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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정”, 돈다발로 뺨 때리는 중국 자본주의

이토록 중국 하층민의 분노를 대범하게 표현한 영화는 드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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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아 장커 감독의 문제작 <천주정>(2014)은 강렬한 오프닝으로 시작한다. 토마토를 가득 실은 트럭이 전복돼 도로에 토마토를 쏟아낸 채 멈춰서 있다. 그 옆에는 한 남자가 토마토 하나를 들고 있다.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던 또 다른 남자가 강도 세 명의 습격을 받는다.


하지만 이들은 상대를 잘못 골랐다. 남자는 총을 꺼내 세 사람을 쏴 죽이고는 토마토를 쏟아낸 트럭 옆을 지나간다. 토마토를 들고 있던 남자가 토마토를 먹으려는 순간 멀리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난다.

이 오프닝은 네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영화를 상징적으로 압축한다. 토마토라는 경제 과실을 가득 싣고 달리던 중국 사회는 전복돼 멈춰 섰다. 도로에는 강도가 횡행한다. 토마토 한 개를 겨우 먹으려는 남자는 분노가 폭발하는 광경에 움찔한다.


영화는 급격한 자본주의 체제로의 변화가 낳은 폐해를 그린다. 최근 중국 사회에서 급증한 폭력 사건의 원인을 파헤쳐 보니 그 기저에는 경제만능주의로 인한 극심한 빈부 격차, 계급 차별이 있다는 것이다.


지아 장커 감독은 기존 다큐멘터리 스타일을 버리고 무협 영화를 연상시키는 활극으로 중국 사회를 묘사한다. 영화 속 하층민들의 분노는 활극이 아니고는 그 폭발력을 표현할 방법이 없다는 의도일 것이다.


영화의 제목 역시 호금전의 무협 걸작 <협녀(A Touch of Zen)>에서 따온 ‘A Touch of Sin’이다.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는 뜻의<천주정(天主定)>은 일종의 반어법이어서 이 모든 폭력의 원인은 하늘로 상징되는 중국 자본주의 시스템에 있다고 말한다. 급격한 변화를 감당하지 못해 쌓인 문제점이 임계점에 다다라 여기저기서 폭발하고 있다.


제 발이 저렸기 때문인지 중국 정부는 이 영화를 상영 금지했다. 하지만 2013년 칸 영화제 각본상을 수상하며 영화는 국제적으로 더 유명해졌다.

사실 자본주의 폐해를 지적하고 사적 폭력으로 복수하는 영화는 너무 많고 흔해서 새롭지 않다. <천주정>은 중국 사회에서 실제 일어난 극단적인 사건들을 극화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중국 영화에서 하층민의 분노를 이토록 대범하게 표현한 영화는 드물다.


워낙 광대해서 극단적인 중국에 대해 우리는 흔히 ‘대륙의 스케일’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렇다. 내부에서 보는 중국 자본주의의 문제는 규모가 어마어마하다. 국유재산 빼돌려서 졸부가 된 자는 무려 자가용 비행기를 몰고, 매춘 사업장에선 여자들이 소련 군복을 입고 남자들 앞을 사열한다. 무자비한 경쟁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극심한 고통을 받는다. 고통마저도 ‘대륙의 스케일’이 적용되는 곳이 중국이고, 그 중국의 현재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 영화가 <천주정>이다.


영화에 등장하는 네 개의 에피소드는 모두 2000년대 발생한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하나씩 살펴보자. 에피소드



1. 시골마을 광부의 분노

2001년 산시 출신 광부인 후원하이는 부당 이익을 취한 촌장, 관리, 부동산업자 등의 비리를 고발하지만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을 시켜 그를 공격해 큰 부상을 입는다. 분노한 그는 장총으로 14명을 쏴 죽인다. 그는 이듬해 1월 사형 판결을 받았다. 공안에서 그가 했다는 이 말은 당시 그의 분노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죽은 자가 14명이라고? 17명 아니었어? 총 줘. 안 죽은 3명도 마저 죽여야겠어.

후원하이에서 따온 캐릭터인 다하이는 장예모 감독의 <인생>, 장양 감독의 <샤워>에 출연했던 강무가 연기한다. 다하이는 대규모 처단에 나서기 전 장총에 호랑이 그림을 두른다. 이는 <수호전>에서 맨손으로 호랑이를 때려잡은 호걸 무송을 흉내 낸 것이다.


