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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12개의 사업을 시작했다": 본업의 중요성에 대한 역설

조회수 2017. 5. 19. 16: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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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 있어도 잘 나갈 사람은 창업을 해서도 잘 나간다 (..)

모든 직장인들의 꿈은 '퇴사'다. 다들 재미없는 일에 지쳐 내가 이걸 왜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10년 후의 내 미래도 불안정하게 느껴지기에 고민을 많이 하며 흔들린다. 나가서 무언가를 해야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들이 많다.


이 책 『나는 직장에 다니면서 12개의 사업을 시작했다』는 직장에 다니면서 사업을 했다는 아주 솔깃하면서도 화려한 제목을 달고 있다. 아마 직장인들이라면 다들 끌릴 법한 제목이 아닐까?

그러게나 말입니다…

나는 화려한 제목이 붙은 책에 대한 편견이 하나 있다. 내용의 깊이가 그 제목만 못할 거라는 편견이다. 물론 왜 그런지는 안다. 아무리 내용이 좋은 책이라도 사람들이 읽지 않으면 그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러나 상당히 많은 경우에는 빈곤하고 잘 맞지 않는 내용을 덮기 위해 화려한 제목을 붙이는 케이스도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10% Entrepreneur(10% 사업가)』로 '퇴직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트업 꿈을 실현하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짧게 줄여 말하자면 '부업하는 법'에 가깝다.


이 책 저자의 이력은 아주 대단하다. 조지타운대 졸업에 하버드 MBA에 벤처캐피털리스트이자 사모펀드 투자자로 월가에서 2008년까지 10년을 일해온 사람이다. 그러다가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일종의 좌천 같은 것을 당하게 되는데, 이때 이 사람은 업에서 뛰쳐나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지적, 금전적, 시간적 자산의 10%를 들여 다른 사업을 벌이는 일을 하게 된다.


자신의 10%를 다른 일에 투자한다는 개념, 어디서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구글이 자사 직원들에게 하고 있는 '20% 시간(20 Percent Time)'과 매우 유사하다. 즉, 이런 방식으로 자신의 역량의 일부를 다른 곳으로 돌려 그것으로 창업하고 스타트업을 하라는 이야기다.

Patrick McGinnis라는 분이시다.



이 부분에 동의한다: 회사는 웬만하면 그만두지 마라


샐러리맨들이 종종 잊고 있는 사실이지만 매달 안정적으로 들어오는 급여만큼 탄탄한 기반은 없다. 가끔 이걸 잊는 사람들이 있는데 안정적인 급여가 재미없을지 몰라도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게 해줄 기반으로선 가장 훌륭하다. 수익이 변동성에 흔들릴 경우 다분히 지출과 비용을 보수적으로 가져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그만큼 삶이 힘들어진다. 그러니 워렌 버핏과 찰리 멍거도 플로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고, 예전에 북리뷰를 썼었던 『집중투자』에서도 안전마진의 중요성을 그렇게 강조한 것 아니겠나.


대부분의 창업 신화에서 직장을 그만두고 창업을 시작한 케이스는 없다. 심지어는 차고에서 사업을 시작했다던 전설의 대표라 할 수 있는 애플조차 스티브 워즈니악조차 "실제 작업은 휴렛팩커드의 제 사무실에서 했습니다"라고 2014년에 밝혔다. 가장 성공적인 벤처에서 지금은 거대 공룡이 된 네이버도, 사내벤처에서 충분히 성장하기 전까진 두 창업자는 계속 삼성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다녔다. 직장을 그만두고 무언가를 차렸는데 그게 대박이 났다면 그건 운이 굉장히 좋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출처: America's Marketing Motivator
그러니까 이렇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직장과 사업을 병행하자

이 책에서는 전업 사업가의 위험성을 5가지를 늘어놓고 있다. 다음과 같다.


1. 일상생활이 엉망이 된다

2. 경제적 파탄에 빠지기 쉽다

3. 보장된 지위가 없으며 주변 사람들에게 홀대받는다.

