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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 대선, 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대구·경북의 대선, 촛불도 소용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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ㅍㅍㅅㅅ 작성일자2017.05.14. | 3,712 읽음

대구·경북의 대선, 촛불도 소용없다?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2, 3위 후보가 바뀐 것 빼고는 마지막 여론조사 결과대로 문재인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정권교체’가 이루어졌다. 투표일 밤 8시, 투표가 완료되고 출구조사가 발표될 때는 저도 몰래 잠깐 긴장하기도 했지만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날 밤 자정을 넘길 때까지 우리 가족은 텔레비전 앞을 떠나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당선이 구체화되어 갔지만 그것들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도 적지 않게 쏠쏠했던 것이다. 이튿날,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에 취임하고 첫 기자회견을 여는 것까지 우리는 놓치지 않았다.


문재인은 전국 14개 시도에서 1위를 지켰지만 대구·경북과 경남은 홍준표에게 밀렸다. 경남은 소수점 차이에 그쳤지만 대구·경북은 그 격차가 상당히 컸다. 격차는 개표 초반부터 종료 시까지 바뀌지 않았고, 점점 커졌다. 개표 상황을 지켜보던 가족들이 저마다 한마디를 보탤 만도 했다.  

대구·경북은 여전하네. 여긴 촛불도 아무 소용없는 동네야.
창피해 죽겠어요. 정말 아무 생각이 없는 거 같아요.

대구 경북에서 문재인은 각각 21.76%, 21.73% 득표를 했다. 홍준표는 각각 45.36%, 48.62%로 문재인에 비겨 두 배 이상 표를 얻었다. 그나마 문재인의 득표율은 5년 전, 18대 대선에서 얻은 19.53%(대구), 18.61%(경북)보다는 2~3% 높아지긴 했다.


언론들은 이번 대선이 지역별로 한 지역에서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는 현상은 완화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양자구도가 아닌 다자 구도였기 때문에 한 정당에 몰릴 표가 분산된 것으로 보는 견해도 간과할 수는 없다.

영남에서는 여당표가, 호남에서는 야당 표가 갈림으로써 표 쏠림 현상이 완화된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유권자들의 주장도 영남과 나머지 지역에서 꽤 엇갈린다. 특히 사실상 수준이 의심스럽다며 지탄을 받았던 후보에게 몰린 표를 영남의 배타적 경직성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거치고도 자유한국당을 밀어준 대구·경북을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TK를 분리시켜 독립국가로 만들자’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서울시민 황모(35)씨  
전라도는 대선에서 내내 야당만 찍었다. 득표율로만 보면 TK보다 더 심할 것이다.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에 투표하는 것에 지역색을 입혀 비난하는 것이야말로 지역주의를 부추기는 행태다.”

- 대구시민 박모(34)씨, 2017.05.10 서울신문 발췌

할 말은 누구에게나 있다. 촛불혁명에 동의했던 이들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 대구·경북에 대해 실망하지 않을 수 없고, 그것과 무관한 대구 경북 사람들로선 자신의 정치적 지향이 비난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몰표의 책임, 누구에게 물을까


그러나 호남과 영남의 정치적 선택을 동렬에 두고 단순 비교하는 게 온당하지 않다는 것은 영남 사람들에겐 아프지만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들의 선택이 선거를 앞당긴 박근혜의 실정과 국정농단의 결과이며, 그 책임이 자유한국당에 있다는 사실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이라면 더더욱 그러하다.


특히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에 강하게 저항했던 경북 성주군에서 홍준표가 56.2%를 득표한 것에 대한 다른 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떨떠름하다. 홍준표한테 몰표를 주면서 문재인에게 사드를 막아달라고 하는 성주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드를 반대하며 싸워온 이들에게 그 몰표의 책임을 묻는 게 온당한 일일까. 정작 책임을 물을 곳은 지역감정을 통하여 수십 년 동안 지역 정당에 대한 배타적 지지를 강요해 온 저열한 정치 문화고, 거기 기대어 정권을 유지해 온 왜곡된 정치사가 아닌가 말이다.


답답하고 분한 마음에 지역 사람들에게 비난을 퍼붓는 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은 사실이다. 굴절된 정치적 선택이 심화되는 이유로 ‘확증 편향’을 들곤 하지만 그건 진보 유권자도 동시에 갖고 있는 심리적 기제가 아닌가 말이다.

