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을 고민 중인 스타트업, 이직을 고민 중인 디자이너에게

조회수 2017. 9. 4.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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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착오를 통해 몸소 겪은, 스타트업과 디자이너의 관계맺음.

※ 이 글은 미디엄에 게재된 글을 옮겨온 것입니다. (원본 보기)


어찌어찌하여 스타트업의 지근거리에서 그들과 함께 일해온지 4년쯤 된 것 같다. 때로는 구성원으로, 때로는 외부에서 소통하며 만난 다양한 창업팀을 통해 여러 가지를 느끼며 배우고 있다.


처음 스타트업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YCombinator를 알게 되면서였다. 과연 ‘세상을 변화시킨다.’는 말이 과하지 않을 (지금은) 글로벌 기업들이 그들과 함께 했고. 초기 기업의 성장 과정을 함께 고민한다는 그들의 모토에 반해 자연스레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주로 에이전시에서 대기업 프로젝트에 참여하거나 인하우스 디자이너로 패키지 소프트웨어와 관련된 일들을 진행하며 틀에 박힌 프로세스를 개선 없이 답습하는 환경에 염증을 느꼈던 것도 스타트업에 매력을 느끼게 된 이유 중 하나였다.


여하튼 무작정 모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에 합류하면서 업계와 연을 맺게 되었고 한동안은 주변 선배들의 핀잔이나 만류를 피하는 게 일이었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 기대했던 무언가를 이룬다거나 남들에게 보일 성공적인 것들을 남기진 못한 것 같지만. 즐겁게 일하는 법을 알게 됐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성장했다고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당시와 비교하여 체감할 만큼 달라진 것은 누군가에게 스타트업이라는 단어를 설명하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디자이너를 채용하고자 하는 기업도 늘어났고, 스타트업에 합류하고자 하는 디자이너도 많아졌다. 오죽하면 최근 페이스북 메신저로 가장 많이 나눈 대화가 이와 관련된 것일까.


그래서 매번 똑같은 답변을 반복하기보다는 글로 정리해 두는 편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여 그간의 시행착오를 통해 느낀 바를 공유해보려 한다.


(* 이 글은 30명 이내의 early – mid stage 스타트업을 중점에 두고 작성된 글이며 다양한 형태의 조직을 모두 포괄하지는 못할 수 있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분께 도움될 만한 좋은 생각이나 팁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댓글로 남겨주세요. 해당 내용을 지속적으로 반영하여 한 분이라도 더 도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 채용하기


1. 디자이너가 필요한 이유를 자문하자.


모든 조건을 떠나서 디자이너 채용에 관해 반드시 고려하길 권하는 것은 스타트업 스스로 ‘디자이너가 필요한 이유’에 대해 명확히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항목에서의 경우처럼 ‘디자이너’라는 타이틀은 광범위한 영역을 통틀어 칭하는 단어이다.


‘의사’에도 성형외과 의사와 심장외과 의사가 갖는 전문성이 확연히 다르듯이 디자인 역시 다양한 분야가 존재한다는 점을 고려하고 팀 내에서 디자이너가 담당해야 할 업무와 역할 범위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사업 카테고리, 기존 팀 구성원과의 조합 등을 고려하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현재 디자이너가 반드시 해야 할 일, 그리고 1~2년 뒤 그(녀)가 어떤 일을 하고 있을지 까지 충분히 고민한 뒤 채용을 준비할 것을 추천한다.



2. 디자이너 공동창업자 찾기


너무 당연한 얘기겠지만 공동 창업자에 기술 책임자가 포함되어있거나 본인이 엔지니어일 경우를 전제로 한다면, 창업 아이템이 패션, 아트, 라이프스타일 등의 카테고리에 속하여 고객에게 전하는 심미적, 감각적인 경험이 구매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거나 구독형 소프트웨어 및 생산성 유틸리티와 같이 제품의 사용자 경험 자체가 비즈니스 모델일 경우 각각 분야에 전문성을 갖춘 공동창업자를 찾는 것은 큰 메리트가 된다. Uber에 운수 관련 전문가가 핵심 인력으로 포진되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 경우 공동창업자 간의 역할 분담과 비중이 적절히 배분되는지, 전문 영역 외에 다방면으로 상호 보완이 이루어지는지 등을 고민하여 결정하면 될 것이다.


