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독일 친구들 경주에 가다

조회수 2017. 9. 13. 15: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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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는 이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문화 유적을 대했던 적이 있었나

외국인의 시선으로 보는 경주는 어떤 모습일까


나날이 시청률을 갱신하고 있는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독일 친구 편의 세 번째 방송이 지난 8일 저녁 전파를 탔다.


세 번째 방송은 다니엘이 가이드가 되어 독일에서 온 친구들과 함께 경주를 방문하는 에피소드였다. 그동안 서울 아니면 제주도인 양자택일 선택지에서 벗어나 무척 좋았다.


다니엘과 독일 친구들이 경주로 가는 여행은 출발부터 실수투성이였다. 서울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경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는 경부선 터미널로 가야 했는데,


다니엘이 실수로 호남선 터미널로 가면서 당황해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장면을 무척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나도 다니엘과 마찬가지로 서울에서 <너의 이름은> 시사회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올 때 고속버스 터미널에서 헤맨 적이 있기 때문이다.


친구가 고속버스 터미널 근처까지 차로 데려다준 데다가 큰 건물이라 금방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호남선과 경부선이 나누어진 게 조금 불편했다.


지나가던 사람들에게 “김해로 가는 버스는 어디로 가야 탈 수 있나요?”라고 묻고 물어서 겨우 제대로 된 곳으로 도착했다.


다니엘이 호남선 터미널로 갔다가 당황하는 모습과 경부선 터미널에서 경주 버스를 타는 곳을 찾지 못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 역시 같은 곳에서 헤매던 그때가 떠올랐다.

다니엘과 독일 친구들이 고속 터미널에 있는 어묵을 먹고, 경주로 향하는 동안 들린 휴게소에서 한국 휴게소의 매력에 빠지는 모습은 보는 사람마저 즐겁게 했다.


다음 달이면 찾아올 열흘에 걸친 긴 추석 연휴 동안 우리가 모두 한 번은 겪을 모습이 아닐까? 아니, 그때는 오히려 여유가 없을지도 모른다.


고속버스로 여행하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여행은 기차가 아니라 버스로 가는 것도 괜찮은 것 같다.’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서울에서 김해로 내려올 때까지 너무 많은 시간이 걸려 크게 와 닿지는 않았다. 그저 외국인 친구들이 독일에서 체험해보지 못한 버스로 이동하는 모습이 신선해 보였을 뿐이다.


하지만 독일 친구들이 경주를 바라보는 모습은 다시 한번 경주를 찾고 싶게 했다. 우리가 수학 여행지로 한 번 이상 방문해본 경주는 달라진 시간 속에서도 여전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경주 지진으로 첨성대가 약간 기울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지만, 천마총이나 주요 불국사는 불굴의 모습이었다.


독일 친구들이 영어로 된 설명문을 하나하나 꼼꼼히 읽어보면서 문화재를 이해하는 장면을 보면서 나는 살짝 부끄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수학여행 때는 긴 열을 따라서 이동하느라 주변을 제대로 둘러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이후에도 ‘아, 저게 불국사구나.’ ‘, ‘여기가 천마총이구나.’라는 감상이 전부였다.


독일 친구들이 우리가 전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 관심을 두는 모습을 보면서 ‘저곳을 저렇게 볼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아마 다 읽지 못한 유홍준 선생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경주 편을 보면 이런 시선으로 문화재를 볼 수 있을까? 문화 유적이라는 건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니까.


독일 친구들은 경주와 신라에 대해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도 자신들이 평소 가진 분야의 지식을 대조하며 ‘관광지’라는 틀을 넘어 접근했다.


지나치듯 흘려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만들어졌을지 호기심을 가지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과연 나는 이런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문화 유적을 대했던 적이 있었을까?

과거 <1박 2일>에서 유홍준 선생님과 함께 경주 답사를 한 회가 있다. 그때도 방송을 보면서 단순히 암기해야 하는 지식으로 외웠던 역사적 상징물에 담긴 이야기를 무척 흥미롭게 본 적이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잊고 지냈었는데,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덕분에 그 기억을 다시 꺼낼 수 있었다.


이번 긴 추석 연휴 기간에 잠시 시간이 된다면 경주를 방문해보는 건 어떨까? 추석쯤이 되면 단풍이 물들어 우리가 방송을 통해 본 한여름의 경주가 아닌, 아름다운 경주의 모습을 구경할 수 있으니까. 경주의 안압지의 야경과 단풍을 구경하는 일은 해외 어느 곳을 가는 것만큼 멋진 시간이 될 것이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독일 친구들 세 번째 에피소드는 이제 막 경주 여행을 시작한 에피소드다. 본격적으로 경주를 즐길 네 번째 에피소드도 무척 기대된다.


지난 경주 지진으로 잠시 경주 관광이 주춤했다고 하는데, 어쩌면 이 방송을 통해서 경주 관광을 즐기는 사람이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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