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사고 최대 발생 확률 로또 당첨의 1,162배: 원전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조회수 2017. 7. 10. 16:3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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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기회는 없다.

정부는 고리 1호기의 영구 중지에 이어, 신고리 5·6기 건설을 일시 중단하며 공론화위원회를 구성해 국민 의견을 수렴한 후 건설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원자력발전에 대한 찬반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현시점에 좋은 대안을 수립하는 데 참고가 될만한 ‘시나리오’ 관점과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영화 <딥임팩트>와 원자력발전

출처 : 영화 <2012>

영화 <2012>에서는 행성이 십자가 형태로 늘어서는 천체 직렬 현상으로 지각변동이 일어나 인류 종말 위기가 찾아오지만, 가까스로 인류가 생존한다는 내용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나는 이 영화에서 놓치지 말았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본다. 바로 원자력발전소다.


현재 운영 중인 전 세계 원자력발전소는 450기이며, 건설 중인 것도 60기에 이른다. 영화처럼 극단적인 지각변동이 갑자기 일어나 인류의 모든 시설이 파괴된다면 전 세계 수백 개의 원전도 파괴될 것이다. 원자력발전소 하나에서 나오는 방사능이 수소 폭탄 100배 이상이라고 하니, 인류와 지구상의 동물 대부분은 전멸할 것이다.

출처 : 영화 <딥임팩트>

또한, 영화 <딥임팩트>처럼 혜성이 지구와 충돌한다면 쓰나미나 지진으로 원자력발전소가 파괴되어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이 높다. 인류가 통제할 수 없는 재해(자연재해만이 아니라 전쟁도 포함해야 한다)와 관련해서 원자력발전소라는 변수 또한 반드시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

 

영화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행동을 이끌어 내려면


영화 <판도라>를 보고 원자력발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는 사람이 많다. 이처럼 영화와 같이 생생하게 그려진 시나리오를 보면 우리의 생각도 바뀐다.


<딥임팩트>, <마이너리티리포트> 등 많은 SF영화의 미래 모습에 대해 자문했고, 구소련의 붕괴, 911테러와 같은 상황(뉴욕 심장부 빌딩에 대한 항공기 공격 가능성)을 예측한 이로 더 유명한 피터 슈워츠가 그의 저서 『미래를 읽는 기술(p37, 비즈니스북스 펴냄)』에서 다음과 같이 표현했듯이, 시나리오를 통해 우리의 생각을 실제로 바꿀 수 있다.

피터 슈워츠
“내가 아는 한 시나리오는 세상에 대한 우리의 굳어진 ‘사고모형’에 대항하고, 창의력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하고 유용한 도구이다.”

그럼, 원자력발전에 대해 시나리오 플래닝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가정하고 답을 찾아보자.

 

2030 원전 시나리오


2030년 상황을 가정하여 약식으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한번 해보자. 우선 불확실하고 영향도가 큰 요인을 대략 검토해보면 원전 사고 발생 여부와 신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을 꼽을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불확실성이 높으면서도 영향력이 높은 요인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이 두 요인으로 시나리오 축을 만들면 네 개의 시나리오가 나온다.

‘필요악’ 시나리오에서는 자연재해든 인재든 아니면 북한의 공격이든 어떤 이유로 비교적 덜 심각한 원전 사고가 발생한다.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지만 한국은 원전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은 데다 유가, 천연가스, 석탄 발전은 물론 신재생에너지 발전 효율도 원자력발전을 따라잡지 못한 상태다. 완전히 폐기까지 단계적으로 원전을 운영한다.


‘폐기 처분’ 시나리오에서는 심각한 수준의 원전 사고가 일어난다. 원전에 대한 의존도도 높고 대체 가능한 에너지원도 없지만, 국토의 절반 가까이가 방사능에 오염되면서 대한민국은 쑥대밭이 되고 경제도 돌이킬 수 없는 붕괴 상태에 빠진다. 전력 수요도 급격히 줄었지만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재앙을 직접 경험한 정부는 무조건 원전 폐기에 들어간다.


‘미워도 다시 한 번’ 시나리오에서는 다행히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예상보다 신재생에너지 발전 효율 상승이 느려 여전히 원전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우세하다.