위와 같이 디자이너의 역할이 필수적인 경우가 아니라도 디자인 씽킹, 서비스 디자인 등 다양한 프레임워크가 비즈니스 영역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모바일을 매개체로 하는 비즈니스의 경우 특히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디자인 파운더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Fab, Pinterest, Airbnb, Lynda, Clipboard, GitHub, Gumroad, Path, Segment.io, Quirky, StoreHouse, ZenPayroll, Square, Udacity, ViceMedia, Warby Parker, WeWork, Xiaomi, Slack, InstaCart, Social Finance, CloudFlare, Automatic, Buzzfeed 등 수많은 스타트업이 디자인 공동창업자 혹은 최초 10명 이내의 멤버 구성에 디자이너를 포함하고 있다.

– 실리콘 밸리는 왜 디자인에 주목하는가? 참조

당연한 얘기지만 공동창업자를 찾을 때는 디자이너이기 때문, 혹은 개발자이기 때문의 이유가 아니라 동료로서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인지를 깊이 고민하여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이다.



3. 뽑지 말고 직접 해보자.


사업 아이디어를 제품화하기 이전 단계인 예비 창업팀의 채용 옵션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공동창업자에 디자이너를 포함하거나 외주를 맡기는 것이다. 그러나 앞서의 이유로 공동창업자가 함께하는 경우를 제외한다면 디자이너 채용 혹은 외주를 권하지 않는다*. 실제로 예비창업팀과 미팅을 할 경우 가장 많이 건네는 조언은 ‘직접 하세요’이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우선 돈을 아껴라가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는 정말로 직접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MVP(최고 가능 제품)라고 부르는 것은 비즈니스의 핵심만 빠르게 구현하여 검증받기 위한 것이다. 그 핵심이 잘 담겨있는 제품이라면 완성도나 편의성 등이 다소 부족하더라도 사용자가 외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당신이 Active X가 만들어내는 개떡 같은 사용자 경험을 딛고도 돈을 쓰는 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인 것처럼…


그리고 이미 디지털 프로덕트 제작의 진입장벽은 많이 낮아졌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은 끝이 없지만, 그럭저럭 괜찮은 제품을 만드는 일은 디자이너의 도움 없이도 가능하다. 널리 활용되는 디자인 패턴을 학습한 뒤 온라인에서 구할 수 있는 UI Kit, UI 프레임워크 등을 활용한다면 나름 괜찮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래서 인터페이스 디자인의 시대가 저문다는 말이 나오기까지도 한다.) 또한 창업자가 제품의 제작 과정을 경험하는 것은 향후 채용 및 의사 결정 과정에 도움이 되는 큰 자산이라 생각한다.



4. 첫 디자이너는 매니저 급의 경험을 갖춘 인재를…


그러면 첫 디자이너를 언제쯤 뽑으면 효과적일까?


대체로 팀의 규모가 5-10명쯤 되는 시드~시리즈 A 라운드 단계의 스타트업, 베타 버전의 제품을 운영 중이며 가능성을 검증받아 첫 퀀텀 점프를 기대하는 단계이다. 사용자가 필요로 하는 것들이 어느 정도 구체화되어있고 유사 업체들이 하나 둘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2-3명의 개발자가 모든 매체를 커버하고 있으며 대표 혹은 CTO가 프로덕트 매니저의 역할을 겸하고 있으나 본연의 업무가 과중하여 더 이상 커버하기 힘들어질 때.. 이때가 디자이너 구인을 처음으로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이 시기 창업자들을 만나서 그들이 토로하는 고충을 듣다 보면 대게 첫 디자이너를 신중히 뽑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경우가 잦다. 회사에서 필요한 롤과 디자이너의 역량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개발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수월치 않은 경우 등이 대다수이며 신입 혹은 주니어 디자이너를 고용하여 그들을 리드해 줄 역량을 갖춘 사람이 부재한 경우가 많다. 팀 내에서 어떤 롤을 맡아야 할지 충분히 고민하지 않고 당장 없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채용했으나 아무도 그(녀) 역량을 평가하거나 성장을 이끌어 낼 수 없으니 이도 저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린 것이다.


