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제주에서 뭐 하지?

조회수 2017. 7. 21. 11: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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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에 제주로 떠날 당신을 위한 꿀팁

여행을 좌우하는 많은 요소들이 있다. 사람, 돈, 음식, 컨디션 등등 무수히 많은 요소들이 황금비율로 조화가 되어야 비로소 만족스러운 여행이 된다.


사람마다 중점을 두는 부분이 다르겠지만 난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 편이다. 날씨가 맑다고 좋은 여행이 아니고, 비가 온다고 망한 여행이 되는 건 아니다. 옷 좀 입는 사람들이 T.P. O. = 시간(time), 장소(place), 상황(occasion)에 따라 옷을 골라 입는 것처럼, 여행도 날씨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비가 여행의 걸림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비가 와야 비로소 그 매력이 폭발하는 여행지가 있다. 많은 여행지 중에서도 나는 단연 비 오는 제주를 꼽는다. 비 내리는 제주를 즐길 수 있는 소소한 방법을 공개한다.


☞ 단, 생명에 위협을 주는 폭우가 아닌 일상 활동이 가능한 부슬비 수준의 비가 올 때를 기준으로 함



1. 카페 놀이


발끝에 비 한 방울 안 젖길 바라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아마 제주에서 비가 올 때 가장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좋게 말하면 클래식한 여행법, 흔히 말하면 뻔한 여행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 호불호가 적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비가 올 때 가야 할 카페를 고를 때는 조금 더 까다로워진다. 창에서 제주의 풍경이 보일 것, 한산할 것, 커피를 제대로 할 것, 주인장이 무심할 것, 선곡이 잔잔할 것, 말소리에 음악 소리가 묻히지 않을 것 등등 세심한 기준을 통과한 카페에 안착했다면 이제 더 이상 할 것이 없다.


‘비 올 때 카페에 앉아 비 오는 거 보면서 아무것도 안 하기’라는 도시에 있을 때 늘 꿈꾸던 그 로망을 실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2. 중산간 드라이브 하기(1100도로, 5∙16도로, 비자림로)


제주에 바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주에는 중산간이라는 곳이 있다. 한라산과 해안가 중간에 있다 해서 중산간이라 불리는 이곳에는 숲과 오름이 촘촘히 이어져 있다. 특히 이 지역은 연간 강수량이 대한민국 평균 강수량의 두 배에 이를 정도로 자주 비가 오는 곳이다. 변화무쌍하게 변신하는 이 지역의 매력을 비교적 편하게 만끽하는 방법이 바로 중산간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드라이브하는 것이다.


도로 위로 그윽하게 깔리는 물안개, 짙은 나무숲 사이를 흘러가는 구름 등 비가 만들어 내는 몽환적인 분위기가 백미다. 그래서 이 도로를 달리다 보면 이 길 끝이 다른 차원의 세계로 이어지는 건 아닐까 하는 판타지 영화의 주인공이 겪을 법한 상상에 빠지기도 한다.


때로는 깊은 산속에 사는 자연의 친구들이 툭 하고 튀어나올 때가 있으니 과속운전에 주의할 것!



3. 미술관 가기 (이중섭미술관, 아라리오 뮤지엄, 본태 미술관, 제주 도립 미술관)


제주까지 와서 무슨 미술관이냐?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제주의 미술관은 제주만의 강렬한 색과 향을 담고 있는 곳들이 많다.


제주의 무수한 미술관 중 개인적으로는 제주 도립 미술관을 추천한다. 건물에서부터 제주를 대표하는 미술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제주의 물, 바람, 땅의 기운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미술관은 주로 제주 출신의 작가나 제주를 주제로 한 전시들이 이뤄진다. 전시를 보고 나면 꼭 들르는 곳은 바로 1층에 있는 카페다.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창가 바로 앞의 좌석을 제일 좋아한다. 나는 늘 그 자리에서 한라봉 주스 한잔을 마시며 전시의 여운을 곱씹는 것으로 제주 미술관 여행의 완벽한 마침표를 찍는다.



4. 숲길을 걷기(사려니숲길, 삼다수 숲길, 곶자왈 도립공원, 절물 자연휴양림, 비자림)


개인적으로 쨍한 날보다 일부러 비 오는 날 챙겨 가는 곳이 제주의 숲이다. 우거진 숲에 비가 오면 특유의 그 분위기와 향기가 더 짙어진다. 은은하게 깔리는 안개, 공기 하나하나에 스며든 나무향이 가득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이 적다.


한적한 숲을 산책하며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특 히비가 오면 피톤치드(스트레스 해소, 심폐 기능 강화 등의 효과가 있는 자연 항균 물질)가 더 많이 나온다고 하니 요즘 같은 장마철에 더없이 좋은 여행지다.



5. 해변 포장마차 가기(용담해안도로 전망대 포차)


사실 육지에 있을 때 포장마차를 즐겨가는 스타일은 아니었다. 운치를 빼고는 맛, 가격, 서비스 어느 하나 만족시키지 못하는 요즘 포장마차들의 행태에 반기를 들고 혼자 소극적 불매 운동을 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제주에 살며 알게 된 인생의 소소한 참맛 중에 하나가 ‘비 오는 날 포차 가기’다. 일반적인 노점 포장마차라기보다는 가건물 형태의 포장마차이긴 해도 부담 없이 제주의 정취를 느끼며 술 한잔 하기 좋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이렇다 할 밤 문화가 없는 제주생활에 쏠쏠한 일탈의 재미를 알게 해주었다. 맑은 날도 좋지만 비 오는 날엔 더욱 그 운치가 배가 되는 제주 해변의 포차들을 그래서 사랑할 수밖에 없다.


※ 제주는 섬이라는 지리적 특성상 날씨가 변화무쌍하므로 결코 자만하거나 방심하지 말 것! 언제 폭우가 당신을 덮칠지 모르니 늘 조심하라!


원문: 호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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