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 '취존' 좀 합시다

조회수 2017. 6. 30. 08:04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다들 겸손하고 취향 존중하는 면식하자.

1.


나도 평양냉면 좋아하지만 평부심 부리는 인간들 짜증 난다. 남한 사람들이 말하는 ‘평양냉면’과 ‘함흥냉면’이라는 냉면계의 양대산맥 모두 고작해야 지난 세기에 세워진 전통이 아닌가.


평양냉면은 동치미 국물에 메밀국수를 말아먹던 것에 꿩 육수가 들어가면서 평안도 꿩 국수가 되었던 것이 일제 강점기 ‘냉면’이란 이름 하에 정리된 것이고, 함흥냉면은 고기 육수와 고구마 전분 국수 조합에 가자미 회무침을 올려 먹던 함흥 회 국수가 분단 이후 ‘함흥냉면’으로 정리된 것이다.


이것이 남한에서 자리를 잡고 양대산맥이 된 건 남북분단 이후 실향민들의 향수를 달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고. 어느 게 원조고 어느 게 아류 운운할 일도 아니거니와, 맛에 우열을 가리기도 모호할 정도로 원류 자체가 다른 음식이다.

 

2.


내 지인의 이야기다. 자기 친구 아버님이 이북 분이시기에 진짜배기 평양냉면의 맛이란 어떤 거냐고 물어봤더니 피식하고 비웃으시더란다. 집집마다 된장찌개 끓이는 스타일이 다 다르고 김치찌개 끓이는 스타일도 다 다른데 그중 무엇을 오리지널리티라고 우길 수 있겠냐고. 냉면도 마찬가지라는 게 그분의 설명. 명쾌하다.

 

3.


‘냉면은 원래 겨울에 먹어야 하는 별미’라는 것도 결국 어떤 맛의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제조과정의 조건 문제였을 것이다. 여름 얼음이 금만큼 귀했기에 왕실 전용 얼음창고까지 만들었던 조선 시대다. 살얼음 동동 띄운 평안도 꿩 국수를 대중적으로 즐기는 게 가능했던 시기가 겨울이 아니면 언제였겠는가.

출처: 주간조선
겨울에 얼음이 있으니 겨울에 냉면을 먹었을 뿐이다

4.


그러니 냉면을 대하는 맛 평가는 이래야 한다.

이 집은 내 입맛엔 좀 짜네 (O)
이 냉면은 진정한 평양냉면의 맛이 아니야 (X)

내 입맛은 함흥냉면보단 평양냉면인 것 같아 (O)
함흥은 애들이나 먹는 거고, 평양이 진정한 미식이지 (X)

예전엔 겨울에 냉면을 먹었다고 하네 (O)
야, 냉면은 무릇 겨울에 먹어야 하는 거지 얘가 뭘 모르네 (X)

나한테는 밀면은 조금 낯설어 (O)
야, 밀면은 피난 통에 메밀을 못 구한 사람들이 밀로 만든 짝퉁 아니냐? (X)

다들 겸손하고 취향 존중하는 면식하자. 다 즐겁자고 먹는 건데 남의 입맛 깔아뭉개면서 자존심 세우려고 하지 좀 말고. 세상에 자존심 세울 게 오죽이나 없었으면….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