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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딩 전문가가 된다는 것 : 대학생 분들께 올립니다

조회수 2017. 8. 21. 18:2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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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 일을 하려고 하나요? 왜 당신이 해야 하나요?

대학교 4학년 님들. 곧 사회에 첫발을 디디는 분들을 대상으로 직무교육을 몇 번 한 적이 있었습니다. 아주 재미있었죠. 당장 일주일 뒤에 입사하는 분들인지라, 궁금증이 폭발하는 초롱 눈빛 광선을 쏟아내서 심장 폭행을 당했습니다. 느아아아앗!

초… 초롱눈빛광선이라니!!!!! 크헙!

어떤 직무들을 선택하셨는지 살펴보니 대부분 마케팅/브랜딩/기획자를 꿈꾸고 있더군요. 줄여서 '마브기'라고 하겠습니다. 이 마브기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대부분 뭔가 열정이 넘치고 내 손으로 뭔갈 해보고 싶은 강렬한 욕망이 두 눈에 이글거리는 사람들이었죠. 그 광선으로 심장을 맞았으니 얼마나 거친 강의였겠습니까.


하지만 가슴이 아픈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보니 단순히 초롱눈빛광선 때문만은 아니었습니다. 기도를 타고 폐부로 고구마가 느껴지면서 폐정맥이 텁! 막히는 느낌이 동시에 들기도 했습니다. 고구마가 탄생한 이유는 이런 것들 때문이었습니다.

나 : "브랜딩이 무엇이라고 생각해요?"
초롱이들 : "알리는 거요!" / "회사를 유명하게 만드는 거요!" /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는 거요" / "애플이요!" / "스티브 잡스요!"
나 : (크게 당황하며) "음 그래, 그럼 브랜딩 직무에선 무엇을 할 것 같아요?"
초롱이들 : "기획이요!" / "분석하는 거요!" / "SNS플랜짜는거요!" / "엄청 멋진 일이요!"

아하, 그때 깨달았습니다. 이 아이들, 정말로 순수하다!

… 그렇군.

그래서 오늘은 대학생님들. 그러니까 브랜딩/마케팅 등 관련 직무를 꿈꾸는 대학생님들을 위해서 이것이 무엇이고 무슨 일을 하는 건지 디테일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팩폭이 가끔 등장할 수 있으니,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헤헷.


참고로 전 비주얼 파트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써왔던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회사에 필요한 대부분의 '눈에 보이는 것들'을 만들죠. 그러나 비단 이것만이 브랜딩은 아니므로 전방위적인 영역에서 조금 건드려보겠습니다.


제가 겪어보지 않은 놀라운 브랜딩의 세계도 존재하므로 제가 말하는 것이 진리는 아니며, 항상 모든 일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므로 조상3대의 공덕을 바라고 100일 새벽기도를 병행하며 입사·창업준비를 하시는 것이 옳다고 여겨집니다.



본문으로 들어가며


브랜딩이 뭐냐, 뭐 이런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그래도 궁금하신 분들은 뒤로 가기를 눌러서 제가 썼던 다른 글들을 읽어보시면 지겹도록 들으실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주로 어떤 일을 하는지 주로 다루겠습니다.



1. 폭풍 PPT


일단 마케팅과 브랜딩 막 이런 단어 뽕에 취해서 우와 졸라 멋있어!!! 라는 느낌이 충만하겠지만, 실제로는 그대가 생각하는 것만큼 멋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노가다고 논쟁이죠. 그 노가다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노가다는 PPT 작성입니다.


브랜딩이든 마케팅이든, 결국 눈에 보이는 결과를 만들어야 하고 그것을 위해 무언가 투자되어야 하는 것이 보통입니다. 돈 없이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거든요. 그렇다면 받은 돈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에 대한 플랜이 나와야 하겠죠. 이 내용을 시각적으로 바꾸고, 표로 정리하고, 레퍼런스를 잔뜩 첨부한 뒤 액션플랜을 작성하고 세부안을 구성해서 PPT로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러니 PPT를 잘 못 하는데요… 라고 하면 안 됩니다. 대학에서 안 배웠지만, 졸업하자마자 잘하게 되는 기적을 선보여야 하죠. 게다가 '잘 한다'의 기준은 디자인이 아닙니다. 물론 디자인감각이 있다면 매우 훌륭하겠지만, 사실 당신은 디자이너가 아니니 굳이 그들만큼 잘할 필요도 없습니다. 가독성이나 뭐 이런 거 신경 쓰지 말고 일단 '빨리'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모든 기획이 그렇습니다. 그중에서도 액션 플랜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그냥 빨리 만드세요. 뭘 얼마나 완벽하게 만들진 모르겠지만, 당신이 무엇을 만들어도 어차피 수정과 까임은 피할 수 없습니다.