그러니 현재 구인을 고민 중인 스타트업이라면 첫 디자이너는 매니저급의 경험 많은 디자이너와 함께 하기를 추천한다. 우선 사업상의 우선순위를 판단할 줄 알고 주요 의사 결정을 제품의 형태(Product Way)로 구현할 수 있는 프로덕트 매니저(조성문 님의 글 추천)를 찾아야 한다. 다수의 개발자와 협업하고 모든 산출물의 품질 관리가 가능하려면 세분화된 특정 영역(리서치 or 인터페이스 or 브랜드)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전반적인 영역을 두루 다룰 수 있는 편이 유리하다.


개발팀 업무 중 CTO가 기술 영역 전반을 책임진다면 프로덕트 매니저(디자이너)는 제품 설계를 포함한 사용자 경험 전반의 업무를 담당하며 사용자 중심 개발 프로세스를 정착시키는데 역할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첫 채용에 공을 들여 실력 있는 디자이너를 맞이한다면 앞으로 디자이너 채용을 고심할 필요가 없어질 테니 시간이 걸리더라도 공동창업자 찾듯 신중히 고민하자.



5. 어떨 땐 외주도 필요하다.


미래의 팀원에게 제시할 충분한 자원과 마음의 준비가 끝났다 치더라도. 좋은 디자이너를 찾는 것 그리고 팀에 합류하게 하는 일은 쉽지 않다. 예상보다 디자인 업계는 몇 개의 기업들이 좋은 인재들을 독차지하고 서로 맞바꾸는 좁은 생태계를 갖추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를 그 울타리 밖으로 끌고 나오는 것이 매우 어렵다. 끈기를 갖고 10번 찍어 넘어오게 하거나, 그게 여의치 않다면 외주제작을 고려해 볼 때다.


많은 사람들이 스타트업에 ‘외주는 안된다.’라고 말하지만 제품 구현 과정에서 디자인과 개발을 분리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초기 스타트업의 제품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야 한다. 사용자를 관찰하고 서비스를 개선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만약 외주 개발사를 통해 제품을 구축한다면 이러한 유지보수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개발에 소요되는 물리적 시간과 투입되는 자원이 크기 때문에) 상당히 크고 발 빠른 대응이 어려워진다.


하지만 디자인은 조금 다르다. 과거 방식에선 기획서를 만들어 디자이너에게 전달하고 디자이너는 이를 시안의 형태로 만들어 개발팀에 전달하며 제품이 완성되는 완제품 중심의 원웨이/워터폴 방식의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전체적인 소요 시간이 길다는 단점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제품 개발 트렌드는 잘 구현된 모듈 시스템 안에서 기능별, 유저 플로우 별로 사용자 경험을 개선해 가는 방식(Lean UX)을 택하고 있고, 개발자와 비교하여 디자이너는 1대 다 매체를 관리하는 것이 수월하다는 장점이 있어 비용 효율이 높은 편이다. 또한 생각보다 실력 있는 소규모 디자인 스튜디오 및 프리랜서가 많으니 채용의 대안으로 검토해 볼만하다.



6. 디자인 팀이 꼭 필요할까?


시리즈 라운드를 거치며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효율성 향상을 위해 조직 구조를 개편해야 할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많은 기업의 경우 관성적으로 개발 조직과 디자인 조직이 분리되어 운영되는 경우가 많은데, 팀을 분리하는 것이 자사의 경쟁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인지 신중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 과거의 업무 방식은 (프로덕트) 디자인과 개발이 별개로 구분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최근에는 개발과 디자인이 하나의 프로세스 안에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팀을 분리하는 것이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높다.


