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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에서 콘텐츠 커머스까지: '열정에 기름붓기' 표시형 대표 인터뷰

조회수 2017. 5. 15. 18:5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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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100만 도달 브랜드의 구매까지 이어주는 콘텐츠 제작 비법!

1. 제주도에서 올라온 청년이 만든 한 페이스북 페이지 


리승환(이하 리): 너는 뭐 하는 사람이니?


표시형(이하 표): 열정에 기름 붓기 공동대표 표시형입니다. 공동대표는 이재선이라고 대학교 선배인데 그냥 술친구 같은 사람이에요.


리: 어쩌다 만들었니?


표: 빡쳐서 시작했어요. 고등학교 때 수능 공부 열라게 해서 대학 가고 1년 깔짝깔짝 놀다가 군대 갔다 와서 취업 준비하려니… 내가 세상을 사는 게 아니라 세상이 날 굴리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회한테 두들겨 맞는 기분이었죠. 맞기 싫어서 앞으로 앞으로 막 도망가는 그런 느낌이요. 공동대표랑 맨날 얘기했죠. 인간의 존재 가치를 직접 찾아보자, 이렇게 어버버 살다 정신 차려보면 무덤 속이겠다. 근데 문돌이 복학생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어요. 파워포인트도 잘 못했는데… 할 수 있는 건 이미지 넣고 텍스트 넣는 거, 그걸로 뭔가 우리 생각을 풀어보려 했죠.

중2병 치료가 시급합니다

리: 카드뉴스 되게 깔끔해 보이던데, 그냥 할 줄 아는 게 없어서 그런 거였나(…)


표: 네. 심플하다고 좋아하더라고요. 재선이 형이랑 술 먹다가, 마침 페이스북 많이 하기 시작할 때니 페이지 만들어 보자고 의기투합했어요. 사업 같은 건 생각도 없었죠. 그저 우리가 주체적으로 살기 위한, 우리가 스스로에게 하는 말을 만들자. 그렇게 콘텐츠 만들고 나니 올릴 곳이 없더라고요. 또 술 먹다가 ‘우리 콘텐츠는 힘이 되는 이야기니 열정에 불을 태워주는 기름 붓기로 하자’ 결정하는데 1분도 안 걸렸어요.


리: 체구를 보니 학교 다닐 때 애 많이 팬 것 같은데(…)


표: 전혀 아닙니다. 고향이 제주도라서 친구들과 촌새끼 같이 컸어요. 학교 끝나면 수영하고 짜장면 시켜 먹고 공부 못하니까 과외도 받고.


리: 집에 돈 많냐?


표: ?? 제주도도 과외받고 삽니다. 무시하지 마세요.

리: 알겠습니다. 때리지 마세요……


표: 고등학교 때는 그냥 섬을 떠나야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어요. 텔레비전에서 보는 라이프스타일이 와 닿지 않았거든요. 대체 저 번화가는 뭐냐. 어떻게든 공부해서 서울로 가자. 고3때 정말 열심히 해서 다행히 서울 입성에는 성공했죠. 물론 졸업은 못하게 될 것 같지만…



2. ‘열정에 기름붓기’, 순식간에 화제의 중심이 되다


리: 열기를 만드니까 반응이 어떻던가요?


표: 처음 재선이 형이랑 만들었을 때 목표가 1년에 구독자 1,000명 만드는 거였어요. 그런데 두 번째 콘텐츠 올렸을 때 바로 4만 명이 돼서 뭐지 싶더라고요. 그때 그런 얘기를 했어요. 우리 글이 먹혔던 이유는 우리가 90%의 일반적인 학생이라서 90%를 위한 글을 썼기 때문이 아닐까? 똑똑하고 잘난 10%가 90%를 대상으로 전략적으로 쓴 글이 아니라는 말이죠.

‘열정에 기름붓기’ 메인 화면.

