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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감독이 되고 싶다면 꼭 봐야 할 영화의 미장센 10가지

조회수 2017. 7. 8.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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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파인더를 보는 촬영 감독처럼 영화 감상하기

※ Taste of Cinema에 David Biggins가 기고한 ‘10 Films That Can Teach You Everything You Need To Know About Cinematography’를 저자의 허락하에 번역한 글입니다. 영화를 모르는 비전문가도 쉽게 이해하도록 풀어쓰다 보니 글의 분량이 좀 늘어났습니다. 제 임의로 양념을 좀 쳐서 저자의 원문이 80%, 제 사담이 20% 정도 들어갔습니다.


미장센: 영화에서 등장인물의 배치나 역할, 무대장치, 조명 따위에 관한 총체적인 계획 

촬영(Cinematography)은 ‘움직이는 것을 기록’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감독은 촬영 당시의 분위기와 영상미를 촬영 감독에게 전적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평범한 장면인 복도를 걷는 배우의 모습을 머릿속에 쉽게 그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스크린에 표현될 미장센은 매우 다양합니다. 복도에 칙칙한 조명을 설치하거나, 평범하게 걷고 있는 배우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려 촬영하면 극적 긴장감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단순한 속도 조절인 슬로우모션 기법만으로도 평범했던 움직임은 큰 의미로 관객에게 다가갈 것입니다. 작은 변화를 예로 들자면 단렌즈 화각의 변화만으로 영상은 또 다른 의미를 가지게 됩니다. 아래 추천하는 영화들은 촬영 기법에 따른 영화의 다양한 미장센을 맛보실 수 있습니다.



1.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 The Cabinet of Dr. Caligari (1920)

감상 포인트: 조명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싸구려 조명을 사용했습니다. 이처럼 조악한 조명은 매우 흥미로운 그림자를 만들어 냅니다. 배우에게 드리워진 어둠과 그림자는 내적인 악의를 표현하는데 좋은 방법입니다.


하나의 조명은 극단적인 표현력으로 빛과 어둠을 표현하게 됩니다. 일반적으로 광고에서 사용하는 부드러운 조명이 아닌 거칠고 밝은 조명은 연기자가 표현하고자 하는 광기를 표현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또한 배우가 악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장면을 연출할 수 있습니다.


영화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독일의 전쟁 후 파괴된 어느 마을을 보여주며 독일의 표현주의 영화로써 당시의 시대상을 재현합니다. 영화의 거친 조명과 길게 늘어진 그림자는 당시 전후 독일의 암울한 시대상을 잘 구현했을 뿐 아니라 적은 예산으로 표현을 극대화합니다.



2. 자전거 도둑 The Bicycle Thieves (1948)

감상 포인트: 초점, 카메라 움직임

무솔리니의 몰락으로 당시 이탈리아는 암울로 가득한 나라였습니다. 감독 비토이오는 극 중 주인공의 곤경을 마치 이탈리아가 처해 있는 상황에 비유해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정적인 샷을 이용해 어둡고 암울한 이탈리아의 사람들을 표현했습니다.


촬영 감독 카를로 몬토리는 깊은 심도의 초점을 사용해 프레임 안의 모든 사물과 배경에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이와 같은 깊은 심도 표현으로 주인공이 멋진 로마 배경 속에 있지만 그곳의 빈곤과 암울한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줍니다.



3. 서처스 The Searchers (1956)

감상 포인트: 화면 비율, 색상
Video killed the radio star!

1950년대는 미국의 텔레비전 황금기였습니다. 당시 미국의 가정은 대부분 텔레비전을 한 대씩 가지고 있었습니다. 미국 서민들은 이제 텔레비전이 있으니 영화관은 안 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답니다. 이는 영화감독들에게 자극제이자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 대응해야 할 숙제였습니다.


1956년 개봉한 ‘서처스’는 영화의 본질을 텔레비전 시청자들에게 일깨워준 영화기도 합니다. 테크니컬러 필름으로 촬영된 총천연색의 고화질 화면은 시청자들이 거실에서 느낄 수 없는 사실감과 몰입감을 선사했습니다.