보노보노 PPT는 대학 시절에 떼고 오는 것을 추천합니다



2. 폭풍전화


전화를 한다는 것은 벨의 발명 이후 인류의 최대고민이자 숙제가 되었습니다. 얼굴을 전혀 보지 않은 상태에서 내 말로만 상대와 커뮤니케이션 해야 하니, 그 스킬과 난이도가 거의 '조별과제를 모두가 분담해서 열심히 하게 만드는 수준'(=불가능)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마브기(마케팅, 브랜딩, 기획)는 절대 혼자서 모든 것을 해낼 수 없습니다. 협업과 협조가 필요하죠. 사내에선 다른 팀과 커뮤니케이션 해야하고, 외부에선 협력업체나 유관기관과 끊임없이 통화를 해야합니다. 물론 이것은 마브기뿐 아니라 대부분의 직무에서 벌어지는 공통사항이긴 하나, 특히 마브기는 싹싹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서로의 이해관계를 조율해나가야 하는 것이 태반입니다. 게다가 아시다시피 단순히 견적 조율뿐 아니라 뭔가 미래가치와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하는 것이니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평소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설명해 보는 힘을 기르도록 합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설명해보자. (연습예제)

1. 나 오늘 뭐 달라진 거 없어? 에 대답해 보자.
2. 나는 왜 침대를 좋아하는지 설명해 보자.
3. 치킨 브랜드별 맛의 차이와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논해보자.
4. 인생은 한방인가? 라는 주제로 토론해보자.
어… 어… 내가 좀 바쁜데… 어…



3. 폭풍글짓기


전화 못지않게 글쓰기의 힘은 엄청납니다. 신에게서 글 쓰는 재능을 받은 기억이 있는지 태초의 기억을 되새겨보도록 합시다. 만약 그런 기억이 없다면, 진로에 대해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는 그런 재능이 있는 지구상의 몇 안 되는 종족을 찾아 나서는 것이 현명할 것 같습니다.


마브기에 있어서 글은 기획안을 써내는 데에 필수적입니다. 또한 메일링에서도 필수죠. 기획안을 썼으면 중간보고, 회의록, 결과보고를 써야 할 것이고 중간에 발생하는 각종 보고서, 설명글, 보도자료 등등 글 쓸 일이 당신의 상상을 초월하며 우주를 뚫는 수준입니다.


기획안을 쓰는 방식에 대한 테크니션적인 부분들은 보통 인터넷이나 서점에 널려있습니다만, 정작 그 책을 아무리 읽어도 내용을 채울 수가 없어서 어버버버 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길게 쓰는 것이 어렵다구요? 아닙니다. 짧게 쓰는 것은 그 수천 배는 어렵습니다. 게다가 글짓기에 억겁의 세월이 걸린다면 그것은 재능이 있다고 말하기 힘듭니다. 위에서도 말했듯 마브기는 시간 싸움입니다. 빨리, 제대로, 딱딱딱 움직여줘야 가능하죠. 그 속도에 맞추려면 후루룩 써내는 능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연습을 통해 이루어지긴 합니다만 당신이 상상하는 이상의 시간과 고통을 각오해야 할 것입니다. (안된다는 말이죠.)

분명… 한글인데… 못쓰겠어…



4. 존심은 없다


본인의 컨텐츠를 열심히 마브기해서 자립할 거야! 라는 생각은....물론 굉장히 좋은 생각이지만 현실성이 떨어집니다. 대부분의 마브기는 클라이언트의 요청에 의해 진행됩니다. 이 말인즉슨 당신이 아무리 책에서 읽고 공부하고 네트워킹파티에서 강연을 듣고 오만 난리를 다 부려도 결국은 클라이언트의 오퍼가 최우선이란 얘깁니다.


물론 이게 맞고 이건 안된다라는 '제언' 정도는 할 수 있겠으나 그게 통할 가능성은 꽤나 희박합니다. 아시다시피 대학생님들은 신입사원으로 입사를 할 것이고, 경력이나 레퍼런스도 없습니다. 똑똑하고 박학다식하지만 마브기는 대부분 현장 중심이기 때문에 현장에서 난다긴다하는 사람들의 선입견을 깨부수기가 여긴 쉽지 않습니다.