리: 관종끼 있어 보이는데, 따봉 1만 개씩 받는 콘텐츠를 단 두 번 만에 만들었을 때 기분이 어땠나요.


표: 짜릿했죠. 성취감이 엄청났어요. ‘노력’이란 게 자발적으로 일어날 수 있구나 느꼈습니다. 그때 들었던 생각이… 누군가가 서울대, 연고대 나온 애들이 잘되는 이유로 걔네는 ‘노력을 통해 성취한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어서 계속 노력하기 때문’이라고 하더라고요. 바꿔 말하면 인생 첫 중요 과제가 수능인데 저를 포함한 90%가 이후 패배감과 박탈감으로 살게 돼요.


대한민국 학생은 ‘수능 대박’이라는 꿈을 꾸고 대부분 실패하죠. 이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이 최초로 무언가에 도전했을 때 느끼는 감정은 ‘패배감’ 혹은 ‘허탈함’인 것 같아요. 이게 굉장한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랬고요. 우연일 수도 있지만 이 콘텐츠로 좀 자신감을 얻었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마음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었어요. 가치에 대한 확신을 하게 되었죠.

그래봐야……

리: 서울로 대학 왔음 됐지, 뭐…


표: 더 잘 갈 줄 알았죠. 연고대 간 애들이 서울대 못 갔다고 아쉬워하듯 저도 별다른 목적의식 없이 서울만 가자고 생각했지만 사실 은근 기대했고… 패배감까진 아니지만 지금 생각하면 제 꿈이 작아져 있던 거죠. 한국은 차근차근 노력하고 작은 성공을 이루고 큰 성취를 꿈꿔보고, 그런 연습을 전혀 할 수 없는 시스템이잖아요. 저 역시 그랬어요. 어느 순간부터 그러려니 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열기를 통해 내가 스스로 뭔가 노력하고 만들었다는 경험은… 회사를 떠나 개인적 열정으로 일에 집중하게 만들어줬죠. 그때 느낀 자기 효능감은 어마어마했어요. ‘주체적으로’ ‘내가 정한 목표를 성취하는 경험’을 모든 사람들이 꼭 느낄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확신하게 되었고요.


리: 돈은 어떻게 벌었나요?


표: 못 벌었죠. 열기가 4년 차인데 2년 동안 도시락 싸 와서 먹고 팀원이 집에서 남는 반찬 가져 오고… 제일 기억에 남는 게 저 혼자서 500원 비싼 도시락을 먹은 적이 있어요. 그래봤자 4,200원인가 그랬는데 그거 먹었다고 돈 관리하던 팀원한테 정색 먹었을 때 좀 슬펐습니다.

ㅠㅠ

리: 돈도 없는데 팀원은 어찌 늘렸나요?


표: 비전을 같이 이야기했죠. 처음 시작할 때 24살이었고, 팀원도 그 정도였어요. 바로 취업하기보다 뭔가 가능성 있는 일을 해보고 싶은 분들이 합류했죠. 가치를 지키는 걸 우선시하며 행복하게 일했어요. 그 경험 덕택에 아무리 가난하고 배고파도 버티는 체력이 좋아졌어요.


리: 그래도 밥은 먹어야…


표: 초기에는 계속 알바했어요. 저는 고등학교에서 음식물 쓰레기 버렸고, 재선이형은 국수 삶았어요. 박혜경 씨한테 매월 20만 원씩 투자도 조금 받았고요.


리: 박혜경 씨는 엔젤 투자자인가요?


표: 어머니입니다.

…….

리: … 수익화 안 했어요?


표: 생각은 있었는데 못한 거죠. 어리다 보니 돈을 어떻게 벌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페북 페이지 콘텐츠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지? 광고밖에 없는데 그건 하기 싫었어요. 열기 처음 만들었을 때부터 진정성 있는 콘텐츠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퍼온 거 하나 없이 100% 손수 제작했어요. 그렇게 쌓인 브랜드 가치를 돈 급하다고 훼손할 바에야 굶는 게 맞다고 모두 동의했어요. 애초에 돈 잘 버는 페북 페이지로 끝내려면 왜 그렇게 고생했냐… 이런 오기도 있었고.