일단 마음을 가라앉히고 개표 결과를 객관적으로 들여다본다. 이번 대선에서 문재인에 대한 평균 지지율은 대구가 21.76%, 경북이 21.73%였다. 그런데 어떤 지역은 평균보다 높고 어떤 지역은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경북, 평균 지지율 21.73%


문재인 후보의 득표율이 가장 높은 곳은 구미(25.5%)다. 구미시민의 평균 연령이 35세라는 사실이 평균보다 4%가 높은 데 대한 설명이 될까. 그다음이 김천인데 다소 의외다. 오래된 낡은 도시라는 선입관이 있는데도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사드 반대 운동을 벌인 혁신도시의 영향 탓일지 모르겠다.


칠곡군이 세 번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뜻밖이다. 매우 보수적인 동네인데 역시 문재인이 1위를 한 석적읍의 영향이 있을 듯하다. 경북 최대 도시인 포항이 겨우 4번째로 체면치레를 했다. 다음은 경주시. '도토리 키재기'라 해도 무방한 차이긴 하지만 이 지역에선 그런 차이의 의미도 적지는 않다.


문재인에 대한 지지가 가장 저조한 지역은 경북 평균에도 한참 못 미치는 곳들이다. 군위와 의성, 영덕은 15%가 안 되고, 예천과 고령은 17%에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대도시에 비기면 시골에서 문재인에 대한 지지는 맥을 못 춘 셈이다.

전체적으로 저조한 지지 가운데서도 경북에도 문재인이 1위를 한 지역이 여섯 군데가 있다. 먼저 내 고향인 칠곡군 석적읍. 역시 토박이 주민들이 아니라, 남율리와 중리 등 구미 공단의 배후 신도시와 농촌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그 주역인 듯하다.



문재인 지지가 높은 여섯 곳


구미에도 문재인이 1위를 한 곳은 투표소 단위로 세 군데다. 양포동과 진미동, 공단2동 등은 금오공대(양포동)나 구미 국가산업단지가 밀집한 곳으로 젊은 층 인구가 많다. 포항시 남구 효곡동도 마찬가지로 지역 전체 평균 연령보다 5~8세 정도 평균 연령이 낮은 지역이라고 한다.


연령이 지지 성향을 결정짓는 요인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상대적으로 노년층에 비기면 젊은 층이 다소 진보적이었던 셈이다. 이들 지역에서는 문재인 지지는 홍준표와 격차가 크지는 않다. 문재인 지지가 30%대 중반, 홍준표 지지가 20%대 후반 정도다.


거기 비기면 김천 혁신도시인 율곡동은 차이가 꽤 두드러진다. 문재인과 홍준표의 득표율은 각각 50.2%, 17.1%로 무려 33.1%의 차이가 있다. 율곡동은 성주 소성리 사드포대로부터 직선거리가 8km밖에 되지 않는 곳이다. 사드 반대 운동의 결과라고 볼 이유가 충분하다는 얘기다.


여섯 곳에서 1위를 했다고 하지만 그 단위가 읍면동에 그칠 뿐, 기초자치단체 단위는 한 곳도 없다. 그게 티케이의 정치적 선택의 한계인지 모른다. 덕분에 대구·경북은 문재인 정부 출범에 반대표를 던진 광역자치단체로 남게 됐다.


우리 지역의 고령 유권자들이 문재인을 반대하는 이유는 거기가 거기다. 그가 친북 정치인이고, 김대중 노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북한에 퍼다 줄 것’이라는 게 주종이다. 거기서 한발 더 나아가 북에다 나라를 팔아먹을 것이라는 터무니없는 얘기도 사양치 않는다.


어쨌든 그렇게 위험한 정치인이 최고 권력의 자리에 올랐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이 이들의 수십 년 동안 학습해 온 증오와 배제의 논리를 무너뜨릴 수 있을까. 극우적 냉전 논리 대신에 민족 공동체간 평화와 공존의 논리로 전환하는 것은 언제쯤 가능할까.



정치적 선택, 연령 요인 말고는 없나

이번 선거에서 문재인은 20대에서부터 50대까지는 1위를 지켰다. 지난 2012년 18대 대선에서 패배한 50대의 지지도 얻었다. 결국 시간의 경과와 함께 연령대별 지지도 변화해 온 셈이다. 고령 유권자의 정치적 선택이 단지 시간 요인에 의존하는 것 외에 달리 방도가 없다면 그건 얼마나 서글픈가.


내년에는 지방선거가 있고 총선은 2020년, 대선은 2021년에 치러진다. 이후 치를 선거는 이번 대선과 또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 것인가. 이어질 선거를 내다볼 만한 정치적 식견이 없으니, 무어라 말하기 어렵지만 마음은 결코 개운하지 않다.


원문: 이 풍진 세상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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