‘천덕꾸러기’ 시나리오에서는 원전 사고가 일어나지 않지만, 효율성 측면에서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월등히 앞서면서 원자력발전 비율은 전 세계적으로 5.5% 이하로 떨어진다. 원자력발전소 무용론이 대세가 되어 당장 폐기하지도 못하고 쓸모도 없는 발전원이 된다.


너무 원전에 대해 비관적이지 않냐는 비판도 있을 수 있지만, 아래와 같은 분석을 통해 도출한, 사실상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들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천덕꾸러기’다. 차례차례 그 이유를 살펴보자.

 

원전 르네상스 시나리오의 현실화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2010년 즈음에 원자력발전 관련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앞으로 수십 년간 원전 르네상스 시대가 열린다는 것이 핵심 주제였는데, 발표 내용은 논리적으로 꽤 타당성이 있어 보였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2011년 3월 11일 동일본대지진이 발생하고 밀려온 쓰나미에 의해 후쿠시마 원전의 모든 전력이 상실되어 냉각수 공급이 멈췄다. 결국, 핵연료 용융이 일어나 수소가 발생했고 12일, 14일, 15일 4기의 원자력발전소에서 각각 수소 폭발이 일어났다.


현재 전 세계 전력의 11%를 원자력발전소가 담당하고 있으며, 같은 수준으로 원자력 전력 공급 비율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약 250기가 추가로 건설 운영되어야 한다고 한다. 사실상 불가능하다. 따라서 2030년에는 원자력발전 전력 공급 비율이 5.5%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출처 : Reinventing fire). 이 자리를 신재생에너지가 모두 메울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전 르네상스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극히 낮아졌다.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에서 ‘원전 르네상스’ 시나리오를 제외한 이유다.


원자력 발전, 정말로 경쟁력이 있고 안전한가?


2009년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1kWh당 발전단가는 원자력이 114.8원인 반면, 석탄은 84.7원으로 석탄보다 경쟁력이 낮다고 평가했다.


2011년 말 일본의 발전 단가 검증위원회에서는 원자력 123.8원, 석탄 132.2원으로 근소하게 원자력이 앞서는 것으로 발표했다. 2011년 한국전력공사가 계산한 발전원별 전력 매입 단가는 원자력은 1kWh당 39.2원, 석탄은 67.2원이라고 발표했다. 원자력발전이 두 배 정도 경쟁력이 높다는 의미다.


하지만, 2014년 국책연구기관인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2014년 발표한 자료에서는 발전 사업자가 지급하는 사적 비용은 kWh당 48.8원으로 계산했지만 사적 비용에 외부비용(사회적 비용)을 합산한 단가를 kWh당 54.2~254.3원으로 평가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산정한 석탄 발전 단가(62.3원/kWh)나 액화천연가스 발전 단가(119.6원/kWh)와 외부비용을 합산한 단가의 평균치((154.3원/kWh)와 비교하면 원자력발전의 경쟁력은 석탄이나 액화천연가스보다 낮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는 최소의 국책연구기관 발표 자료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한다. 계산 근거를 보면 외부비용(위험회피 비용)에서 피해액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단가 차이가 크게 발생하게 되었다. 최소 사고 발생 확률을 100만분의 1, 최대는 7,000분의 1로 잡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최소 사고 발생 확률이 설계 기준이며, 최대 사고 확률은 실제 발생 사고를 기준으로 추산한 확률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로또 당첨 확률은 814만분의 1이다. 설계치가 로또 당첨 확률의 8배이며, 실제 사고 확률은 로또 당첨 확률보다 무려 1,162배나 높다.

 

원자력 발전 외부비용에 북한 방어비용을 포함하면?


최근 원자력발전소 원가에 외부비용이라고 하여 위험관리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원가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과 연구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국내 사정을 고려할 때 한 가지 더 추가해야 하지 않을까? 바로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방어 비용과 사이버테러 방어 비용이다.