다하이는 총을 들고 인정사정없이 방아쇠를 당기는데, 결정적인 순간에도 망설이지 않는다. 말에게 계속 채찍질을 가하며 괴롭히는 농부를 그가 처단하는 장면이 호쾌하다. 다만, 사적 복수는 순간적인 응징의 쾌감은 있지만 이를 깊은 고민으로까지 연결시키는 것은 아니어서 아쉽다.



에피소드 2. 신출귀몰 살인자의 귀향

1970년에 태어난 저우커화는 결혼해 아들이 있는 남자다. 그는 18세에 일자리를 찾아 도시에서 일당 30위안(약 5천 원)을 받고 수년 동안 일했다. 하지만 벼랑 끝 삶을 견디지 못하고 살인청부업자가 된다. 그는 2004년부터 중국 전역을 떠돌며 충칭, 창사, 난징 등에서 강도살인 행각을 벌인다. 8년 동안 신출귀몰하며 붙잡히지 않아 사람들은 그를 ‘람보’에 비유하기도 했다.


2012년 8월 10일, 그는 충칭시 사핑바구 중국은행 지점 앞에서 여성 1명을 죽이고 돈 가방을 빼앗았다. 이후 8월 14일 은신처에서 발견돼 공안에 의해 총살당했다.

영화에서 저우커화는 조우산(왕바오창)이라는 인물로 등장한다. 오프닝에서 세 명의 강도를 해치운 그는 어머니 칠순을 맞아 고향으로 가는 길이었다. 오랜만에 가족과 시간을 보낸 뒤 그는 길을 떠나 은행 앞에서 행인을 퍽치기하고는 유유히 사라진다.


영화 속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조우산의 큰 형이 물려받은 유산을 형제들에게 나눠주는 장면이다. 돈을 똑같은 액수로 삼등분한 뒤 그는 장례식을 치르다가 담배 한 갑을 샀다며 남은 담배마저 꺼내 세 개피씩 나눠준다. 공산주의를 상징하는 이 장면은 이후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돈다발로 뺨을 때리는 장면과 대구를 이루며 중국 사회가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를 상기시킨다.



에피소드 3. 접대를 거부한 여성의 정당방위

1987년 후베이성에서 태어나 자란 덩위자오는 호텔에서 접수원으로 근무하고 있다. 그에게는 유부남 애인이 있지만 불확실한 미래를 견디지 못해 이별을 준비 중이다. 2009년 5월 어느 날 그는 정부 직원인 손님으로부터 성 접대를 요구받고는 칼로 2명을 찔러 죽이고 1명을 부상시킨다. 정당방위가 인정돼 그는 그해 6월 처벌 면제 판결을 받고 풀려난다.


덩위자오에서 따온 캐릭터인 샤오위는 지아 장커 감독의 아내이자 그의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는 자오 타오가 연기한다. 샤오위가 칼을 들고 남자의 가슴을 찍을 땐 웬만한 액션 영화 뺨친다. 매춘을 하러 온 남자가 “돈이 있는데도 안돼?”라고 소리치며 지폐 다발로 뺨 때리는 장면, 갑자기 들이닥친 유부남의 아내를 피해 들어간 차 안에서 뱀이 미녀를 감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성경에서 뱀은 유혹의 상징이지만, 사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뱀과 인간은 뿌리가 같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도 마오쩌둥 동상과 성모 마리아 그림이 나란히 놓인 장면이 대구를 이뤘다. 영화는 옛 공산주의도, 기독교도 중국 인민의 불평등을 구원하지는 못하고 있다고 아주 투박한 방식으로 말하고 있다.


영화 에필로그에 샤오위는 후난성으로 내려가서 셩리그룹에 채용 지원한다. 셩리그룹은 첫 번째 에피소드에서 다하이가 응징한 위정자들이 소속돼 있던 기업이다. 비리로 사업을 확장하고,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기업의 면접관 앞에서 샤오위의 미래는 여전히 암담해 보인다. 이렇게 네 개의 에피소드는 돌고 돈다.