그리고 ‘스타트업은 사회에 존재하는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존재한다.’라는 팀 내부의 의견이 세워지던 시기라 오로지 가치에만 집중했어요. 돈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안 했어요. 크리에이터란 족속들이 그렇잖아요. 좋은 콘텐츠 만들어서 대박 나는 게 좋은 옷 사 입고 맛있는 밥 먹는 것보다 훨씬 좋잖아요. 그리고 팀원들 자체가 외모에 신경을 쓰거나, 딱히 돈 쓰는 데 관심 없는 인간들인 이유도 있던 것 같습니다.



3. 오토바이로 풀던 스트레스, 큰 사고를 불러오다


리: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었나요?


표: 오토바이로 풀었어요. 아버지한테 오토바이 사겠다고 200만 원만 빌려달라고 했죠. 아버지가 워낙 화통하신 분이라 바로 꽂아줘서 중고 국산 트로이 탔어요. 당시 친구랑 신림에서 자취했는데 새벽에 서울대 가서 적당히 타며 스트레스 풀었어요. 차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참 평온한 기분을 줬거든요.


리: 거기 언덕길인데 얼마나 적당히?


표: 글쎄요… 서울대 뒤편에 가면 인적이 아예 없고 도로만 뚫린 길이 있는데 거기서 많이 달렸던 것 같아요.


리: 야(…)


표: 그게… 업다운힐 연습하는 게 엄청 재밌거든요. 그런데 사고가 났어요. 그냥 붕- 하고 날아가니까 엄청 쪽팔리더라고요. 그래서 일어나니까 몸은 잘 안 움직이고, 옷에 차 있던 피가 푸아악 쏟아지더라고요. 친구들은 저 사고 나는지도 모르고 이미 저만치 가 있고… 혼자서 너무 놀랐어요.


리: 그래서 어떻게 했나요?


표: 좆됐다… 하면서 간지 나게 담배를 피웠죠. 그때까진 심각성을 몰랐던 것 같아요.


리: ……


표: 그때 지나가던 택시 기사님이 신고해서 앰뷸런스 타고, “저 많이 다쳤어요?” 하니까 간호사가 “고개 들지 말아요!”라고 소리 지르고… 친구가 미친 듯이 울고 있고… 병원 가서 진짜 X됐다… 느낀 게, 정신 좀 차리니 발뼈가 완전히 찢어졌고 발가락은 하나 날아갔더라고요. 발등 자르기 직전까지 갔어요.


리: 헐…


표: 나중에 의료 사고 나서 다리가 썩기 시작하고, 피부이식 수술은 두 차례나 실패하고. 수술 4번, 시술 2번, 끝없는 마취… 드라마에서나 보는 게 현실이구나…


리: 그때 어떤 생각을 했죠?


표: 죽고 싶지 않다. 죽을 뻔했던 사람들이 ‘나는 내일 죽을지도 모르니까 오늘이 귀한 줄 알자’ 그런 말 많이 하는데 전 반대였어요. 절대 안 죽을 거라고, 내가 겨우 여기까지 왔는데 어떻게 죽을 수 있냐고, 절대 안 죽는다, 끝이다 생각 버리고 치열하게 계속 싸우고 살자. 이런 생각을 했어요.



4. 브랜드 컬러와 수익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성공하다


리: 그나저나 대표가 사라졌는데, 회사는 계속 굴러갔나요-_-?


표: 처음에는 병실까지 와서 같이 회의하고 그랬는데 제 상태가 워낙 안 좋으니 나중에 자기들끼리 알아서 잘하더라고요. 재선이형 말에 따르면 그냥 죽은 사람이라 생각하고, 하던 거 열심히들 했다고(…)


리: 1년 넘게 돈도 못 벌고, 팀 유지하느라 힘들었군요.