북한 미사일 공격능력은 2000년 대들어서 획기적으로 개선되었고 이제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우리의 원자력발전소를 직접 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핵을 쏘지 않고서도 남한에 그보다 더 강력한 핵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1.2m의 콘크리트 방벽과 강철판이 있어 미사일 공격이나 항공기 충돌 등에 견딜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911테러 이후 미국에서 진행한 항공기(F4) 충격 실험과 시뮬레이션 등으로 검토하긴 했지만), 다양한 미사일 공격 상황에 대한 검토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다. 공격하는 입장에서 여러 발을 동시에 쏘든 폭발력이 높은 탄도 미사일을 쏘든 1.2m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을 파괴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본다.


장거리 미사일 공격에 대해서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방어 수단은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밖에 없어 보인다. 사드 1개 포대 배치 비용이 1조5천억 원이니, 사실 완벽한 방어를 위해 여러 개 포대가 있어야 한다고 가정하면 북한 미사일 방어 비용만 추가해도 원자력발전소의 경쟁력은 사라질 듯하다.

또, 북한의 사이버테러 방어는 가능할까? 이스라엘과 미국 정부가 이란의 원자력 운영코드에 스턱스넷 웜(Stuxnet Worm)을 침투시키는 데 성공한 사례가 있듯이 북한도 우리의 원전 운영코드에 바이러스를 침투시켜 공격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침투에 성공해서 버튼만 누르면 공격이 가능한 상황일지도 모른다. (북한의 DDoS 공격도 이미 감염시킨 후 필요할 때 공격하지 않았는가. 북한의 한수원 공격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른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해킹 능력이 있는 북한의 사이버테러를 막으려면 얼마나 많은 자원과 비용을 투자하여 방어해야 할까?

 

결론 :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여 시나리오별로 장기적인 대응책을 세워야 한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만 잘 관리한다고 원자력발전소 위험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중국 동해 연안에는 다량의 원자력발전소가 포진해 있고 추가로 건설 중이다.


이뿐만이 아니라 화력발전 비율이 높아지면 미세먼지가 문제가 불거져 나올 수도 있고 또 다른 오일쇼크가 오지 않으리라 장담할 수도 없다. 안보 측면에서도 미국의 압도적인 군사력 우위가 점점 약해지면서 잠재적으로 핵보유국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출처 : SBS스페셜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공포>

1900년도 중후반의 패러다임에서는 원자력발전이 인류의 대안처럼 보일 수 있었으나, 이제는 역으로 핵폭탄만큼이나 인류를 위협하는 양면성을 지닌 존재가 되어버렸다.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일본이나 중국의 핵발전소를 어느 나라가 탄도 미사일로 공격한다면 핵폭탄 이상의 피해가 일어날 수 있다.)


변화하는 국제 정세에 따라 대응할 수 있도록, 각계의 전문가가 참여하여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세워보고 시나리오별 위협과 기회를 면밀히 분석하여 50년, 100년의 미래를 내다보고 국가의 명운을 결정지을 수 있는 원자력발전 이슈를 잘 다루어야 할 것이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는 한국이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이 필요하다고 주장들 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위협이 가장 큰 한국이기 때문에 원자력발전은 더욱 한국에 맞지 않는 상황으로 변한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시나리오를 만들어 실행 전략까지 도출하는 일은 굉장히 효과적이지만 진행하기에는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따른다. 시나리오를 개발하고도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않는 점과 기대하는 결과물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문제인데 특히, 국내에는 전문가도 별로 없어 겉핥기식의 원론적인 내용만 다루고 마는 경우가 많다.


나는 시나리오 플래닝을 지난 8년 동안 활용해 보며 여러 가지 약점을 발견했고 개인적으로는 개선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며 알게 된 내용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누구나 활용할 수 있게 정리한 책이 있다.


내가 번역한 책『미래전략 시나리오 플래닝』이다. 저자인 토마스 처맥 콜로라도주립대 교수는 조직 성과 및 변화 부문 전문가로 시나리오 플래닝을 20년 넘게 연구해오고 있다. 나는 그가 성과와 변화라는 측면을 추가하여 시나리오 플래닝을 완전한 전략으로 승격시켰다고 생각한다.


두 번의 기회는 없는 만큼 원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시나리오 플래닝을 적극 활용하길 제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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