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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4차 산업혁명: '이미테이션 게임'과 '그녀'

조회수 2017. 8. 9. 15:4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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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 그 이후로 펼쳐진 인공지능에 대한 전망

사람과 닮거나 사람과 겨루거나, 인공지능(AI)

인간을 닮은 AI, 인간과 대결하는 AI는 영화의 단골 메뉴다.

2016년 12월 낯익은 이름 하나가 외신을 타고 전해졌다.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 박사. 이름이 낯설다면 기억의 시곗바늘을 3월로 잠시 되돌려보자. 당시 한국에서는 전 세계적인 관심 속에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국이 벌어졌다. 결과는 4대 1 알파고의 압승. 인류를 대표해 AI와 진검승부를 펼쳤던 이세돌 9단은 충격에 빠진 사람들에게 이런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세돌이 패했지 인간이 패한 것은 아니다.”


하사비스 박사는 알파고를 개발한 주인공으로, ‘알파고의 아버지’로 불린다. 세계적인 과학저널 <네이처>는 2016년을 뒤흔든 과학계 10대 인물로 그를 선정했다. 바둑에서 AI가 인간을 이기기 어렵다는 기존의 인식을 깨고, 스스로 사고하고 판단하며 위기까지 극복하는 AI를 탄생시킨 공로였다.


어쩌면 이세돌 9단과의 대국에서 진짜 승자는 알파고가 아니라 하사비스였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세돌이 전한 위로의 메시지를 이렇게 바꿔도 별로 어색하지 않다.

이세돌은 패했지만, 하사비스는 승리했다.

인간을 닮은 AI, 인간과 대결하는(혹은 협력하는) AI는 영화의 단골 메뉴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에 우리가 그토록 열광했던 이유는 그동안 영화에서나 보던 장면을 생중계로 지켜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영화 속 이야기가 걸어 나와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졌기 때문이다.


과연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 능력, 지각 능력에 언어 이해 능력까지 완벽하게 갖춘 기계, 혹은 프로그램(AI)은 등장할 것인가? 그런 AI와 함께 사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해답을 찾기 위해서는 더 많은 상상력이 필요하다. 분명한 사실은 영화와 현실의 벽은 갈수록 낮아지고, 영화 속 상상의 세계가 현실에서 눈앞에 펼쳐지는 장면을 우리는 더 자주 목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컴퓨터를 개발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의 삶과 죽음을 그린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의 한 장면.



컴퓨터, 그리고 AI 감별사 ‘튜링 테스트’의 탄생


여기 실마리를 찾을 수 있는 두 편의 영화가 있다. <이미테이션 게임>과 <그녀>. 한 편은 AI 기술의 탄생을, 또 한 편은 일상생활에 파고든 AI 기술의 단면을 보여준다. <이미테이션 게임>이 AI의 과거이자 출발이라면, <그녀>는 AI의 미래인 셈이다. 두 영화의 공통점은 지극히 현실적이라는 점이다. 아예 실존 인물과 사건을 다뤘거나, 실제 일어날 법한 일을 다뤘거나.


지난 2014년 개봉한 <이미테이션 게임>은 컴퓨터를 최초로 발명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1912~1954)의 삶과 죽음을 그렸다. 제2차 세계대전은 그동안 인류가 쌓은 과학기술이 총동원된 전쟁이었다. 동시에 암호 전쟁이기도 했다. 독일은 24시간마다 바뀌는 해독 불가의 암호기 ‘에니그마’를 통해 연합군을 궁지로 몰았다. 타자기 모양의 에니그마는 독특한 작동 방식과 원리를 통해 무려 1,590억의 10억 배(굳이 숫자로 표현하자면 1해(垓) 5,900경(京)에 해당한다. 사실상 무한대라고 보면 된다)에 달하는 경우의 수를 구현할 수 있다.


영화는 이 암호를 풀기 위해 앨런 튜링을 비롯한 일군의 수학자와 과학자로 암호 해독 팀이 결성되면서 시작된다. 하지만 에니그마는 그야말로 난공불락. 모든 노력이 무용지물이 되자 하나둘씩 지쳐 떨어진다. 결국, 팀이 해체 위기에 처했을 무렵 튜링은 암호를 해독할 수 있는 특별한 장치(크리스토퍼)를 발명한다.


