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특구'의 학생들은 어떻게 성장하는가

조회수 2017. 5. 4. 17:32 수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좋은 학교에 간 것만으로도 성장 확률이 높아집니다

서울대학교에 가장 많은 합격생을 낸 고등학교 리스트가 올해도 어김없이 떴습니다. 그리고 상위권에는 낯익은 학교들이 주르륵 포진하고 있습니다.

원래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들어가는 '특목고'는 그렇다 쳐도, 일반고의 지리적 위치를 보면 목동이나 강남 같은 이른바 '교육특구'에 자리 잡은 학교가 압도적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습니다.


왜 이런 일이 거듭될까요? 학생들이 똑똑해서? 학교가 잘 가르쳐서? 그것도 아니면 부모의 재력이 가져온 플러스알파 효과?



오직 지능의 힘?


이에 대해 제가 일전에 소개한 논문 「학생 잠재력인가? 부모 경제력인가?」는 이 질문에 매우 흥미로운 답을 제시합니다. 거주 지역의 소득을 이용해 부모의 IQ를 측정하는 식으로 학생의 잠재력을 감안한 후, 서울대 합격 확률과 실제 합격률을 비교한 결과는 아래와 같습니다.

파란 선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잠재력 등으로 인한 강남구 재학 고등학생의 기대 합격률을 나타냅니다. 서울대 진학 확률은 0.9%이지만, 붉은 선으로 표시된 서울대 실제 입학률은 2.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납니다.


물론 재미있는 시도지만 한계가 분명합니다. 왜냐하면 IQ를 비롯한 다양한 지적 능력은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게 기껏해야 50% 전후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학업성적을 부모의 재산만 가지고 설명하는 것은 꽤 설명력이 낮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잠재력 이상의 성과를 낼까


유전이 학생의 성적을 설명하는 데 크게 중요하지 않다면, 대체 어떤 요인이 특정 지역 고등학교의 뛰어난 성과를 설명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 최근에 흥미롭게 읽은 책 『개성의 탄생』은 매우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인간 집단 내에서 지위는 단순히 상하 체계의 문제가 아니다. 다차원적이며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체구가 크거나 힘이 세어서 운동장에서는 대장 노릇을 하는 아이라도 교실에서는 선생님의 질문에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지위가 낮은 학생일 수도 있다. (중략) 평균 이상의 학력을 가진 아이는 대개 공부에서의 자아존중감이 평균 이상이다. 그러나 이 아이를 '아주 공부 잘하는' 엄선된 학교에 넣으면 공부에서의 자아존중감은 떨어진다. 그렇다면 그 때문에 아이의 학교 성적이 떨어질까? 아니다. 그것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에게 사회화가 이뤄진다. 아이는 자신이 속한 집단의 기준을 따른다. (중략) 아이들은 뛰어난 학생들의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학교와 학급에서 더 많은 것을 배운다는 것이 밝혀졌다.

- 주디스 리치 해리스, 『개성의 탄생』, 동녘사이언스, 318-319쪽

성적이 떨어지는 것에 좌절하고 또 무기력해지는 학생들도 분명히 있겠죠. 그러나 뛰어난 학생으로 이뤄진 집단의 '분위기' 혹은 '기대수준'을 따라가려는 학생들의 압박도 커진다는 이야기입니다. 결국 좋은 학교에 간 것만으로도 아이의 성장이 높아지는 것입니다.

열정적 집단에 들어가는 게 열정을 가지는 방법이다


얼마 전에 제가 소개했던 책 『그릿』도 비슷한 이야기를 합니다. 집단에 자신을 맞추려는 '동조'의 욕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보여주는 문구라 생각됩니다.

우리가 깨닫고 있든 아니든 간에 우리가 사는 환경이자 동일시 대상인 '문화'는 우리 존재의 거의 전부를 형성하는 강력한 힘이다. (중략) 문화의 핵심은 한 집단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규범과 가치다. 즉 한 무리의 사람들 사이에 일을 처리하는 방식과 그 이유에 대한 합의가 생긴다면 그들만의 문화가 존재하게 된다. 그 문화가 세상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식과 뚜렷한 대조를 이룰수록 심리학자들이 '내집단'이라고 부르는 이들 사이의 유대감은 강해진다. 그래서 어떤 국가의 문화처럼 시애틀 시호크스만의 문화가 생긴다. 당신이 시호크스 선수라면 그냥 미식축구 선수가 아니다. (중략) 문화와 투지의 관계에서 핵심은 이것이다. 강한 투지를 원한다면 투지가 넘치는 문화를 찾아서 합류하라. 당신이 지도자이며 조직의 구성원들이 강한 투지, 즉 그릿을 갖기를 원한다면 투지 넘치는 문화를 조성하라.

- 앤절라 더크워스, 『그릿』, 비즈니스북스

혼자서는 투지를 기르기 힘들지만 투지가 강한 사람들 옆에 있으면 투지를 키우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열정적인 분위기, 그리고 패배를 털고 일어나는 분위기를 가진 팀이나 학교를 선택하는 게 자신을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는 이야기가 되겠습니다.

'그릿'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강팀, 시애틀 시호크스의 최근 성적.

경제도 그렇지만 자녀교육 관련해서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할 게 더욱 늘어나네요. 오늘은 이 정도에서 글을 마칩니다.


원문: 시장을 보는 눈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