뭔 말을 해도 통하지도 않고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이게 맞나? 싶은 생각이 하루에 6000번 정도 든다면 지극히 정상입니다. 존심은 당분간 금고에 넣어놓으시는 게 좋습니다.



5. 아무 말 아무 일


마브기의 세계는 대혼돈의 5호 16국 시대와 흡사합니다. 서로가 너무 잘 알고 있기에 각자의 경험과 지식이 맞다고 우겨대는 곳이죠. 널린 정보와 서적들 덕분에 거의 대부분은 어느 정도 노력만 하면 대충 전문용어 써가며 있어 보이는 척을 할 수 있는 수준에 오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정말 먹힐 것이냐 하는 것은 오롯히 실무자의 몫이죠. 참고로 여기서 실무자는 당신입니다.


이런 컨셉으로 가자! 이런 방향으로 가자! 라는 말을 하기는 참 쉽습니다. 왜냐면 그에 수반되는 각종 잡무와 필요한 자료들은 어차피 당신이 할 몫이기 때문에 결정권자들은 그냥 아무 말을 하죠. 하지만 실제 일을 하다 보면 물리적으로 불가능하거나 모순되어 말이 안 되는 경우들이 너무너무너무너무 많습니다.

폴더를 옮기고 / 서류파일을 정리하고 / 양식을 만들고 / 보도자료 쓰고 / 기자와 통화하고 / 메일 보내고 / 기획안 쓰고 / 회사제안서도 만들고 / 홍보문구도 써야 하고 / 고객들 설문도 하고 / 페이스북 카드뉴스도 만들고 / 자료도 찾아야 하고 / 저작권도 알아봐야 하고 / 업체도 알아보고 / 견적조율도 해야 하고 / 지출결의서도 써야 하며 / 내 책상도 정리해야 하고 / 밥도 먹어야 하는데 / 미팅보고서도 써야 하고 / 간담회도 만들어야 하고 / 행사장도 대관하고 / 배너도 만들고 / 내부양식도 정리하고 / 트렌드 조사도 하고 / 이벤트도 해야 하고 / 스폰서드 광고 관리도 하고 / …

당신은 큰 일 작은 일 할 것 없이 거의 전사적으로 잡다한 일들을 도맡게 됩니다. '브랜딩'이라는 이름이 가지는 무게감이 얼마나 큰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해요. 마브기는 전방향적으로 회사에 대한 인지도와 인식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그걸 고작 1, 2명의 담당자가 한다는 것 자체가 일단 말이 안되지만 그렇게 채용을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회사에 관련된 모든 것을 해라. 라는 의미와 비슷하달까요. 그러니까 이것은 거의 '기타업무' 와 같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하면서 페이스북 '좋아요'도 50,000으로 만들어 놔야하고, 판로도 개척해야하고 제휴도 맺어야하고 블로그도 일방문자 1,000을 만들어야 하죠. How to는 아무도 알려주지 않을겁니다. 사실 그들도 못했던 것이니까요.


되게 멋진 이름과 그럴싸해보이는 것들은 대부분 '추상적'인 단어들입니다. 마브기는 그 대표라고 할 수 있죠. 마브기는 애시당초 탄생자체가 발로 뛰고 몸으로 움직여서 회사를 알리고 조사하고 현장에서 뒹구는 직무입니다. SNS채널이 생기고 온라인작업들이 많아지면서 뭔가 혁신적으로 변하고 크리에이티브해진 것 같지만 본질은 똑같습니다. 이마에서 땀을 흘리냐, 손에 땀이 차냐의 차이랄까요?


환상을 버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마브기는 여러분이 책에서 보던 그런 것들과는 확연하게 다른 것입니다. 어쩌면 맥락도 뭣도 없는 잡무에 가까운 일들을 처리하느라 정작 책에서 그렇게 많이 언급하던 '가치'라는 단어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질 가능성이 더 높죠.

정신차렷



그런데도 이 일을 하고 싶은 당신이라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마브기를 해야겠어! 라고 생각한다면 다음의 세 질문에 답을 하고 시작해보세요.


1. 왜요?

2. 어떻게요?

3. 왜 그걸 당신이 해야 해요?


가치 있는 일을 세상에 알리는 것이니까요! 라는 대답 말고, 정말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답변을 해보세요.  