에피소드 4. 나비가 되지 못한 공장 노동자

네 번째 에피소드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는 아니다. 2010년 1월 23일부터 11월 5일까지 광저우 소재 대만계 OEM 업체 폭스콘 공장에서 14명이 잇단 자살한 사건을 바탕으로 그중 한 명의 이야기를 꾸민 것이다. 이 업체는 아이폰의 생산기지로 유명해 당시에도 ‘아이폰의 그림자’로 국제적 이슈가 됐다.


에피소드는 폭스콘을 연상시키는 대만그룹 FSK에서 한 노동자가 손가락이 잘리는 것으로 시작한다. 관리자는 그 남자와 함께 있던 샤오후이(나람산)에게 책임을 묻고 앞으로 그의 월급으로 피해자를 부양하라고 말한다. 이에 샤오후이는 공장을 도망쳐 나와 기차를 타고 둥관의 유흥업소에 취직한다.


나비넥타이를 메고 ‘삐끼’를 하게 된 샤오후이는 접대부와 사랑에 빠진다. 샤오후이의 QQ 닉네임은 ‘작은 새’, 접대부는 ‘물을 찾는 물고기’로 둘의 모습은 영화의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게 순수하다. 두 사람은 함께 물고기를 방생하며 자유를 찾아 떠날 것을 약속하지만 그녀는 딸이 있다고 고백하며 샤오후이를 좌절시킨다. 마음이 피폐해진 샤오후위는 공장으로 복귀해 다시 마음 잡고 일해보려 한다. 그러나 왜 돈을 송금하지 않냐고 다그치는 엄마와 갈등을 겪은 뒤 그는 건물에서 뛰어내려 자살을 시도한다.


그를 자살로 내몬 이유는 복합적이다. 공장의 노동 착취, 이루지 못한 순정, 부양해야 하는 가족 등 그는 매 순간 좌절을 겪는다. 가장 큰 이유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멀리 떠나서 나비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다는 샤오후이의 꿈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지만 그는 아무리 노력해도 고통스런 쳇바퀴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작은 새’의 날개는 이처럼 절망에 꺾였다.

영화 속에서 인상적인 장면은 중국 최대 매춘도시로 악명 높은 둥관에 대한 묘사다. 원래 이 지역은 중국의 개방정책 이후 저임금을 노린 대기업들이 둥지를 틀어 농촌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일자리를 찾아 몰려든 곳이다.


그러나 점점 올라가는 인건비, 확장되지 않는 내수시장, 그로 인한 경영난 등으로 기업 수백 곳이 대거 파산하며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대부분은 일자리를 잃었다. 공장 노동자 중 젊은 여성들은 자연스럽게 매춘업계로 진출, 경제도시 둥관은 순식간에 매춘도시로 타락했다. 우후죽순 생겨난 업체들이 통폐합되면서 ‘둥관식 서비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매춘이 기업형으로 커져 매춘이 곧 자본주의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곳이 둥관이다.


새처럼 날고 싶었던 샤오후위는 결국 날지 못하고 바닥으로 추락했고, 매춘부에게 고난도 서비스를 요구하는 부유한 남자 손님은 쾌락마저도 무심해진 듯 지친 표정을 짓는다.


가진 자도, 못 가진 자도 나락으로 떨어져 버린 사회, 자본주의는 결국 거대한 매춘의 장이고, 인간은 그 속에서마저도 소외되어 있다. 영화가 묘사하는 중국의 현실은 이처럼 직설적이다.

영화는 경극 ‘옥당춘’의 한 장면과 이를 지켜보는 민중의 표정으로 마무리한다. 조선 시대 ‘춘향전’과 유사한 이야기인 ‘옥당춘’에서 무고하게 죄인으로 몰린 수산이 통곡하며 억울함을 호소한다. 그러자 판관이 호통을 친다.

수산, 네 죄를 네가 알렸다!

판관은 수산에게 죄를 묻는다. 하지만 다음 장면에서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정작 죄를 물어야 할 상대는 수산이 아니라 판관인 당신이라는 듯, 매서운 눈초리다.


감독은 영화를 지켜보는 관객에게도 이 표정을 요구한다. 너무 직접적이어서 해석의 여지가 작아진 점은 아쉽지만 그래도 이런 영화 한 편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천주정 ★★★☆

산시, 충칭, 후베이, 광둥. 현대 중국 사회 불균형이 초래한 폭력의 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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