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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럴마케팅은 어떻게 플랫폼을 망가뜨리고 있는가

조회수 2017. 6. 24. 21: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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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가 판을 치면 플랫폼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필자는 심미 의료 진료를 하는 의사다. 이 업계는 마케팅 전쟁이 아주 치열하다. 네이버 키워드 광고 매출의 거의 절반이 이 업계에서 나온다.


이 업계의 특징이 여러 가지 있다. 조직 규모가 작고 자영업에 가까워서 단기적인 생존전략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러면서도 비교적 객단가가 높은 편이라 ROI에 아주 연연하지는 않는다.


어느 새부터 이 업계 마케팅에서 ‘바이럴 마케팅’의 비중이 아주 높아졌다. 원래 바이럴 마케팅은 바이러스가 전염되듯이 소비자들 사이에 소문을 타고 물건에 대한 홍보성 정보가 끊임없이 전달되도록 하는 마케팅 기법을 의미한다.

출처: shutterstock

하지만 바이럴 마케팅이라는 단어는 ‘그럴듯하게 구라를 쳐서 좋은 평판을 만들려는 수작’이라는 의미가 되어가고 있다. 시대의 변화를 기억을 더듬으면서 살펴보겠다.


블로그 서비스가 확산되던 2000년대 다양한 블로그가 생겼다. 그중 의사나 병원에서 직접 운영하는 블로그가 있었고 당시 의료계에서 꽤 좋은 사례로 회자되었다. 그리고 영향력을 가진, 소위 ‘파워블로거’들이 병원을 소개하면서 홍보 효과와 더불어 매출이 올라가는 일들이 생겼다. 의료 소비자들의 커뮤니티를 통해서 병원의 평판이 확산되기도 했다.


위와 같은 현상을 근거로 블로그나 커뮤니티를 통해 평판을 조작하는 직업이 생겼다. 다양한 형태가 있다. 기존의 파워블로거에게 대가를 지급하고 후기를 의뢰하는 경우가 있다. 그로 인한 부작용이 심해지자 대가를 지급한 경우에는 그 사실을 명시하도록 법이 제정되었다.


더 나아가서 자체적으로 블로그를 키워서 홍보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블로그를 최적화하고 성장시켜서 이를 홍보대행사에 팔기도 한다. 다르게 이야기하면 ‘아이디’를 파는 것이다. 어떻게 보면 대포통장을 사고파는 것과 같다. 이처럼 블로그를 키워서 파는 곳을 ‘블로그 공장’ 혹은 ‘양식장’이라고 한다.

출처: STUDY IN THE STATES

의료 소비자 커뮤니티도 인위적인 후기로 넘쳐난다. 기형성된 큰 커뮤니티는 대행사들과 마케팅 직원들의 후기 전쟁이 일어나는 전장이다. 의도적으로 의료 소비자의 자발적인 모임인 양 운영하는 병원도 있다.


이런 회사들은 재능거래 사이트에 들어가면 금방 수십 개 나온다. 네이버에서 ‘병원 마케팅’ ‘바이럴 마케팅’ 등으로 검색하면 역시나 많이 찾을 수 있다. 유저들이 보는 후기를 그 업체들에서 작성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이처럼 새로운 직업이 생기고 관련 업종이 발전해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되면 그것이야말로 ‘창조경제’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필자는 이런 현상을 ‘나쁜 데이터가 좋은 데이터를 구축한다’고 본다.


사람들이 다른 이의 이야기를 소비에 참고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보다 현명한 소비를 위해 자기한테 적절한 데이터를 모으는 것이다. 블로그 포스팅이나 커뮤니티 게시글이 자발적으로 작성되었는지 여부는 신뢰도 및 정확도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플랫폼을 통해서 신뢰성 있는 정보를 얻을 수 없다면 그 플랫폼 자체의 신뢰성이 떨어진다.


위와 같은 바이럴 마케팅 대행사들이 가짜 후기와 홍보성 정보를 양산하면 할수록 유저들은 원하는 정보에 도달하기 힘들어진다. 검색해서 얻은 정보를 믿을 수도 없을 것이다. 신뢰성이 떨어진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진성 정보를 만들어내는 유저도, 자발적으로 만들어진 진성 정보를 원하는 유저들도 점차 떠날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후기 기능을 갖춘 여러 웹·모바일 서비스가 등장했다. 성형이나 심미 의료 관련해서는 바비톡, 요식업에서는 배달의 민족과 포잉 등에서 유저들의 진성 후기를 받는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비톡에서도 후기 대행을 해준다는 업체들이 등장했다. 즉 이런 대안적 서비스에서도 어뷰징을 볼 수 있다.

출처: TECHCABAL

반면 페이스북은 모든 회원들에게 실명제를 적용해 위와 같은 논란의 여지를 아예 없앴다. 콘텐츠를 접하는 방식 자체가 아예 다르기도 하다. 페이지의 좋아요 수를 늘려준다(주로 외국인 계정으로)는 대행사는 있을 수 있으나 가짜 후기를 만들어주는 곳은 없다(내가 알기로는 그런데 만약 있으면 알려주라). 글쓰기 플랫폼인 브런치는 가입 단계에서 엄격히 관리해서인지 어뷰징이 일어나지는 않는 것 같다.


어뷰징에 대해서는 콘텐츠를 생산하는 유저의 주의와 플랫폼 스스로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 콘텐츠 생산자와 콘텐츠 자체에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검색 및 노출 알고리즘을 진화시켜야 한다. 후기를 대대적으로 조작해서 이득을 보려고 하는 광고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이다. 그렇게까지 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자정 노력은 적절한 정보를 나누는 데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줄이기 위해 반드시 수행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 서로가 지속적으로 존속하고 성장하는 데 기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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