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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부터 군대 '영창'이 사라진다!

조회수 2017. 9. 27. 10: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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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2019년 1월부터 사병의 징계 중 영창이 폐지된다.

김제동도 갔다는 영창, 2019년부터 폐지된다


군 영창(營倉)이 사라진단다. 지난 20일, 국회 국방위가 사병에 대한 영창 제도를 폐지하는 군인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와 본회의를 통과하면 2019년 1월부터 사병의 징계 중 영창이 폐지되는 것이다.


군 복무를 하지 않은 이들에게는 낯선 감옥인 ‘영창’이 일반의 화제로 떠오른 것은 지난 2015년 7월 방송인 김제동 씨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단기사병(방위병)으로 근무하면서 장성 행사에서 사회를 보던 중 군사령관의 배우자를 아주머니라고 호칭했다가 13일간 영창에 수감됐다”고 말하면서다.


이때, 군대를 다녀온 지인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군대에서 못할 일이 뭐가 있나. 그러고도 남았지’였다. 대체로 어떤 형태로든 ‘징집 트라우마’를 겪곤 하는 군필자에게 있어 병영이란 이른바 ‘까라면 까야 하는’ 불합리한 지시가 무지막지하게 관철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영화 <미운 오리새기>(곽경택, 2012)의 한 장면. 수감 사병들이 헌병의 허락을 받아 화장실로 가고 있다.

잠깐 화제가 되었던 이 사안은 한 시민단체가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김씨를 고발했지만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가 이를 ‘고소 요건이 근거가 없거나 적법하지 않아 사건을 종료한다’는‘각하’ 처분함으로써 막을 내렸다.


영창은 ‘군의 규율을 어긴 군인을 가두는 영내의 건물’(다음 한국어 사전)이다. ‘영’은 ‘병영’을, ‘창’은 ‘곳간’을 뜻하는데 한자로는 ‘營倉’으로 쓴다.


군인을 가두는 공간에 ‘곳간 창’자가 쓰인 것은 현대적 구금 시설이 없던 과거에 죄를 지은 병사나 하인 등을 창고에 넣고 가둬 넣는 관행이 있었다는 데서 유래했다.


 

영창에 관한 유쾌하지 않은 기억들


영창이라면 내게도 꽤 유쾌하지만은 않은 기억들이 있다. 나는 군 복무 시절(1977~1980)에 특전대대 인사과 행정서기병, 보병부대 보직으로 치면 ‘상벌계’의 업무도 맡았었다.


2년이 좀 넘게 그 업무를 보다가 제대했는데 포상 업무도 만만찮았지만 징계 업무는 밤샘을 하기 일쑤여서 가장 기피하는 일이었다.


휴가나 외출·외박을 나간 사병이 복귀 시간을 넘기면 소속대에 비상이 걸리는데 정작 나는 미귀자 걱정보다 또 꼼짝없이 ‘징계 업무’로 밤샘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을 투덜대곤 했다.


몇 시간 늦거나, 다음날에야 들어오는 사병들은 대체로 징계위에 회부되어 영창에 보내는 게 관례였고, 징계 절차 전반에 걸쳐 서류를 꾸미는 게 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기억이 희미하긴 한데, 내가 관련 서류를 작성하는 등 징계절차를 진행한 사병은 10여 명쯤이었던 듯하다. 징계위에 입회하기도 했고 몇 차례나 징계의결서를 작성하고, 대대장의 결재가 끝나면 입창의뢰서와 징계처분장을 들고 비행(非行) 사병을 여단 헌병대에 인도하는 일도 두어 번인가 했다.


영창 처분을 받는 사병은 대체로 병(이등병·일등병·상등병·병장)이었지만 하사, 중사 같은 하사관(요즘 용어론 부사관)도 있었다. 현행 군인사법(제57조)에 따르면 영창 처분은 병에 한해서 시행된다. 그 사이 법이 바뀌었는지 당시 부대에서 법에도 없는 징계를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2015년 5월, 한신대학생들이 상무대(5.18자유공원) 영창에서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징계위원회를 거친 징계는 모두 형법에 따른 ‘형벌’과는 다른 ‘징계벌’이다. 구금 장소에 일정 기간 갇히긴 하지만 이는 흔히 말하는 ‘호적에 빨간 줄’과는 무관하다. 굳이 비교하자면 경범죄처벌법에 따른 구류 처분과 비슷한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구류는 30일 미만이지만 영창은 15일 미만이다.)


헌병대에 비행 사병을 인도하러 가면 정작 아무 죄도 없는데도 좀 긴장하게 된다. 하얀 헬멧과 발목에 넣은 철제 링 때문에 걸을 때마다 철렁대는 소리와 살벌한 유치장 풍경 따위에 위축되는 것이다.


