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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비용'에 시달리고 '탕진잼'에 만족하는 젊은이들에게 내일을 보여줄 수 있을까?

조회수 2017. 8. 24. 16: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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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

‘시발비용’은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면 쓰지 않았을 충동적 비용”을 뜻하고, 시간이나 재물을 낭비한다는 의미의 ‘탕진’과 ‘재미’를 줄인 ‘잼’을 합성한 ‘탕진잼’은 “소소하게 낭비하는 재미”를 뜻한다. 며칠 전 아침 ‘경향신문’에서 한 전문가는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을 이렇게 해석했다.


“미래를 준비할 여유도 없이 순간의 쾌락에 집중하는 일종의 ‘우울증’이 자리 잡고 있다. 취업난에 시달려 아무리 노력해도 취업이 힘들고 내 집 마련 등 미래를 설계할 수 없다는 현실은 미래를 포기하고 현재의 쾌락에 집중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다.”

일본의 사토리세대가 보여준 소비 트렌드가 바로 이것이었다. 나는 사토리 세대를 ‘절망 세대’로 번역했지만 한 매체에서는 ‘달관 세대’로 번역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국이나 한국에서는 임금이 낮고 해고하기 쉬운 하층의 노동력을 외국인 노동자로 해결하고 있지만, 일본에서는 젊은이들이 그 역할을 떠맡고 있다. 그래서 젊은이들은 일자리 걱정은 하지 않지만, 미래는 불안하니 현재의 자잘한 소비에 만족하는 것이다.

후루이치 노리토시는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에서 “오늘보다 내일이 더 나아질 리 없다”는 생각이 들 때 인간은 “지금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정리했다. 


언젠가 행복해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던 고도성장기나 거품경제 시기에 젊은이들의 생활만족도가 낮게 나타났지만 거품경제가 붕괴하기 직전인 1985년, 옴진리교 사건과 한신·아와지 대지진이 발생한 이듬해인 1996년, ‘격차사회론’이 빈번하게 논의된 2006년에는 생활만족도가 절정에 달했다는 것이다.


‘커다란 세계’에는 만족하지 못하고 자신들이 머무는 ‘작은 세계’에는 만족하고 사는 젊은이들이 보여주는 트렌드가 ‘레벨업’이었다. 평소에 컵밥이나 라면을 먹거나 굶어가며 돈을 모아 친구와 1박 2일의 여행을 다녀오는 것을 최고의 행복으로 여기는 것이 바로 레벨업이다.


이런 성향은 여가생활과 문화 전반과 패션, 뷰티, 레저, 출판, 오락 등에서 고루 나타난다. 후루아치는 이를 ‘컨서머토리’라는 용어로 설명했다. 컨서머토리란 “자기 충족적이라는 의미로, ‘지금 여기’라는 신변에서 가까운 행복을 소중히 여기는 감각”을 뜻한다.


얼마 전, 영화 <택시운전사>가 900만 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군함도>는 겨우 18,637명이 봤다고 한다. 650만 명을 막 돌파했는데 이제 700만 명도 어려워 보인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택시운전사>가 웰메이드 영화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지금 젊은이들의 심리에는 맞는 영화가 아닌가 싶다.


요즘 많이 듣는 질문이 영화의 내용이 사실이냐는 이야기다. 그건 사실이다. 한때는 그걸 알리려고 노력하던 사람들이 감옥에 갔다. 광주 시민들은 뻔히 존재했던 사실마저 왜곡되는 현실에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영화는 그런 진실을 진지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게 젊은이들에게는 좋게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물론 많은 이들이 눈물을 흘렸다. 나는 작은딸과 함께 봤는데 많이 울었다.


나는 1980년대 중반 이후 매달 광주로 출장을 갔다. 1985년 12월 9일에는 창작과비평사가 5공 정부에 의해 등록이 취소당하는 바람에 신간을 낼 수 없었다.


도매상에는 수금할 것이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마음이란 게 얼마나 사악한가! 나는 광주 종합서점에 들러서는 한 구석에서 책을 보는 척했다.


그러면 조수웅 사장님이 불렀다. 그리고 은행어음을 끊어주었다. 내가 장부에 사인을 하겠다고 하면 “네가 내 돈을 떼어먹겠어! 꼴 보기 싫으니 당장 꺼져!”하고 소리치곤 했다. 장부가 마이너스가 되고서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


지나놓고 생각해보니 조 사장은 내가 예뻐서 준 것이 아니라 광주를 피로 물들인 5공 정부가 싫어서 준 것이었다. 하여튼 그런 분들의 애정으로 어려운 시기를 넘길 수 있었다.