표: 처음에는 저희도,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아무도 돈을 바라진 않았어요. 그저 같이 만들어가고 성과를 올리는 데 희열을 느꼈죠. 그런데 현실적인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대학교 졸업했는데 취업 안 하고 뭐 하는 거냐는 압력이 들어왔죠. 그 친구들이 봐도 수익모델 제시 못 하는 우리가 무능한 대표로 보였을 거예요. 결국 하나둘 현실에 떠밀려 떠나갔죠…


리: 그래도 잘 헤어졌나 보군요.


표: 네. 다들 나가서 사회에서 인정받고 지금도 우리가 바쁘면 종종 일 줍니다(…) 특히 초기 두 분이 큰 도움이 됐어요. 디자이너와 화가가 있었는데, 열정으로 모이다 보니 사실 중복자원도 많았죠. 스타트업에 화가가 왜 있습니까(…) 그래도 디자이너분이 브랜딩 기조를 만들어줬고 화가분이 캘리그래피를 만든 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어요.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은 건 삶의 태도에요.

이 캘리그라피다.

리: 삶의 태도?


표: 콘텐츠 만들 때 마케터와 화가의 접근법이 크게 달랐어요. 아티스트는 자기가 만족할 때까지 만들더라고요. 자연스럽게 팀 분위기가 ‘우리 스스로의 만족이 젤 중요한 가치’로 넘어갔고요. 문구 하나 만들 때도 사람들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넘길 거 하나하나에 집착했어요. 어미를 ‘요’로 할까, ‘습니다’로 할까, 이런 것까지. 이미지는 물론 워딩, 소통 방법 하나하나. 모두 마케팅 기법이나 경영학 이론이 아니라 예술가적 마인드로 접근했어요. 그때 우리만의 고유 컬러가 생겼고 자연스러운 브랜딩 전략이 됐어요. 두 분께 지금도 너무 감사하며 살아가고요.


리: 자, 그래서 대체 사업화는 언제…


표: 우리는 계속 브랜드를 해치지 않는 데에만 집중했어요. 그런데 아버지가 그러시더라고요.

돈 버는 방법도 모르는 새끼들이 뭘 따지냐, 적은 돈 벌어봐야 큰돈 버는 것도 아는 거다.

1년 6개월쯤 됐을 때, 조금씩 오프라인 행사의 기획과 홍보를 하기 시작했어요. 외주를 한 거죠. 한 달에 50만 원 받고 콘텐츠 40개 만들어준 적도 있어요. 아버지 말씀이 맞았던 게, 실제로 외부 일을 해보니까 감이 오더라고요. 음식물 쓰레기 내다 버리며 뭘 배우겠어요. 그런데 에이전시 구조를 알게 되니 콘텐츠로 비즈니스 모델 만드는 데 약간의 실마리를 얻게 된 거죠.


리: 실마리라 함은 어떠한…


표: “브랜드를 해치지 않으며 열기로 돈 버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핵심은 내러티브와 브랜드, 그리고 콘텐츠의 결합이었어요. 그게 가능한 게 뭔가 생각해 보니 ‘책’이더라고요. 구독자 입장에서도 좋은 정보로 받아들이고요. 몰입감 주는 콘텐츠라면 구매로도 이어질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책이라면 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일단 책을 골라서 콘텐츠로 바이럴 테스트를 해봤죠. 출판사에 전화해서 혹시 이날부터 많이 팔리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사실이더라고요. 우리가 팔아준 거라고 하니 처음엔 반신반의하다가, 이게 여럿 쌓이니 받아들이게 된 거죠. 


리: 돈은 좀 됐나요?


표: 20만 원으로 시작했어요. 돈은 없어도 비즈니스를 키우자는 생각으로 외주를 다 끊었고요. 베스트셀러를 두 권 만들고 120만 원으로 올렸어요. 어느새 매대 10권 중 6권이 우리 책이 돼 있더라고요.