헌병들은 사병을 입감하기 전에 계급장을 떼고 요대(허리띠)와 군화 끈을 풀게 하는데, 그 순간부터 사병은 그냥 ‘죄수’가 되어 ‘죽었다고 복창’하게 되는 것이었다.


경험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헌병대에선 입창 사병들을 괴롭힐 수 있는 온갖 방법을 동원하여 반쯤 죽여 놓는다고 했다.


쉬지 않고 각종 얼차려로 진을 빼고 새벽에 기상하자마자 부대 내 배수로를 포복하게 하고, 매미 울음소리를 내며 철창에 매달리게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은 물론 상황이 다르다.)


그때는 물론이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영창제도가 으레 군인들의 비행을 다스리기 위한 당연한 제도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경미하긴 하지만 죄를 저지른 건 사실이니 그에 합당한 벌로 영창에 가둔다는 게 위헌적인 것이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지난해 군 인권센터가 이러한 군의 영창 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을 때에야 나는 무심히 받아들였던 그 제도가 만만찮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영창 제도는 군의 특수성을 감안한다고 해도 법적 구속절차 없이 징계권자인 지휘관의 명령만으로 집행되므로 헌법 상 영장주의에 위배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영창처분을 반드시 군 판사가 발부한 영장집행명령서에 의해 집행하도록 하는 군 인사법 개정안이 2015년 진성준 의원에 의해 대표 발의되었지만 회기 종료로 폐기된 상태다.


 

2016년 헌재, 과반수 위헌 의견에도 합헌 판시(정족수 미달)


2013년에는 전투경찰순경(전·의경)에게 영창 징계를 내리는 근거 법률인 전투경찰대설치법 제5조가 헌법에 위배된다며 의경들이 법원에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제청하자 헌법재판소는 2016년 위 영창 조항이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됐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심판을 각하하고 영창제도 자체에 대해서는 위헌이 아니라고 판시했다.(위헌 의견이 정족수 6명에 못 미친 5명이어서 합헌 결정)


영창은 비록 15일 미만에 그치지만 신체에 대한 직접 구속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의 폭이 크다. 더구나 이 제도는 내용과 절차가 투명하고 외부 감시체계가 작동하는 일반사회에서가 아니라 폐쇄적인 군대 내부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그 집행과정에 있어서 권한 남용의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영창제도는 그 뿌리가 일제강점기 일본 육군의 ‘육군징벌령’으로 본다. 식민통치의 잔재인 영창제도는 미국이나 독일 등 인권 선진국은 물론 정작 일본 자위대에서도 존재하지 않는 제도다. 여전히 우리 군대는 개혁되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다.


이번 법안을 발의한 더불어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헌법상 영장주의와 평등주의에 반하는 영창 제도를 두고 위헌 논란도 끊이지 않았다. 작년 헌법재판소 심사에서는 재판관 과반이 위헌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고 지적하고 “지휘관의 자의적인 구금과 의무복무 병사들의 인권침해가 종식되는 계기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출처: 김영훈(한겨레)
영창제도는 폐쇄적인 군대 내부에서 이루어져 그 집행과정에서 권한 남용의 위험이 높다.

영창을 다녀오면 그 기간만큼 복무기간이 늘어난다고 하는데, 내가 복무하던 시절에도 그랬는지는 모르겠다. 개정 법안에 따르면 영창이 폐지되는 대신 감봉, 휴가 단축, 군기 교육, 근신 및 견책 등으로 징계가 다양해진다. 군기 교육을 받으면 영창 처분과 마찬가지로 그 기간만큼 군 복무 기간이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 세대가 복무하던 군에 비하면 요즘 군대의 변화는 가히 눈부시다 할 만하다. 군 내부 폭력이 현저하게 줄었고 병영생활도 민주화되었다. 병들의 봉급도 엄청 올랐다. 70년대 말에 내가 받은 병장 봉급은 3600원이었다. 그런데 내년부터는 올해 21만6000원이던 병장 봉급이 40만5669원으로 인상을 추진된다고 하니 말이다.


참여정부 때 노무현 대통령의 문제제기로 폐지하려 했지만 국방부의 반대로 무산되었던 영창제도가 참여정부를 계승한 문재인 정부에서 이루어지게 된 것도 뜻깊다. 매년 1개 사단 병력 이상인 14,000명의 병사들이 영창에 갇히고 있는 이 불합리한 제도의 폐지가 군대 민주화와 군 인권 보장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해 마지않는다.


원문: 이 풍진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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