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문화의 세가지 차원

조회수 2019. 6. 20. 17:5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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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잘 알아야 한다

사무실에 누군가 이런 자세로 앉아있다고 생각해 보자. 어떤 마음이 들까? 그 사람은 빈둥거리는 것일까 아니면 업무에 필요한 중요한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일까?


혹은 어떻게 앉아있든 나랑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속한 일터의 기업 문화에 따라 다른 대답을 하게 된다.


만약 저렇게 앉아서 가만히 있는 것을 빈둥거리는 것이라고 보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속한 곳의 문화는 일하고 있다고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문화일 가능성이 높다.


그런 문화 속에서는 항상 무엇인가 하는 것을 보여줘야만 하고 오래 앉아 있는 것이 성실함을 나타내는 것일 수도 있다.


기업 문화는 구성원들의 행동, 받아들이는 방식, 사고방식, 느낌 등에 많은 영향을 준다. 그만큼 기업 문화는 중요하다. 문화에 의해 결정되는 조직의 행동, 사고방식 등은 조직이 결과를 얻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 문화의 실체를 바로 보기는 쉽지 않다.


위 예시의 경우 기업 문화는 무엇일까? 앉아서 꼭 무엇인가 해야만 하는 행동이 그 회사의 기업 문화일까? 아니면 아무것도 안 하고 앉아 있는 것을 빈둥거리는 것으로 보는 사고방식이 기업 문화일까?


기업 문화가 있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만 무엇이 기업 문화인지 정의하려고 하면 상당히 모호해지는 것이 사실이다.

 


기업 문화의 세 가지 차원(Three levels of Culture)


에드거 샤인(Edgar H. Schein)에 의하면 기업 문화는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고 한다.

1. 인위적인 결과물(Artifact)


기업 문화를 구성하는 차원 중 가장 표면에 있고, 눈으로 관찰할 수 있는 영역은 인위적인 결과물의 차원이다. 문화는 기업 내에서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 상호작용 등 모든 행동과 제품, 계층 구조, 업무 환경이나 방식 등 모든 구조와 프로세스를 통해서 볼 수 있다.


이런 인위적 결과물들은 일종의 문화적 증거라고 할 수 있다. 행동과 결과로 나타나는 인위적인 결과물들은 관찰하기 쉬우며 기업 문화 전반을 이해하기 위한 첫 단추이다.


인위적인 결과물들은 파악하기는 쉽지만 이것만 가지고 그 이면에 깔린 의미를 알아내기는 힘들다. 만약 단순히 인위적인 결과물들만 가지고 기업 문화를 추측한다면 그것이 올바른 추측이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왜냐하면 의미를 파악한다는 것은 그것을 누군가의 시각으로 해석한다는 것인데, 이 경우에는 해석하는 당사자의 선입관이나 느낌, 반응 등이 해석에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관점 디자이너로 유명한 박용후 대표가 있었던 회사는 출근 시간, 퇴근 시간을 없애고 불필요한 격식을 줄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회사를 보고 어떤 기자는 이런 엉망진창인 회사가 돌아가기는 하겠냐고 말했다고 한다.


그 기자는 격식에서 벗어난 행위가 노는 것이나 업무가 아니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자신의 경험과 생각에 비추어 해당 회사를 비효율적이고 일을 못하는 조직으로 본 것이다. 하지만 바뀐 업무 방식의 결과는 좋았다고 한다.


따라서 기업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이는 행동과 결과들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더 깊이 있는 기업 문화의 이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과 그들의 행동에 있어서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원칙을 따르고 있는지 이야기를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2. 표현되는 믿음과 가치들(Espoused Beliefs and Values)


기업 문화의 두 번째 차원은 표방하는 가치, 즉 말해지는 가치이다. 대부분의 집단은 그들만이 표현하고 있는 믿음이나 가치가 있다. 많은 기업들이 고객 중심을 외치고, 투명성, 솔직함, 합리성, 협업 등에 가치를 둔다.


이러한 믿음과 가치들은 대부분 기업 초기의 창업자의 가치를 따르거나, 기업이 새로운 업무를 시작하거나 위기를 해치며 생성된 가치일 수도 있고, 효과적이라고 생각되어 따르는 가치일 수도 있다. 그리고 많은 경우 사람들은 자신들이 이러한 가치에 따라 행동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표현되는 가치만 가지고는 사람들의 행동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추구한다고 말하는 가치들이 행동 수준까지 반영된다면 좋겠지만 그런 행동들은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일단, 대부분 표현 가치는 추상적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으로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고 어떤 행동이 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인지 아는 것도 쉽지 않다.