그렇게 계속 가격을 올렸어요. 계속 실패해보고 또 작은 돈을 벌어보니, 비즈니스에는 스텝이란 게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후 매출 목표를 잡고 좀 최소한 회사답게 굴리려 했어요. 도서에서 쌓은 스토리텔링 능력을 바탕으로 기업 브랜딩으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죠.


리: 매출 목표는 달성했나요?


표: 네. 솔직히 목표에 무슨 정확한 기준이 있진 않았어요. 그냥 최소한 세워두고 ‘고민할 시간에 일하자’ 이런 거죠.


그런데 정작 매출 목표를 달성하니 브랜드가 무너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우리의 핵심은 브랜드였고, 그걸 지키려고 굶으며 일했는데… 그래서 한 달에 12건씩 올리던 광고 콘텐츠를 3건으로 줄였어요. 돈보다 더 중요한 건 브랜드고, 그것을 대하는 우리의 믿음이니까요.



5. 그들은 왜 ‘열기’에 열광할까: 구성과 스토리, 진정성이다


리: 열기 콘텐츠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데, 어떤 노력을 하나요?


표: 일단 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요. 공감해야 방어막을 해제하거든요. 정보가 들어오면 머리로 생각하고 판단하잖아요. 공감은 그 해석을 최대한 변이되지 않게 만들어주는 장치라고 생각해요.


리: 그렇다면 어떻게 공감을 얻을 수 있을까요?


표: 메시지를 주입시키지 않고 친구가 이야기하듯이 풀어가는 게 중요해요. 한국 사람들이 선생님 싫어하잖아요? 초중고 내내 시달리고 졸업했더니 대학에는 교수… 그 선생들은 항상 힘들 걸 요구해요. 그런 말투, 어투로는 절대 그 사람을 설득할 수 없어요. 완전히 그 사람을 이해하는 입장에서, 같은 일을 겪은 경험한 동료로서 메시지를 전달해야죠.


리: 열기도 사람 갈구는 콘텐츠 좀 있던데, 노오오오오력 하라고.

표: 한 가지 모습만 보여주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해요. 친구가 위로도 하지만 쓴소리도 하죠. 우리도 세게 말할 콘텐츠, 약하게 말할 콘텐츠를 갈라요. 센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짜증 나고, 따뜻한 이야기만 하는 사람은 신뢰가 안 가잖아요. 두 개 모두 필요한 말이에요. 그래서 더욱더 함께 해야 해요.


우리끼리 말로 ‘심리선을 본다.’고 해요. ‘요새는 피곤한 얘기를 계속했으니까 다음 주는 그러지 말자.’ 이런 식으로요. 브랜드는 사람과 같으니 브랜드 감정을 관리하는 거죠. 페르소나를 입히고, 그 페르소나가 어떤 이야기를 어떤 시점에 할 때 주의 깊게 들을까… 이런 고민 후에 열기 콘텐츠를 만들어요.


리: 요즘은 음악도 하던데 왜 갑자기?


표: 기본적으로 노래 사업을 존나 하고 싶어서예요. 동기부여 콘텐츠를 만들면서 스스로 동기부여가 안 되면 곤란하잖아요. 그리고 전쟁 나가기 전 같이 노래 부르듯 역사가 가장 오래된 동기부여 콘텐츠는 음악이에요. 언젠가는 당연히 해야 할 콘텐츠에요. IP로의 확장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리: 지금까지는 잘 됐나요?


표: 네. 총 5곡 공개했고 모든 콘텐츠당 평균 노출 80만이 오가닉으로 나왔어요. 댓글 8,000개 달린 곡도 있습니다. 최근 두 건은 조회수만 30만을 넘었어요. 요새 페이스북을 보면 유명한 뮤지션 써도 우리만큼 수치 안 나오는 거 많아요.


