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겪은 보이스피싱 전화, 황당하면서도 무서워

조회수 2017. 6. 8. 12: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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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처음으로 내가 직접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발생했다.

처음 겪어본 보이스피싱 전화, 왜 사람들이 속는지 알 수 있었다


한때 한국 사회에서 보이스피싱 사건이 대대적으로 번지면서 개그 소재로까지 사용된 적이 있다. 지금도 보이스피싱 조직은 화려하게 활동하고 있고, 경찰관이 기지를 발휘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거나 실수로 일반인을 범인이라고 생각해 심각한 폭력을 가한 사건 등, 관련 사건들이 종종 보도되기도 한다.


그동안 보이스피싱은 늘 기사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 사건 중 하나일 뿐이었다. 하지만 어제 처음으로 내가 직접 보이스피싱 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발생했다. 


어머니께 걸려온 보이스피싱 전화에는 ‘지금 아들이 버스에서 행인과 싸움이 일어나 돈이 필요하다.’는 다급한 내용이 들어있었다.

학교에 도착해보니 어머니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전화를 하니 어머니께서 보이스 피싱 전화를 받았다고 말씀하시는 게 아닌가.


어머니께서는 “너는 버스에서 맨날 자느라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텐데, 네가 무슨 사고를 쳤나 싶었다.”고 황당해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걱정을 하셨다고 했다.


어머니께 그 말을 전해 듣고는 “무슨 그딴 보이스 피싱이 다 있노?” 하며 무심히 답하였는데, 당시 전화에서는 내 이름까지 대며 싸움을 말리는 척까지 했다고 한다.


그러한 상황까지 모두 듣고 나니 굉장히 황당하면서도 놀라웠다. 어떻게 내 이름과 버스를 타는 시간까지 알고 있었을까?


나는 항상 버스를 타거나 지하철을 탈 때마다 스마트폰을 에어플레인 모드로 해놓기 때문에 전화를 받을 수가 없다. 우연의 일치라고 생각해도 되겠지만, 보이스피싱 조직이 혹시 내 일상을 엿본 건 아닌지 순간 소름이 돋는 게 아닌가. 한편으로 이래서 보이스피싱에 속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스갯소리로 우리 사회를 종종 노출 사회라고 말한다. 길거리에 있는 수많은 CCTV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모습이 노출되고, 인터넷에 올라온 개인 정보는 마음만 먹으면 개인 신상을 털 수 있을 정도이며, 각 기업에서도 불미스러운 개인정보 유출은 심심찮게 반복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계정 비밀번호와 통장 비밀번호는 항상 6개월마다 바꾸라는 권고들이 넘친다. 만약 이런 개인 정보가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 조직에 조금씩 흘러 들어가고 있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데, 도대체 오늘 같은 일은 그렇게 상상하지 않고서야 설명이 되지 않는 기묘한 일이 아닌가.

보이스피싱 범인으로 오해를 사 경찰에게 폭행을 당한 시민이 ‘인신매매 납치를 당하는 줄 알고 격렬히 저항했다.’고 말한 것처럼, 영화에서나 보는 일이 우리 사회 속에서 일어나고 있다.


직접 겪지 않으면 모르지만, 비슷한 일을 겪는 순간 보이지 않던 두려움은 보이는 두려움이 된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실존하는 보이스피싱이 얼마나 교묘하게 이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나이를 먹은 중장년층이나 겁이 많은 사람이 보이스피싱에 속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이렇게 가족의 특정 인물이 전화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가족과 연루된 사건이 일어났다고 하면 당황할 테니까.


부디 이렇게 남을 속여 등쳐먹는 녀석들을 일망타진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원문: 노지의 소박한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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