뿐만 아니라 추상적인 가치의 경우 받아들이는 사람의 상황이나 가치관에 따라 그 해석이 달라질 수 있어 기업 내에서 실천적인 형태로 공유되기 어렵다.


게다가 표현되는 믿음과 가치들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로 추구될 때가 많아서 그 가치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최고의 성능과 최저의 비용을 함께 추구하거나 개인 책임과 도전을 가치로 보면서 빠른 보고 및 지시를 통한 효율성 또한 추구한다면 이는 동시에 추구하기 힘든 믿음들과 가치들을 표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기업 문화를 파악하는데 표현 가치가 무슨 의미가 있나 하겠지만, 이런 것들을 반드시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더 깊은 탐사를 위해서이다. 위에서 보았듯이 표방되는 가치는 그 자체로 기업 문화의 기반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사람들이 말하는 가치를 알게 되면 첫 번째 차원인 행동과 결과들과의 비교를 통하여 둘 간의 불일치에 관하여 이야기할 수 있게 된다. 표현 가치를 알아야만 행동과 결과 이면에 깔린 진짜 믿음과 가치들에 관하여 탐구할 수 있는 것이다.


 

3. 근본적인 가정들(Underlying Assumptions)


기업 문화의 세 번째 차원은 근본적인 가정들이다. 아지리스(Chris Argyris)의 표현을 빌리면 사용 이론(Theory in use)이라고 할 수 있다. 조직 내에서 일어나는 행동의 이면에 깔린,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믿음과 가치들이 기업 문화의 세 번째 차원이며 실질적으로 기업 문화를 결정하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조직 안에서 어떤 방법이 반복적으로 잘 통한다면 그것은 점차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이러한 당연스러운 범주 안에는 조직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도 있지만 많은 경우 구성원들의 결점을 가리기 위한 방어적 사고들이 포함된다는 것이 문제이다.


예를 들면 어떤 회사에 갔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대표님께 중요한 것은 회사나 우리가 아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회사의 대표님은 이러한 직원들의 인식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회사에는 이미 저런 인식이 퍼져있었고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는데, 누구도 대표님과 해당 관점에 관하여 이야기해본 적이 없었다.


이러한 인식은 단지 추측에 의해서, 그리고 그 추측을 합당해 보이게 만드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서 점차 강화되었고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물론 회사의 대표님이 회사나 직원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었다.


하지만 대표님의 일련의 행동들을 해석하는데 있어 저 추측은 타당해 보이는 면이 있었고, 반복적으로 특정 행동들을 해석하는데 성공적이 되면서 추측이 믿음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근본적인 가정들이 믿음이 되고 가치가 되면 무서운 점은 사람들이 그 가정에 의거하여 행동한다는 점이다. 위의 조직의 경우 필요한 만큼만, 눈 밖에 나지 않을 만큼만 일하면 된다는 생각과 그에 맞는 행동들이 나타났는데 이는 기업에 있어서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자신들의 행동은 근본적인 가정탓이고,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다른사람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근본 가정들은 구성원들이 행동과 태도, 그리고 다른 사람들과 기업 내 사건에 대한 해석과 느낌을 결정한다.


하지만 이러한 믿음과 가치들은 논의되기가 힘들다. 대부분의 경우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지고, 따라서 바꾸는 것도 쉽지 않다. 단순히 위의 예를 본다 해도 누가 저런 부정적인 관점에 관하여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의 문화가 되고 바뀌기 힘들어지는 것이다.

 


정리하면


기업 문화에 관해서는 찾아 볼 수 있는 이론도 많고, 파악을 위해 적용해 볼 수 있는 방법도 아주 다양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이론과 방법들의 기본적인 부분들은 비슷하다. 기업 문화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업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을 파악해야만 한다.

행동과 결과를 통해서 문화의 증거들을 수집해야 한다. 그리고 그들이 말하는 가치, 표현하는 가치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그 후에는 행동과 표현 가치를 비교함으로써 둘 간의 불일치를 발견하고 행동의 진정한 원인에 대해서 탐색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때 발견할 수 있는 숨겨져 있던 믿음과 가치들은 기업 문화를 구성하는 실체라고 할 수 있다.


무엇인가를 바꾸기 위해서는 먼저 잘 알아야 한다. 마찬가지로 좋은 기업 문화를 가꾸어 나가기 위해서는 먼저 현재의 기업 문화에 관하여 잘 이해해야만 한다.


기업 안에서 일어나는 행동들과 그 바탕에 있는 근본적인 믿음들을 이해하고, 그것과 우리의 목표나 추구하는 가치와의 차이를 인식할 때 진정한 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원문: 도겸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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