지금 시대의 콘텐츠는 ‘유명세’와는 큰 상관이 없다고 봐요. 정말 그 콘텐츠 자체의 힘이 훨씬 중요하죠. 웹드라마를 보더라도 그 드라마 주인공이 유명해서 잘되는 게 아니잖아요? 어떤 메시지와 포맷을 가지고 전달하느냐가 훨씬 중요하잖아요. 우리는 아무도 모르는 뮤지션, 뮤직비디오에 큰 비용을 들이지 않아요. 콘텐츠와 메시지를 구성하는 데 엄청난 시간과 인력을 쏟죠.


이게 우리 회사, 열기의 힘이라고 생각해요. 핵심은 많은 돈, 유명한 배우, 좋은 장비가 아니라 구성과 스토리, 그리고 진정성이거든요. 우리 콘텐츠 전략이 음악에서도 먹힘을 알았고, 앞으로 더 많은 가능성을 그리고 있어요. 계속해서 새로운 뮤지션을 발굴하고 IP화 시킬 수 있을 거예요.


리: 열정에 기름붓기 서점도 있다고 들었어요.


표: ‘무인서점’이라고 작년 11월에 오픈한 서점이 있습니다. ‘무인’으로 운영되고 구독자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꽃을 놓고 가거나, 글을 쓰고 가거나, 책을 놓고 가기도 해요. 무려 수요미식회에도 나왔죠. 5초 정도… 수익적으로는 의미가 없었지만 우리 독자들과 최소한의 오프라인 접점을 만들었다는 데 커다란 의미를 두고 있어요. 이런 정체성이 열기의 힘이고 또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출처: 한겨레
진짜로 ‘무인’으로 운영되고 있다.

6. ‘열기’와 헬조선의 상관관계 : 비관만 하면 문제는 개선되지 않는다


리: 솔직히 전 열기 이름부터 별로인 것 같아요. 요즘 같은 시대에 열정열정거리는거 촌스럽습니다.


표: 전 우리가 그런 편견과 싸우고 있다고 생각해요. 재선이형이 철학자 유형인데, 우리는 패배주의와 싸우는 거라 하더라고요. 명확한 사실이라 생각해요. 『제로 투 원』 썼던 피터틸이 인간의 부류를 나누며 ‘명확한 낙관론자’가 늘어날 때 사회가 진보한다고 했어요. 비관은 사회의 잘못된 부분을 드러내 주지만 더 중요한 건 그걸 바꿔나가야 하는 거죠. 그러려면 한 사람이라도 더 진취적인 마인드를 가지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리: 헬조선 이야기도 싫어할 것 같군요.


표: 그렇죠. 물론 실제로 사회에 문제가 있어서 나온 단어고, 동시에 그런 환경이 당연시했어요. 대한민국은 원래 이렇다고. 저 역시 환경이 생각을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비관이 커지면 포기가 되고, 문제들은 절대 개선되지 않아요. 그걸 바꾸는 건 문제의식, 저항정신이고 이게 바로 열정이라 생각해요. 어쨌건 대부분은 ‘헬조선’에 살 것이고 그럼 그걸 바꾸지 않는 한 우리가 사는 세계는 결코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러니 더더욱 바꿔야죠.


리: 허나 이미 열정은 노오오오오오오력 같은 단어가 돼서…


표: 열정은 웃는 얼굴에서 나오는 게 아니라고 봐요. 이 사업도 사실 반항심에서 시작한 거잖아요. 그게 우연히 잘 풀린 거고. 무시 받아서 싸우려는 사람들이 멍청하다는 취급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이런 사회의 편견과 전쟁하고 조금이라도 세상을 바꾸어 나가는 데 뿌듯함을 느껴요. 제 자신이 자랑스럽기도 하고요. 열기가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도 세상을 조금 바꿨다’고요. 분명히 바뀌고 있어요.