개인적으로는 불가피할 경우가 아니라면 인위로 팀을 구분 짓는 것이 효율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개발과 디자인뿐 아니라 마케팅, 영업 등을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직군별로 구분된 팀 소속이 아니라 전체가 한 팀이라는 생각을 항상 체감할 수 있는 편이 오히려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낮추는데 효과적이지 않을까?


이미 스타트업에서 주로 사용하는 최신 협업도구만 살펴보더라도 대부분의 업무는 (보고를 포함한) 팀 단위 협업이 아닌 과업 단위의 협업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데 ‘기존에 해왔기 때문에..’라는 이유로 구획을 나누고 경쟁을 부추기는 행위를 자연스럽게 묵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하다.


오히려 상황에 맞게 유동적으로 손발을 맞출 수 있게 된다면 회사의 인적 자원을 더욱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고 조직이 관료화되는 상황을 예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디자이너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

1. 스타트업은 하나의 회사가 아니다.


보편적으로 ‘스타트업’이라는 단어가 전달하는 이미지가 있다. 미디어에서 비추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이미지 덕분인지 모르나 ‘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근무환경’, ‘최첨단을 갱신하는 진보적인 혁신기업’ 등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의 이직을 고민 중이거나 사회에 나오기 전의 디자이너들이 위와 같은 선입견을 전제로 질문을 시작하지만. 여기에 대해서는 ‘절반의 긍정’과 ‘절반의 부정’이란 답을 전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기본적으로 IT기술을 활용한 신생 회사들을 통틀어 스타트업이라 묶어 부르곤 하지만 결국 다양한 배경의 창업자가 각자의 방식으로 운영하는 각각의 회사일뿐이다.


비교적 젊은 구성원들의 비중이 높고, 아직 근무환경이라는 것이 형성되기 이전 기업들이 많기 때문에 자유로운 분위기를 유지하는 곳들도 상당수 존재하지만. 수 천 수 만개의 기업들의 업무환경을 일반화하여 생각했다가는 후회하기 십상이다. 더군다나 생존을 두고 보다 치열하게 경쟁하는 환경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보다 타이트한 일정과 과중한 업무가 일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언젠가 최고의 복지라며 각종 언론 인터뷰를 뿌려대던 중소 규모 스타트업의 실상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던 적이 있다. 그러니 이직을 고민 중인 디자이너라면 각각의 회사에 대하여 사전에 꼼꼼히 체크하고 해당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 및 문화가 자신의 기대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한 뒤 결정할 것을 권한다.



2. ‘일에서 행복을 얻는다’는 말에 공감하는가?


정신론으로 무장한 기업가가 직원을 세뇌하기 위해 뱉는 말 같지만. 스타트업의 생존 경쟁은 녹록지 않다. 당장 1년 뒤에 회사가 유지되고 있을지조차 막연한 조직에 몸담기로 결심했다면, 적어도 그 순간의 경험이 다른 무엇보다 즐거워야만 할 것이다. 최악의 경우 그 즐거움이 당분간 내가 누릴 유일한 복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자칫 사회 1면에서 노동착취라고 비난받을법한 근무 시간과 강도가 괴로움으로 여겨질지 즐거움으로 여겨질지는 온전히 자기 자신에게 달렸다. 기존 조직의 비효율에 지쳤거나, 일보다 정치가 일과를 지배하는 환경에 질렸다면.. 덕분에 일다운 일을 하지 못해 정체성에 혼란을 맞이하고 있다면 스타트업이 대안이 될지 모른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 어떤 팀과 일하느냐에 따라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지만..) 스타트업의 구성원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나를 움직이는 것은 ‘내가 움직인 만큼 회사가 성장한다.’라는 것이다. 이것이 매력으로 다가오지 않는다면 스타트업은 매우 위험한 선택일 수 있다.



3. 스타트업에서는 의도된 못생김이 필요할 때도 있다.


