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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휠러는 레몬주스를 바르고 은행을 털었나?

조회수 2017. 7. 21. 16:31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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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주대낮에 한 남자가 얼굴도 가리지 않고 은행을 턴 바보같은 심리에 대하여

※ 이 글은 Quarts에 기재된 「Studies find high achievers underestimate their talents, while underachievers overestimate theirs」을 번역한 글입니다.


1995년 어느 날, 덩치 큰 중년 남자가 백주대낮에 피츠버그 은행 두 곳을 털었다. 가면이나 변장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각 은행을 걸어 나오기 전 감시 카메라를 보고 웃기까지 했다.


그날 밤 경찰은 맥아더 휠러를 범인으로 체포했다. 경찰이 감시 영상을 보여주지, 휠러는 의심스럽게 바라봤다고 한다. 휠러는 레몬주스를 얼굴에 바르면 감시 카메라에 잡히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휠러의 머릿속에는 어쨌든 레몬주스는 투명 잉크로도 사용되기 때문에, 뜨거운 것에만 가까이하지 않으면, 자기를 완전히 투명 인간으로 만들어 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있었다.

그럴 리가 있냐….

경찰은 휠러가 미치지도, 마약을 한 것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저 거짓말 같은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그 무용담은 코넬 대학의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의 관심을 끌었고, 대학원생이었던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알아보라고 지시했다. 이들이 추론한 결과는 이렇다.

거의 모든 이들이 다양한 사회적 및 지적 영역에서 자신의 능력을 좋게 보지만, 일부는 자신의 능력을 실제보다 훨씬 높게 평가한다.

이 ‘확신의 환영’이라는 현상은 오늘날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고 불리며, 자기 평가를 부풀리는 인지적 편향성을 설명해 준다.

이 바보같은 일화에서 기가 막힌 이론을 뽑아낸 심리학자 데이비드 더닝

더닝과 크루거는 이 현상을 실험실에서 조사하기 위해 재미있는 실험을 계획했다. 한 연구에서는 학생들에게 문법, 논리 및 농담과 관련된 문제를 내고, 학생들 각각에게 스스로 자기 점수와 등수를 예측해 보라고 시켰다. 흥미롭게도, 인지 능력 시험에서 최하점을 받은 학생들이 항상 자기 능력을 아주 높이 과대평가했다. 등수가 하위 20%에 속한 학생들은 자신이 상위 30%에 속한다고 예측했다.


이런 ‘확신의 환영’은 강의실을 넘어 일상 곳곳에서도 일어난다. 더닝과 크루거는 후속 연구에서 총기 상점으로 연구 장소를 바꿔, 총기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총기 안전에 관한 문제를 냈다. 이전 연구 결과와 마찬가지로, 답을 가정 적게 맞힌 이들이 자신의 총기 지식을 크게 과대평가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자기 능력을 과대 평가한다


더닝-크루거 효과는 사실에 입각한 지식 이외에도 수많은 다른 개인 능력에 대한 자기 평가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지금 당장 TV 오디션 프로그램을 틀어만 봐도, 오디션을 통과하지 못하고 탈락한 참가자들의 얼굴에서 나오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보게 될 것이다. 우리 눈에는 코미디 같아 보이겠지만, 이 참가자들은 얼마나 자신이 환영에 사로잡혀 있었는지 정말로 모른다.

이 프로그램에서 얼마나 많은 ‘통령’들이 탄생했던가

분명 사람들은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이 일반적 현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운전자의 80%가 자기가 평균 이상의 운전 실력이 있다고 여긴다고 한다. 통계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리고 사람들이 자신의 상대적 인기 혹은 인지 능력을 평가할 때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난다.


문제는 무능력한 사람의 경우, 잘못된 결론을 내리고 불행한 선택을 할 뿐만 아니라, 그 실수를 깨닫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대학생들 대상으로 한 학기 동안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우등생들은 자기 점수와 등수를 알려주면 다음 시험에서 자기 성적을 더 잘 예상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열등생들은 자기 성적이 나쁘다는 말을 반복해서 분명하게 들려줬어도 아무것도 깨닫지 못했다. 열등생들은 혼란스러워하거나, 어찌할 바를 모른다거나 혹은 자기 실수를 깊게 들여다보는 것이 아니라, 자기 방식이 바르다고 고집한다. 찰스 다윈이 『인간의 유래(The Descent of Man)』에서 썼듯이.

지식보다 무지가 자신감이라는 자식을 더 많이 낳는다.

(Ignorance more frequently begets confidence than does knowledge).

흥미로운 점은, 정말로 똑똑한 사람들도 자기 능력을 정확하게 평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D와 F를 맞은 학생들이 자기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것만큼이나, A를 받은 학생들은 자기 능력을 과소평가한다. 더닝과 크루거의 대표적인 연구에 따르면, 인지 능력이 상위 25%에 속하는 우수한 학생들이 자신의 상대적 능력을 과소평가한다고 한다.


이 학생들은 인지 능력 시험이 자신들에게 쉬었으니까, 다른 모든 이들에게도 쉽거나, 또는 더 쉬울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이런 현상을 소위 ‘가면 증후군(imposter syndrome)’이라고 부르며, 더닝-크루거 효과의 반대라고 부르면 된다. 우등생들이 자기 능력을 인식하지 못하고, 다른 학생들도 똑같이 똑똑하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유능한 사람은 알맞은 의견을 들으면 자신에 대한 평가를 바로잡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데 반해, 무능한 사람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이다.



‘진정한 앎’


여기에는 우스꽝스러운 은행 강도 같은 꼴이 되지 않기 위한 열쇠가 있다. 우리는 때로 만족할 만한 결과를 가져오는 일을 시도하기도 하지만, 어떤 때는 레몬주스를 얼굴에 뿌리는 것처럼 불완전하고, 비이성적이며, 부적절하거나 그저 바보 같은 짓을 하곤 한다.


그러지 않으려면, 뛰어나다는 환상에 속지 않고, 자신의 역량을 정확하게 재평가할 수 있는 방법을 터득하는 것이 비결이다. 결국 공자님 말씀처럼 말이다.

진정한 앎이란 자신의 얼마나 모르는지 아는 것이다.

(Real knowledge is knowing the extent of one’s ignorance.)

(不知爲不知,是知也 부지위부지,시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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