당시 4:3 비율의 텔레비전 프로그램과 달리 와이드 스크린에 상영되는 영화는 화면 비율의 입장감으로 관객이 더욱 몰입할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4. 배리 린든 Barry Lyndon (1975)

감상 포인트: 조명, 렌즈 효과

영화 ‘샤이닝’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로 유명한 스텐리 큐브릭 감독은 ‘배리 린든’에 인공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자연광으로만 촬영하기 결심했습니다. 실제 영화에서는 아무런 인공광 없이 몇 개의 촛불에만 의지해 촬영된 장면들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카메라로 밝기가 1럭스인 촛불에 의지해 촬영하기는 매우 힘듭니다. 시간이 있다면 핸드폰 카메라나 캠코더로 시도해보세요. 아주 조악한 결과물을 만들어 낼 것이 분명합니다. 1975년 촬영된 이 영화는 미항공우주국, 나사의 렌즈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주 낮은 감도의 촬영 조건에서 촬영이 가능했습니다.


사실 100% 자연광을 사용한 것은 아닙니다. 필요에 따라서 인물을 부각하기 위해 극히 제한적으로 인공광을 사용했는데요, 촬영 감독 존 올컷은 인공조명이 최대한 자연광처럼 보이도록 필터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와 같은 촬영 방식은 영화가 마치 18세기의 유화 그림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영상미를 창조했다고 합니다.



5.철협쌍웅2 – 철협속집 Hard Boiled (1992)

감상 포인트: 쇼트의 길이, 카메라 움직임

영화에서 롱테이크는 자연스러움과 현장의 깊은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오우삼 감독은 철협쌍웅2에서 롱테이크를 통해 자신만의 미학을 탄생시켰습니다.


요즘 대부분 영화는 현란한 편집과 화면의 흔들림으로 관객에게 아드레날린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촬영 감독 왕 윙행은 일반적인 방법과 반대의 방법을 이 영화를 사용했다고 합니다.


영화 마지막 3분간의 롱테이크에서는 진정한 혼돈 속 상황을 표현했습니다. 불꽃이 튀고, 주인공이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상황을 마치 관객의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처럼 표현했습니다.



6. 펄프 픽션 Pulp Fiction (1994)

감상 포인트: 카메라의 위치

펄프픽션은 등장인물의 다양한 시선에 따라 뒤죽박죽 이야기를 보여주는 구성을 취하고 있습니다. 뻔뻔하게도 쿠엔틴 타란티노는 이 혼란스러운 화면구성을 전형적이고 고전적인 영화적 규칙을 따르고 있다고 말합니다. 영화는 시종 미디엄 샷이나 클로즈업 샷으로 관객들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적절한 거리두기 규칙은 관객이 배우의 이야기를 듣고 있는 제3의 인물로 참여하게 합니다. 실제 배우들이 주고받는 찰진 대사에 몰입해 보면 마치 그들 사이에 앉아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와 같은 느낌이 드는 이유는 카메라는 단순한 목격자가 아닌, 관찰자의 시점에서 촬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쿠엔틴 타란티노가 말하는 전형적인 화면 구성을 취함으로써 배우들 간의 시선을 주거니 받거니 교환하게 됩니다. 이처럼 정신 사나운 화면 구성은 마치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인물 간의 이야기를 더욱 긴장시키고 강한 연결고리를 만들어 주게 됩니다.



7. 라이언 일병 구하기 Saving Private Ryan (1998)

감상 포인트: 색감, 카메라의 움직임

스크린에 피가 튀는 장면은 관객을 좌불안석으로 만듭니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는 영화 전체에 우울한 푸른색이 감돌고, 모든 색감이 옅은 톤을 띱니다. 전반적으로 노출 부족으로 촬영된 느낌이 강합니다.


영화는 마치 전쟁 기록 필름을 보는 듯하고, 이러한 효과들은 마치 세계 2차대전의 기록물을 보는 느낌을 관객에게 선사합니다. 대부분의 액션 장면은 핸드헬드로 촬영되었습니다. 핸드헬드 방식은 마치 스나이퍼가 목표를 겨냥해 총을 쏜 뒤, 총의 반동을 그대로 관객에게 전하려는 듯합니다.


이 영화 최고의 효과는 스터터리 효과(stuttery, 말더듬이)입니다. 프레임 중간 중간에 몇 프레임씩 건너뛰어 촬영해 화면을 띄엄띄엄 보여주는 방법입니다. 물론 편집에서도 가능합니다. 이를 통해 영화 내 해변 상륙작전은 관객을 혼란과 충격으로 몰입시켰습니다.