4. 좋은 사업 아이디어가 없다

5. 실패는 쓰다


일상생활이 엉망이 된다는 것은, 직장의 경우 공과 사의 영역이 엄격하게 구분되는 데 반해서 사업은 이것이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부분 근무 시간이 길기 때문에 일과 삶의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


경제적 파탄에 빠지기 쉬운 것은 직장인과 달리 수입의 변동성이 크고 불균형하기 때문이다. 또한 뛰어난 벤처라고 해도 상당 기간 수익이 따로 발생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투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투자금을 유치하고 나서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내기까지의 시간이 제법 길다. 근 10년 내에 가장 뛰어난 IT기업인 페이스북조차도 7년이 걸렸다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그 기간을 버텨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보장된 지위가 없다는 내용은 특히나 내가 할 말이 많은 내용이다. 사람이나 기업이나 어떤 개인을 평가할 때 그 개인의 특질을 보기보단 보통 백그라운드를 가지고 평가한다. A라는 사람이 삼성의 임원이라면 어떤 곳에서 그 사람을 대할 때 삼성의 임원이기에 그에 맞는 대우와 관심을 쏟는 것이지 그 사람 A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우하는 일은 없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신용대출 쪽이다. 신용대출을 하러 갔을 때 은행은 그 사람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보지 않는다. 내가 은행에서 돈을 빌릴 수 있는 것은 내가 잘나서가 아니라 내 배경인 회사가 잘나서다. 그렇기에 확실히 보장된 이런 타이틀을 떼어버리고 작은 사업가가 되는 경우 주변에서 나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타이틀 없이 인정받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사업을 시작하더라도 현재의 직장은 절대 포기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나 역시 이에 동의 하는 바이다. 안정적으로 자리 잡기 전까지 사업은 언제나 늘 크게 흔들리고 변동을 경험한다. 이러한 변동은 안정적이고 탄탄한 커리어 위에 세워야 하는 것이 옳다.



동의하지 않는다: 그냥 회사원 했어도 잘 나갔을 사람이잖아….


여기까지가 내가 이 책의 저자와 동의하는 부분이고 이제 동의하지 않는 부분을 이야기해 볼 시점이다.


이 저자는 위에서 얘기했다시피 아주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벤처캐피털리스트에 사모펀드 투자자. 이런 사람이 미국만 하더라도 전체의 몇 %나 될 것 같은가? 상위 1%보다 더 적다.


즉, 저자는 뛰어난 능력과 뛰어난 인맥, 그리고 탄탄한 수입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다. 여기에 해당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는다. 자신의 10%를 투자하라는 말의 허점이 여기에 있다. 이 사람의 10%는 다른 평균적인 사람들의 50%보다 많을 것이다.

뭐야 그냥 엄친아잖아

마찬가지로 이 책의 저자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둘러 넘어간다.' 탄탄한 커리어가 중요하다'라고 단락을 할애해서 쓰고 있지만, 사실 이 부분이 거의 절대적임을 감안하면 다른 부분의 다른 내용은 장식처럼 느껴진다.


저자는 10% 기업가가 되는 5가지 방법으로 1) 엔젤형, 2) 고문형, 3) 창업자형, 4) 마니아 형, 5) 110% 형으로 나누고 있다.


엔젤형은 엔젤투자를 이야기한다. 이것은 엄밀히 따지면 '투자'이지 '사업'은 아니다. 엔젤투자자가 기업을 경영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엔젤 투자를 하기 위해선 뛰어난 회사를 알아볼 수 있는 안목 또한 필요하다. 이것은 저자가 벤처캐피털리스트기에 가능한 능력이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한 엔젤투자를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다양한 투자처가 필요한데 한국은 미국만큼 창업과 펀딩이 활발하지 않은 관계로 어렵다. 또한 소액 펀딩이 활발해져야 하는데 그나마 이 부분은 소셜펀딩과 P2P대출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어 다행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이것을 '10% 기업가가 되는 방법'으로 꼽아야 할지는 의문이다.