리: 말이 아주 길어졌는데, 앞으로 회사는 어떻게 키워나갈 생각인가요?


표: 열기 자체가 재밌는 실험이라 생각해요. 최근 음악도 그렇고… 하지만 저는 여전히 열기가 학생, 어쩌면 아기라고 생각해요. 당장 수십억 벌고 매출 키우고 투자 받는 건 중요하지 않아요. 아직 더 배워야 할 시기잖아요. 창업하고 뒤늦게 느낀 것 중 하나가, 우리가 너무 배움이 부족한 상태에서 시작했다는 거에요. 이제 계속 배워나가며 아이들처럼 뭔가 해보고 재미 붙이고 발전해나가는 거죠. 계속 AB테스트를 하는데, 이 테스트가 곧 시험이고 발전이에요.


그리고 팀 내부는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돈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회사처럼 이야기했는데, 좋은 가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수익성은 매우 중요하다고 보고 엄청 노력하는 편입니다. 수치도 만족스럽게 나오고요.


리: 요즘 콘텐츠 커머스가 뜨고 있는데, 그쪽으로 뛰어들 생각은 없나요?


표: 이번에 다이어리를 찍었는데 3,000부가 바로 완판됐어요. 다른 커머스들은 제품과 판매에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는 가치와 제안에 초점을 맞춰요. 그러다 보니 아무래도 이걸로 큰돈을 벌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열정에 기름붓기에서 발매하여 모두 완판된 미켈란젤로 크림슨ver. 스케줄러

하지만 이 스케줄러를 1단계로 봅니다. 온라인 콘텐츠 브랜드에서 오프라인 브랜드로의 인식을 확장하고, 스케줄러에 다양한 오프라인 콘텐츠들을 연동시켜갈 계획이에요. 지난 2년간 손에 만져지는 브랜드와 보이기만 하는 브랜드는 차이가 엄청나다는 점을 느꼈거든요. 느리고 무겁지만 단단한 모델을 만들려는 거죠. 


리: 앞으로는 어떤 일을 계속하고 싶나요?


표: 지금까지 하던 대로 꾸준히 하고 싶어요. 미친 것 같은 생각을 성공시키고, 계속해서 미친 도전을 해나가고 싶습니다. 생각 없이 콘텐츠를 만들다가 기획을 알게 되고, 비즈니스로도 확장되고… 예전에는 그로스해킹, 린스타트업 같은 이야기가 개념적으로 다가왔을 뿐인데 지금은 우리 상황에 맞추면서 읽고 적용하고 배워나갈 수 있어요.


열기는 지금 성공한 회사는 아니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어요. 그 과정에서 저도 성장하고 있고, 또 계속해서 성장할 생각이에요. 여기에서 느끼는 자기효능감을 저뿐 아니라, 모든 열기 구독자가 느낄 수 있으면 좋겠어요.


강연 일자 / 장소

5월 26일 (금) 19:30~21:30 /  비전티움 아카데미


강연 내용 세 줄 요약.txt

콘텐츠 마케팅과 브랜드가 어떻게 실패하는지, 또 이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는가?
콘텐츠 마케팅 수익화 방안과 브랜디드 콘텐츠 확립하기
‘열정에 기름붓기’만의 조금 특이한 콘텐츠 관점과 성장기


누가 이 강연을 들어야 할까요?

기업, 서비스 브랜드 담당자
콘텐츠 마케팅을 효과적으로 하고자 하는 이들
스타트업 팀원, 또는 마케팅 실무자


이 강연을 들으면 뭘 알 수 있지요?

글을 낼 때마다 백만 도달을 기록하는 콘텐츠 제작 방식, 그리고 이에 앞선 페이스북 페이지 브랜드 관리법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하여 어떻게 브랜드와 협업하고, 네이티브 애드 수익을 창출하는지, 나아가 콘텐츠 커머스로까지 연결할 수 있는지 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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