튜링의 암호 해독은 수많은 목숨을 구하고 종전까지 앞당겼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의 삶은 행복하지 않았다. 동성애자였던 그는 다른 동성애자를 성추행했다는 혐의로 화학적 거세 판결을 받는다. 영화는 튜링이 독 묻은 사과(애플의 로고가 튜링이 먹은 사과를 상징한다는 설도 있다)를 먹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장면으로 막을 내린다.


그는 기계(컴퓨터)가 사람처럼 생각할 수 있다고 믿었고, 실제 스스로 생각하는 기계를 만들고 싶어 했다. 영화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기계도 생각할 수 있지만, 사람과는 다른 논리 구조로 생각한다.
영화 <그녀>의 주인공은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통해 단절된 사람과의 관계를 대신한다.

그가 고안한 튜링 머신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컴퓨터의 효시로 불린다. 또 논문 ‘계산 기계와 지성(Computing Machinery Intelligence)’을 통해 기계가 인공지능을 갖추었는지를 판별하는 ‘튜링 테스트’를 제안하기도 했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튜링 테스트의 다른 이름이다.


지난 2014년 영국왕립학회가 실시한 튜링 테스트에서 영국의 한 대학 연구진이 개발한 컴퓨터 프로그램 ‘유진 구스트만’이 처음으로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연구진은 “65년 만에 튜링 테스트를 처음으로 통과했다. AI 분야에서 역사적인 일이 일어났다”라며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챗봇(Chatbot. 채팅하는 로봇) 수준에 불과하다는 반론이 제기되면서 유진 구스트만의 튜링 테스트 통과 여부는 지금도 논란을 빚고 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이해하는 그대는 AI?


만약 대상을 영화까지 확대한다면, ‘사만다’는 튜링 테스트를 거뜬하게 통과했을 것이다. 사만다는 2013년 개봉한 영화 <그녀>에 등장하는 인공지능 운영체제(OS)다. 그녀는 목소리로만 존재한다. 하지만 인간의 학습능력과 추론 능력, 지각 능력, 언어 이해 능력까지 완벽하게 갖추고 있다.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AI와 가장 유사하다.


영화 초반 사만다는 주인공 남자가 외로움을 달래는 말동무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산책하는 해변에서, 잠들기 전 침대에서 사만다는 항상 함께한다. 그러던 어느 날 남자와 사만다는 사랑에 빠진다. 질투하고 그리워한다. 사만다는 프로그램을 돌려 직접 작곡한 곡을 들려주며 이렇게 말한다.

이 노래로 우리의 사진을 대신해요.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자신이 직접 개발한 개인용 AI 비서인 ‘자비스(Jarvis)’를 공개했다. 영화 <아이언 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AI의 이름이 바로 자비스였다.

물론 둘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영화는 우리의 외로움을 궁극적으로 해결해줄 대상은 AI가 아니라 결국 다른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하지만 영화는 말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지금처럼 단절되고 굴절된다면, 언젠가 우리도 AI와 친구를 맺고 사랑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사 그 관계가 실패하더라도 사람에게서 받는 상처보다 덜하지 않겠냐고. 실제 영화에서 사만다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은 주인공 한 명만이 아니다. 사만다는 수천, 수만 명과 동시에 똑같은 방식으로 교감을 나눈다.


AI 기술은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그 진화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우리의 일상을 파고든다. 알파고와 같은 바둑 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유통, 엔터테인먼트, 의료, 사무, 교통 등 다양한 분야에 AI가 도입되고 있다.


페이스북 CEO인 마크 저커버그는 최근 자신이 직접 개발한 개인용 AI 비서인 ‘자비스(Jarvis)’를 공개했다. 영화 <아이언 맨>에서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명령을 충실히 수행하는 AI의 이름이 바로 자비스였다.


또 국내의 한 대형 유통기업은 IBM의 ‘왓슨’을 도입해 AI 기반의 고객 서비스와 신제품 개발 시스템을 구축한다. 스마트폰의 AI 기술 탑재는 거스를 수 없는 트렌드로 자리를 잡았다. AI가 4차 산업혁명을 이끌 핵심기술이자 원동력이라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AI 기술을 현실에서 직접 마주하는 날이 머지않았다.


원문: 책방 아저씨의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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