. 마케팅은 다른 직군, 다른 연차, 다른 경험이 사람들이 모여 끊임없이 협업한 과정의 결과물일 뿐이다.



4. 정형화된 마케터의 자질은 없다


마지막으로 힘이 되는 이야기도 하나. 0편 「들어가기」에서 이야기했듯 이건 모두 내 일천한 경험에 기반 둔 것뿐이다. 하나의 업을 이해하는데 10년은 짧을까 길까? 다만 ‘정형화된 마케터의 자질이나 방법론은 없다’고 말해도 틀리지는 않다.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은 다양한 분야와 경험이 더해져 거기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덕분에 하나의 팀에는 다양한 능력치와 경험, 성격의 사람들이 공존한다. 이에 따라 이런 이야기를 듣고 딱히 실망할 이유는 없을지도 모른다. 실제 업계 분들을 만나면 다양한 사람이 훌륭한 일들을 해내고 있으니.

출처: 이름없는스터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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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짬봉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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