고문형은 말 그대로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신생 기업에게 여러 가지 어드바이스 등의 고문 역할을 하면서 일정 부분을 지분으로 할양받는 것을 얘기한다. 이것은 확실히 '10% 기업가'의 범주에 어느 정도 둘 수 있긴 하겠다. 다만 신생 기업에 고문을 해 줄 정도면 아마 일반인과는 확연히 다른 역량을 쌓아야 할 것이다. 탄탄한 커리어를 쌓으란 본문의 내용이 이와도 연결된다. 또한 고문은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기에 탄탄한 인맥 또한 밑바탕이 되어 있어야 한다.


창업자형은 직접 창업을 하는 케이스니 넘어가고, 마니아형의 경우 취미 이상으로 하던 것을 사업으로 연결하는 케이스다. 이 또한 엄밀히 따지자면 창업자형의 하위 범주에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리고 110%형은 창업자로서 일을 하면서 또 10%의 기업가로 일을 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 분류가 왜 있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결국 이 모든 전제조건으로 안정적이고 충분히 많은 수입, 혹은 뛰어난 개인 역량, 혹은 탄탄한 인맥을 필요로 한다. 딱 저자가 이에 해당한다. 이 정도 되는 사람은 기업에서도 아마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할 것이다.


나머지 사람들이 이에 해당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에 하나라도 해당되는 사람이 있다면 축하한다. 사업을 부업으로 하면서 더 큰 수익을 추구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핵심적인 오류


제목은 무척이나 화려하지만 이 책의 저자처럼 창업하여 10% 기업가가 될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그렇기에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이렇게 사업하려면 자신처럼 엄청난 커리어를 쌓아라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물론 저자는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비슷한 문제를 내가 예전에 올렸던 '재테크의 민낯은 소득'의 글에 사람들이 한 반응으로 느꼈다. 나름 재테크 공부를 하신 분들도 '저축률 50%가 뭐가 대단하냐? 직장 소득의 60%, 혹은 70% 이상을 저축하지 않으면 재테크 못한다'라고 아주 못 박아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았는데 그 말의 허점이 위와 같다.


직장 소득의 3-40%로 생활이 가능한 사람은 애초에 고소득자이거나 아니면 부모 등의 보조(부모와 함께 살아서 주거비가 절약되는 것도 이에 해당한다)가 있어서 생계 지출 규모가 극도로 적거나 둘 중 하나, 혹은 둘 다다. 그렇기에 '저축률 50% 이하면 재테크 못한다'라고 이야기하시는 분들은 재테크는 결국 고소득자만이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여유가 되지 않는 사람이 저축률을 6~70%로 올린다면, 생존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생존한다 쳐도 이 경우 삶이 무너진다. 이것이 재테크 기법 관련 서적들이 말하지 않는 진짜 진실이다.

이 아이디어의 한국에서의 접목 부분도 나는 많은 의문이 간다. 일단 소득과 역량 부분은 둘째 치고서라도 야근과 회식 문화로 개인의 시간이 극히 적은 풍토도 문제거니와 미국과는 달리 한국의 자영업 비율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높다. 물론 대부분 영세 자영업이 많다 보니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고 어렵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게다가 미국의 경우는 영어권이라는 특성 덕분에 시장 크기도 크지 않은가.


또한 10% 사업의 경우는 자신이 10%밖에 사업에 관심을 두지 못하는 만큼 훌륭한 매니저나 경영자를 구해야 한다. 이 부분에서 대리인 문제가 발생하기 쉬운데 아마 실제적으론 이 대리인 문제의 해결이 10% 사업의 가장 어려운 부분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모든 부업이 마찬가지다.


책의 나머지 내용은 다른 책에서도 살펴볼 수 있는 일반적인 이야기들로 가득하다. 예시도 흥미롭지 못한 경우가 많다. 아마 내가 책을 굉장히 삐딱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어서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화려한 제목에 비하면 내용은 생각보다 좀 더 빈곤한 게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이 의미하는 바는 '본업의 중요성'이 아닐까 싶다. 본업에서 누구도 넘보지 못할 커리어를 쌓지 못한다면 사업 또한 만만찮은 것이다. 저자는 직장에 다니면서 12개의 사업을 했다지만 이건 저자니까 가능한 것이다. 누구나 가능한 것처럼 이야기해선 곤란하다.

출처: DAUM 책
궁금하면 한번 읽어 보세요들

원문: Second Com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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