주로 미대(시각디자인) 출신의 디자이너들은 어쩔 수 없이 심미적 완성도나 트렌디한 스타일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 교육받아왔고 디테일에 집착하는 것이 미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의도적으로 시각적 완성도가 떨어지게 만들어야 할 경우가 많고 (높은 퀄리티의 아웃풋은 사용자에게 완성도에 대한 기대감을 높여 부족한 부분을 발견했을 때의 실망감까지 덩달아 키울 수 있다.) 완성되지 않은 기능의 제품이라도 고객 앞에 내놓아야 할 경우가 있다.


잘 알려진 스타트업 베이스캠프의 창업자 제이슨 프라이드가 이에 대한 생각을 공유한 글이 있으니 관심 있다면 읽어보자. (Drudge Report의 웹디자인이 최고인 이유)


지금 바로 RedditCraiglist를 살펴보자. 투박하고 세련미가 다소 떨어지는 이 두 웹사이트가 미국 웹사이트의 트래픽 순위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반면 디자이너 커뮤니티인 드리블에서 인기 순위를 다투고 있는 썸네일에 담긴 핫하고 슬릭 한 그 제품을 사용해본 적이 있는가?



4.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


이제 막 시작한 스타트업에 합류하기로 했다. 실리콘밸리 드림을 꿈꾸며 이 기회에 나도 대박 한 번 내봐야겠다.라고 생각한다면 결정을 재고해볼 필요가 있다. 이 영상의 36분 지점부터 살펴보자.


페이스북의 공동창업자이며 협업도구 Asana의 대표인 더스틴 모스코비츠는 기대 가치 100억 인 스타트업에 10번째 멤버로 합류하는 것보다 기대 가치 1조 인 스타트업에 100번째 멤버로 합류할 때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이 크다는 것을 표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직설적으로 말한다면 당신이 얼마만큼의 리스크를 감수할지 결심하기 전에 리턴의 크기 역시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디어에서 성공 사례로 다뤄지는 그나마 많지도 않은 국내 스타트업의 엑시트 규모가 대다수 10 – 100억 단위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향후 당신이 얻게 될지도 모르는 리워드의 규모가 지금 다니고 있는 대기업 연봉과 보너스 몇 년치를 합친 정도에 불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만약 당신의 팀이 Next 쿠팡이나 카카오가 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뛰어들어도 좋다. 하지만 가능하다면 경제적 혜택을 뛰어넘는 미션을 찾고 있기를 바란다. 그게 아니라면 버티기 힘든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으니 말이다.



5. 내가 주인인 기업?


스타트업에 합류하며 내가 주인인 회사를 꿈꿨다면. 그 꿈에서 빨리 깨어나기를 바란다. 스타트업의 주인은 주주이다. 그리고 창업자가 최대 주주인 경우가 많으니 엄밀히 말해서 창업자(대표이사)가 주인이다.


많은 의사 결정을 내리는 동안 종종 그의 판단이 나의 생각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다. 기존의 회사에선 목소리도 낼 수 없었지만 몇 안 되는 인원의 회사인 만큼 의사 결정을 좌우할 수 있을 거란 생각으로 대표와 싸워 이기려 한다면 당신은 팀의 트러블 메이커가 되기 십상이다. 물론 당신이 공동창업자나 대표에 버금가는 주주라고 한다면 조금 다른 얘기가 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스타트업의 의사 결정은 대표가 내린다. 이것은 ‘각하께 충성을!’ 류의 전제군주적 기업문화가 바람직하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애초부터 스타트업에 합류하는 것에는 대전제가 깔려있다. ‘창업자의 비전을 나침반 삼아 나아가는 배에 선원으로 올라타는 것’이다. 스타트업의 희박한 성공 가능성을 그나마 높이려면 모든 선원들이 하나의 비전으로 똘똘 뭉쳐야 한다. 도착지가 황금성 일지 해골섬 일지는 결국 끝까지 가봐야 판명되는 것이기 때문에 내 맘대로 키를 잡으려고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선장인 창업자가 나아가는 길이 진심으로 잘못됐다 믿는다면? 과거 몇 번의 실수를 통해 배운 것이지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야지 절을 때려 부수면 안 된다. 당신이 믿는 성공을 향한 방향이 그의 것과 다르다면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남거나 혹은 떠나서 새로운 배를 만드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아닐까?



