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 배구선수 로포넨, "장애는 불가능이 아니다"

조회수 2017. 6. 8. 18:5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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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저 핀란드 13번 선수 귀에 저게 뭐지?'
‘어? 저 핀란드 13번 선수 귀에 저게 뭐지?’

2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17 국제배구연맹(FIVB) 월드리그국제남자배구대회 2그룹 A조 핀란드-세르비아 경기. 승부에서는 세르비아가 핀란드를 3-1(25-22, 25-15, 22-25, 25-23)로 꺾었습니다.


하지만 이 경기의 또다른 승자가 있습니다. 핀란드 등번호 13번 안티 로포넨(22·사진)입니다. 그는 오른쪽 귀에 보청기를 끼우고 경기를 치웠습니다. 로포넨은 이 경기에서 양 팀 최다(공동 1위)인 18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로포넨이 다른 아이들하고 다르다는 것을 부모님이 처음 알게 건 두 살 때였습니다. 그를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를 데리고 병원에 간 부모님들은 그가 태어날 때부터 소리를 들을 수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죠. 처음 로포넨의 부모는 본인들이 수화를 배웠지만 곧 로포넨에게 소리를 찾아주기로 마음을 바꿨습니다.


결국, 일곱 살 때 인공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받으면서 로포넨은 소리를 들을 수 있게 됐습니다. 달팽이관 구실을 하는 기계가 바깥에서 소리를 포착해 곧바로 청각 신경에 소리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그는 핀란드 국영 방송 Yle 인터뷰에서 “수술을 받고 나서 가족 소풍을 갔다. 처음에 바람 소리를 들었을 때 깜짝 놀랄 만큼 좋았다. 세상이 나를 향해 목소리를 들려주는 느낌이었다”고 회상했습니다.


오른쪽에만 보청기가 있으므로 왼쪽 귀로는 여전히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습니다. 로포넨은 “왼쪽에서 누가 나를 불러도 모르는 정도”라고 말했습니다.


왼쪽 귀에도 보청기를 다는 게 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수술을 미루고 있는 건 배구 때문입니다. 그는 “수술을 하면 회복 시간이 필요하고 그렇게 되면 운동하는 시간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보청기를 끼운 채 경기를 해야 하는 만큼 로포넨은 경기 시작 전 테이핑 시간이 더 걸립니다. 손가락 같은 신체 부위는 물론이고 보청기에도 테이핑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포넨은 “내가 땀을 많이 흘리는 편이라 보청기에 물기가 들어가지 않도록 잘 보호해야 한다. 만약 보청기에 문제가 생기면 경기 내내 아무 소리도 들을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나쁜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로포넨은 “체육관은 어차피 시끄럽기 때문에 작전 시간 때 감독님이 뭐라고 하시는지 알아 듣기 어려운 건 모두가 마찬가지” 라며,


“나는 (입술 모양을 보고 무슨 말을 하는지 짐작하는) 순독법(脣讀法)에 능숙하기 때문에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경기장이 너무 소란스러워 집중이 필요할 때도 잠시 보청기를 빼기만 하면 된다”며 웃었습니다.

로포넨이 배구를 시작한 건 누나 때문인데요, 로포넨은 “10살 때 누나가 하는 배구 경기를 보러 갔는데 곧바로 ‘나도 배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습니다.


“(브라질을 2004년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로 이끈) 안드레 나스시멘토(38)가 롤모델이었다. 어릴 때부터 그의 플레이를 많이 흉내 냈다”고도 말했습니다.


배구 실력 역시 핀란드에서 알아주는 수준입니다. 로포넨은 청소년 때부터 줄곧 대표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최고 강점은 득점력.


라이트로 뛰는 로포넨은 2013 FIVB 만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 때는 브라질을 상대로 61점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그는 5세트에만 21점을 올리는 괴력을 선보였습니다.


로포넨은 배구만 잘하는 게 아닙니다. 육상 창 던지기 선수로도 뛰었고, (흔히 핀란드식 야구라고 부르는) 페새팔로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르포넨은 “나는 영화와 파티를 좋아하는 다른 핀란드 20대와 다른 게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장애가 불가능은 아니라는 걸 세상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원문: kini’s Sportuge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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