8. 고스포드 파크 Gosford Park (2001)

감상 포인트: 카메라 움직임, 조명, 초점

고스포드 파크의 각각의 장면은 동시에 두 개의 카메라로 촬영되었습니다. 각 장면에서 카메라는 항상 움직입니다. 아주 미세하게라도 계속해서 미끄러지듯이 움직이죠. 또한 섬세하게 초점을 맞추어 배우들을 보여줍니다.


실내 촬영은 확산광 조명을 사용하고, 카메라와 조명의 재배치 없이 하나의 장소에서 무대 공연을 보는 듯한 구성과 영상미를 보여주며 마치 그 우아한 공연의 중계 영상을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자아냅니다.


이와 같은 하나의 장소에서 완벽한 구성미를 갖춘 촬영 방식은 스크린 안에서 배우들 간의 상호작용을 극대화시켜줍니다. 실제로 영화 비평가들은 촬영 감독 앤드류 던의 촬영 기법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습니다.



9.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

감상 포인트: 카메라의 움직임

사실 이 영화는 컴퓨터 그래픽의 덕을 많이 보았습니다. 미셀 공드리 감독은 주인공 조엘의 잠재의식을 표현하기 위해 트랩 도어(Trap Door) 기법과 빠른 의상 변화를 사용했습니다. 다큐멘터리에서 주로 사용되는 현장감 있는 촬영 기법을 사용해 비현실적 경험을 마치 사실인 양 촬영했습니다.

트랩 도어: 통나무집 다락방에서 볼 수 있는 바닥에 설치된 문의 일종. 영화 ‘이터널 선샤인’에서는 주인공의 잠재의식 변화에서 갑작스러운 장소 변경이나 주인공과 소품이 뜬금없이 다른 장소로 이동해 나타나는 방식으로 표현한 기법이다.

이와 같은 촬영 방식은 보는 이에게 현실과 허구의 경계를 허물고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감독이 의도한 허구의 재현과 꿈에서 본듯한 향수를 관객은 느끼게 됩니다.



10. 본 슈프리머시 The Bourne Supremacy (2004)

감상 포인트: 샷의 길이, 카메라의 움직임

‘본 슈프리머시’는 관객과 비평가들 사이에서 호평과 혹평이 극단적이며 후일 ‘다크 나이트’와 ‘007 퀀텀 오브 솔러스’ 등에 영향을 끼칩니다.


이 영화는 촬영뿐 아니라 편집에서도 다른 영화와 달랐습니다. 일반적인 영화에서 줌이나 팬을 해야 하는 시점이 달랐고, 대부분 카메라의 움직임이 관객이 의도한 바를 역행했습니다. 영상 쇼트의 길이 역시 관객이 예상하는 호흡과 달랐습니다. 심지어 관객이 일반적으로 궁금해하는 주요 장면을 보여주지도 않았습니다.


영화에서 촬영과 편집은 분리된 영역으로 여겨지지만 서로에게 밀접한 영향을 줍니다. 촬영 감독이 촬영하는 롱테이크의 시간은 실제 관객이 느끼는 감정의 시간의 길이와 같습니다. 이처럼 현장에서 촬영 감독의 감정의 길이를 편집자는 반영하게 됩니다. 촬영 감독 올리버 우디는 격렬하고 혼란스러운 영화 속 상황들을 불규칙한 촬영 기법으로 관객에게 아드레날린을 전달했습니다.


실제 영화촬영 현장에 가보면 디렉터 체어에 나란히 앉아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촬영 감독과 감독을 볼 수 있습니다. 세트나 야외촬영 현장에서 감독의 마음은 미래에 가 있습니다. 영화의 총괄 책임을 진 감독은 이야기의 흐름과 각 신의 퍼즐을 끼워 맞추며 미래의 관객 가운데 한 사람처럼 영화를 지켜보고 있는 입장입니다.


현장에서 지극히 현재진행형으로 영화를 바라보는 사람은 사실 촬영 감독입니다. 목격자로서 실제 시간과 공간을 망각한 채 완전히 허구인 가상의 세계에 살며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자유롭게 넘나듭니다. 천리안을 가지기도 하고, 벽을 뚫고 볼 수 있으며, 새처럼 하늘을 활공하기도 하고, 가끔 극 중 인물의 비밀스럽고 은밀한 표정을 찬찬히 들여다보기도 합니다.


이처럼 촬영 감독은 관객들의 감정과 욕구에 밀접하게 닿아있습니다. 위 10편의 영화를 촬영 당시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 관객이 아닌 뷰파인더를 바라보고 있는 촬영 감독의 입장에서 보세요. 새로운 재미로 다가올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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