6. 스타트업은 하나이기도하다.


앞서 스타트업은 하나의 회사가 아니라는 말을 했지만. 어찌 보면 하나 이기도하다. 스타트업 이직을 고민하는 디자이너들이 가장 많이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는 ‘고용 불안정성’이다. 사실 최근 돌아가는 현실을 보면 더 이상 안정적인 직장이란 게 있기는 한가 싶지만.


일단 스타트업에 합류한다고 해서 당신의 고용 안정도가 현저히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 물론 가장 좋은 옵션은 합류한 회사가 성공적으로 성장하는 것이다. 이렇게 된다면 당신의 고민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합류한 회사가 망한다면? 벌써부터 직장을 잃고 백수생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당신과 같은 이유로 스타트업 업계로 넘어오지 못하는 디자이너가 훨씬 많은 탓에, 유망한 스타트업들에게 당신처럼 좋은 디자이너를 만나는 일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저 제품을 통해 당신의 실력을 증명하는 것뿐이다.


어쩌면 어떤 스타트업으로 이직을 결심하는 것은, 당신의 커리어에서 선택할 수 있는 더 많은 회사를 만나게 되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결.


적다 보니 곳곳에 부정적으로 비치는 내용이 곳곳에 눈에 띄긴 하지만 결론은 누가 봐도 좋은 선택처럼 여겨지는 게 나에겐 최악의 선택일 수 있고. 누가 봐도 험난한 여정이 내게는 즐거운 여정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었다.


미디어에서 지나치게 포장하거나 혹은 지나치게 겁을 주는 등 현실과 다소 거리감 있는 내용을 반복적으로 노출하지만 결국 선택은 당신의 몫이고 그 결과가 복권처럼 대박 아니면 꽝일 리는 없다.


어차피 100세 시대라는데 물려받은 땅이라도 있는 게 아니라면 싫어도 어쩔 도리없이 일해야 할 세월이 구만리다. 그러니 기왕이면 자신이 즐길 수 있는 길을 찾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봐도 괜찮지 않을까?



추가 사항


앞서 대다수의 내용은 아직 20-30명 내외의 구성원으로 운영되는 얼리-미드 스테이지의 스타트업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볼 수 있다. 부족한 자원의 기업들이 우선순위를 결정함에 있어 도움이 되기를 바라지만. 일정 수준을 넘어선 성장 단계에 다다르면 사업의 여러 부문이 경쟁에 노출되고 대중을 향해 매스마케팅 등을 진행해야 할 상황이 발생한다. 이 때 부터는 제품의 모든 방면에서 질적 향상이 중요해진다. 특히 기업의 인상을 결정짓는 브랜드 영역의 경우 기술, 가격 만으로는 변별하기 어려운 지점에서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고 팬덤으로 이어지게 하는 중요한 요인이라 생각할 수 있다.


흔히 ‘디자인 = 애플’로 통일되는 맥락에서 장인정신이 강조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제품을 사용하는 전체 과정 안에서 (ex. 포장을 뜯는 순간 부터 사용하는 내내) 감각적으로 풍요로운 만족을 얻는 것은 단순히 한 두개의 기능적 우위가 가져다 줄 수 있는 것보다 훨씬 큰 가치를 창출한다.


물론 이 시점에 다다른 스타트업 (엄밀히 말해 Uber, AirBnB, 라인 등의 기업도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으니 만큼) 이라면 자체적인 디자인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을테지만. 만약 구직하는 디자이너 입장에서 더 높은 경지의 장인정신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을 찾는다면 초기 스타트업 보다는 이미 어느정도 성장을 이뤄낸 기업이 (적어도 시리즈 C-D 라운드 이상이며 디자인 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규모) 업무 만족도를 높이는데 적합한 형태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원문: 정선우의 brun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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