전 여기서 영상컨텐츠제작과 이것을 유투브 채널로 운영했을 때 생기는 배리어를 파악하고, 그 해결방법을 모색해 보고 싶어요. 특히 30대 여성 대상으로 한 영상컨텐츠의 특징과 그 반응들을 살펴보는 것이 주목적이예요. 이것을 기반으로 추후에 여행 영상 페이지를 운영할 때 프로세스를 분명히 잡고 극복할 수 있는 레퍼런스를 만들고 싶거든요.
일단 제가 생각하는 10가지 컨셉을 하나하나 실험해볼 계획이예요. 그래서 각 컨셉별로 데이터를 분석해볼 생각입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진행하는 컨텐츠들 중 잘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을 표로 정리해볼 거예요. 가능하다면 추후에 30대 여성들의 여름휴가를 타겟팅한 여행 영상 공모전을 기획해봤으면 좋겠어요.
여행 동영상은 어마어마하게 많지만, 특히 저는 우리나라가 너무 사랑스러워요. 그래서 남들이 여행지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는 우리나라 여행지들을 알리고 트렌디한 여행컨셉을 만들어내고 싶어요. 해외의 유명 트레킹코스만큼 유명한 트레킹코스도 만들고싶구요. 전 어릴 적부터 혼자 거의 전국을 여행 다니곤 했는데, 그 레퍼런스를 꼭 살리고 싶어요.

적어도 이 정도의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꿍꿍이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그냥 멋있어 보여서요, 무슨 가치와 사회적 문제를 위해… 이런 얘기 하지 말고. 이 질문에 답이 나왔다면, 아래의 것들을 실천해보셨으면 좋겠어요



1. 마브기는 이빨까는 게 아니라 현장과 결과로 승부하는 곳입니다. 뭐든 프로토타입을 만드세요.

  1. 판매 쪽에 관심이 있다면 실제로 10,000원어치의 물품을 편집샵에서 구매한 뒤에 본인의 SNS로 다시 팔아보세요. 그리고 이윤을 남기세요!
  2. 디자인 쪽에 관심이 있다면 실제로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수제 캔들의 리플렛이라도 만들어서 뿌려보세요. 사람들의 관심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보는지 그걸 먼저 파악하셔야 해요. 실제 내가 만든 디자인과 굿즈가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력을 주는지, 꼭 인쇄까지 가지 않아도 상관없으니 온라인 컨텐츠라도 만들어서 여러 사람들의 피드백을 받아보셨으면 해요.
  3. SNS에 관심 있다면 당장 페이지를 만들어서, 시즈너블한 뉴스들을 정리해 올리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일단 좋아요 1,000을 만들어보세요.
  4. 글을 쓰기로 했으면 브런치든 콘텐타든 가입해서 아무 글이나 일단 10개 이상 올려보세요.
  5. 오프라인행사를 하고 싶다면 2명이든 3명이든 당장 주말에 지인들부터 모아서 주제를 잡아서 독서든 스터디든 진행해보는 거예요.

이게 안 되면, 사실 마브기에 발을 들이기는 쉽지 않습니다. 마브기의 직무는 대부분 '내가 알아서 하는 것'이 많답니다. 신입사원 입장에선 거의 미쳐버릴 일이죠. 내가 알아서 하려면 해본 게 있어야 레퍼런스가 되거나 기준점을 잡을 수 있어요. 아무 프로토타입이 없다면 엄청난 막연함에 압도당하고 말 거예요.



2. 시작과 결과의 모든 과정을 기록하고 남기세요.


우왕 해봤더니 이렇더라! 라는 건 본인만 알고 있는 것입니다. 그 과정에 대한 모든 기록을 철저하게 어디에든 남기세요. 그래야 포폴도 되고, 레퍼런스로도 효용 가치가 있습니다.


이 기록이 없다면 추후에 입사 지원할 때도 아무 말도 할 수 없어요. 사진자료든 기획안이든 뭐든 가지고 있어야 해요. 본인의 SNS에 하나하나 올리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워낙 흩어져버릴 가능성이 높으니 워드나 PPT로 하나하나 정리해서 파일링 해놓으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정말! 꼭! 제발!


저는 이 기록들이 없어서 진짜 땅을 치고 후회한 케이스인지라, 같은 후회를 반복하지 않으시길 바라요!



3. 강의 들으러 다니지 말고, 자신의 색깔을 키우시길


카카오 대표님, 배민 대표님의 강연을 듣고 우와우와 하는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거기에 휩쓸리지 마세요.