그러다 1990년에 『소설 동의보감』이 터졌다. 나는 오로지 광주의 도매상에는 종합서점에만 공급했다. 다른 총판이나 도매상에서 내가 거부할 수 없는 사람들까지 동원해 현금을 줄테니 책을 달라고 해도 나는 오로지 종합서점에만 공급했다.


그 책이 400만부나 팔렸으니 내가 좋은 이야기만 들은 것이 아니다. 나중에는 내가 매우 독선적이고 권위적이며 아집만 가득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었다. 나는 아직도 그런 식으로 살고 있다. 그러니 이 모양인 이 꼴로 살고 있다.

하여튼 젊은이들에게 미래의 꿈을 펼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지금 내 회사에 다니는 직원들은 몇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내 큰딸보다 나이가 어리다. 그러니 내게는 모두 자식이나 마찬가지다. 회사의 이익보다 그들이 미래를 펼칠 수 있는 자신감을 안겨주고 싶었다.


그래서 최저임금부터 올리고 자신감을 갖도록 배려했다. 퇴근 시간 이후에 일을 하면 빨리 집에 가라고 했다. 회사밖에 모르고 일한 내 인생을 봐라! 얼마나 불쌍한가? 절대로 나처럼 살지 말라고 독촉하고 있는 중이다.


어제 학교도서관저널 초대 편집장을 했던 친구가 『독서활동을 위한 북트레일러 활용 설명서』를 밤새 마감하고 최종파일을 보내왔다. 새벽 5시 18분. 저자인 최용훈 선생이 ‘북트레일러’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내가 책날개에 적힌 저자 약력을 본 것이 처음이다.


이 파일을 다시 넘겨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독서교육에도 이제 영상이라는 날개를 달고 있다. 책 속의 이미지에 붙어있는 QR코드를 활용하면 교사는 아이들에게 수많은 북트레일러 영상을 보여주면서 독서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다.


집안일로 시골에 내려갈 수밖에 없었던 친구를 꼬드겨 일을 하게 했더니 휴일에 밤을 새워가며 일을 했다. 친구는 이번 일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편집자가 천직이라는 것도 느꼈다고 했다.


좋다. 본인이 원하면 나하고는 언제까지나 같이 일을 할 수 있다. 함께 일한 디자이너도 오랫동안 내 일을 도와준 친구다. 이 친구는 이제 미래가 불안하지 않다고 했다.


다른 친구들도 그랬으면 좋겠다. 어제 일이 빨리 끝나면 저녁을 사주겠다고 했는데 밤새도록 일하고 새벽 첫차를 타고 부모님이 계신 시골로 내려갔다. 많이 미안했다.


아침에 본 신문 기사 제목은 “오늘뿐인 청춘에게, 내일을 보여주세요.”다. 과연 우리는 내일을 보여주고 있는가? 예스24가 올해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2,215억6,697만원, 15억5,291만원을 기록, 전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8.59%, 163.5% 증가했다는 사실을 언론을 통해 밝혔다.


수십 권의 책을 한꺼번에 소개하는 이벤트, 다른 단체가 선정한 목록을 게시하는 이벤트에서마저 15만 원 이상의 광고비를 흡혈귀처럼 받아 챙기며 악착같이 광고비를 뜯어내지 않았으면 과연 영업이익을 낼 수 있었을까?


출판사는 광고를 해서 10만 부 이상을 팔아야 겨우 손익을 맞출 수 있을 정도(인건비와 경상비를 감안하면 그나마 적자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라는데 그들은 이렇게 자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그렇게 하고도 겨우 이 정도의 이익?

출판이 비전이 없다는 아우성 소리가 갈수록 켜져 가고 있다. 자신밖에 모르는 출판경영자들은 직원들의 고혈을 쥐어짠다는 소식도 들린다.


곳간에서 인심이 나는 법이다. 처음부터 악독하게 살려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는 인간은 원래는 선했다는 성선설을 평생 믿어왔다. 하지만 너무 현실이 힘들어졌다.


그래서 피도 눈물도 없다는 소리를 듣는 출판경영자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이제 그들은 출판은 도저히 이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도망갈 길만 찾는다.


이제 우리 현실을 제대로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이렇게 대형 유통업체에게 피를 빨려가며 겨우 목숨을 유지하는 출판으로는 미래가 없다. 앞으로 더욱 정밀하게 분석해볼 생각이다.


원문: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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