마브기 계통의 사람들이 하는 말들 중 '자기 의견'이라고 할만한 것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미 대세론으로 자리잡힌 대부분의 '구글에서 찾으면 나올만한'전략들이 대부분이죠. 내가 아직 전문가는 아니므로 나만의 이론을 구축하거나 그러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내 색깔이 무엇인지 정도는 알고 있어야 합니다.


처음엔 잡다한 온갖 일에 치여 지내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선호하는 채널과 마브기하는 방법들이 잡혀가기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은 현장체질이라 발 벗고 뛰는 걸 선호하고, 어떤 사람은 필력이 쩔어서 글로 승부하길 좋아하죠. 내 역량과 재능에 맞는 색을 잡아가시는 게 먼저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마브기의 핵심은 전문용어를 지껄여대는 것이 아닙니다. 중요한 건 결과를 내는 것이고, 그 이유가 명확해야 하는 것이죠. 그러니 말 잔치에 휩쓸리지 말고 나만의 러프한 전략을 수정해가면서 탄탄하게 다져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1번을 실행하면서 서서히 그 방법들을 찾아갔으면 좋겠습니다.



4. 100원이라도 돈을 버세요.


절대, 죽었다 깨어나도 공짜로 뭐 하지 마세요. 뭘 하든 이윤을 남기시길 바라요. 디자인을 했으면 디자인비를 받고, 네트워킹파티를 열었으면 참가비를 받으세요. 제품을 팔 거면 무조건 이윤을 남기고, 글을 썼어도 후기 공모 지원을 해서 하다못해 물품이라도 협찬받으세요.


마브기는 자선사업이 아닙니다. 절대적으로 결과 중심적인 업무에 속해요. 이윤뿐 아니라 실제적인 이미지의 결과물도 중요하죠. 그러나 그것은 장기적인 관점이고, 현실적으로 여러분이 회사에서 일하려면 '이윤' 이 나오는 것인가? 가 중요합니다. 실제로 그것이 입증된 모델이 프로토타입으로서 살아남을 수 있죠.



5. 공부를 위한 공부는 그만! 업무를 위한 공부에 집중!


『마케팅 불변의 법칙』부터 『기획의 정석』까지 마브기관련 서적들은 널리고 널렸습니다. 요즘엔 그냥 인터넷뉴스만 잘 찾아봐도 블로그형 글들이 너무 많아서, 정보를 얻고 공부할 곳들은 쌔고 쌨어요.


그런 공부는 천천히 자연스럽게 되어가는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지금 입사하자마자 친절한 설명도 없이 바로 일을 해야 하는 직무를 꿈꾸고 있습니다. 마브기는 교육받아서 될 종류의 것이 아니니까요.


여러분들의 현실은 입사하자마자 카드뉴스 만들어야 하고, 포토샵 다루고, 보도자료 쓰고, 전화하고, 이메일을 쓰는 일입니다. 기획안도 바로 써야 하고 양식정리도 해야 해요.


디자인툴! 업무에 필요한 각종 사이트! 이메일 쓰는 법! 글쓰기에 대한 스킬들! 이런 걸 먼저 공부하시고 연습하세요. 아시다시피 회사는 학교가 아닙니다. 입사 전에 해당 툴이나 적정수준의 역량은 키워놓고 들어가셔야 여러분들의 마음의 상처를 최소화시킬 수 있어요.



마무리하며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브랜딩에 전문가는 없습니다. 브랜딩이란 것은 스킬도 테크닉도 아니거든요. 그것은 통찰이나 표현, 방향과, 행동과 일관성과 같은 좀 더 근본적인 영역을 다루는 일입니다. 그래서 배워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이 하는 걸 따라 해서 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 우리회사의 제품을 보고, 그걸 소비자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시각
  •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그 프로세스를 순식간에 포착해낼 수 있는 논리
  • 사람들이 말을 귀 기울여 듣고 그 함의를 파악해내는 센서티브함

이런 것들이 브랜딩을 성공시키는 요소랍니다. 그러니 거창하고 크게 생각하고 자꾸 추상적인 단어들을 입에 담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런 멋진 단어들은 위와 같은 기본적인 '기질'들과 그간의 경험이 쌓여서 만들어내는 하나의 '맥락'과 같은 것일 뿐이에요. 아무 경험도 맥락도 노하우도 없는데 자꾸 '가치, 가치, 가치, 가치'만 논하는 것은 굉장히 공허한 일이겠죠.


그러니 일단은, 이메일을 잘 쓰는 연습부터 시작해보도록 합시다.


원문: Aftermoment Creative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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