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스펙 대신 내 진짜 능력으로 취업 지도 그리기
내 진짜 실력으로 취업문을 두드리고 싶은 그대에게, 능력중심채용 성공기
내가 방바닥인가, 방바닥이 나인가. 이게 뭔 소린가 했던 장자의 호접지몽을 취준생이 되어서야 몸소 체험하고 있는 리승환 씨. 어느새 퇴짜맞은 이력서가 백 개 째.
자기소개서는 자소설이 된지 오래라 회사 이름만 적당히 바꿔 쓰는 중이고, 그 자소설에 따르면 나는 진취적이고 모험심 넘치며 늘 새로운 도전에 임하는 쿨가이지만 현실 속에서 도전하는 거라곤 오직 방바닥과의 물아일체뿐이니.
(현 ㅍㅍㅅㅅ 사주)
이러니 느는 건 자괴감 뿐. 이젠 내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스펙은 쌓았지만 모두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써볼까 얼기설기 쌓아 올린 억지들이다. 진짜 취직을 하면 이 스펙들이 정말 도움이 될까 하면, 나 스스로에게도 자신이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는 것도 답이 아니다. 결국 오늘도 그 스펙 한 줄을 더 써보자고 학원을 가고 도서관에를 간다. 나, 이대로 괜찮은 걸까.
누구라도 좋아요, 뭘 해야 할지 알려주세요
ㅍㅍㅅㅅ라는 이름부터 불순한 매체를 운영중인 리승환 씨. 늘 언제 어디서 높으신 분들이 날 잡아갈지 모른다는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시국이 하 흉흉한 와중에 방구석에서 NSC(국가안전보장회의)를 검색해보려던 그는 고양이의 방해로 NCS를 대신 검색하게 된다.
원래대로였다면 바로 백스페이스를 눌렀겠지만 사이트 소개에 써 있는 ‘채용’이란 한 마디에 혹해 사이트에 들어가 보게 된다. 그렇게 열린 신세계! 는 아니고 그냥 국가직무능력표준(NCS) 사이트.
평소 약 빤 글을 팔아치우는 데 소양이 있던 리승환. 마침 약물 오남용 예방 지원 센터에서 홍보직 직원을 채용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제는 리승환은 오남용 예방을 위해 필요한 직무 능력 따위 아는 게 없다는 것.
기존 회사의 채용 공고는 그저 일반직 O명을 뽑고 월급이 얼마고 같은 단편적인 정보만 써 있을 뿐이지만, NCS 기반 채용공고는 해당 직무는 주로 어떤 일을 하고,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에 대한 세분화된 직무기술서를 제공한다.
글만 봐서는 막연해보이지만, 표준화, 체계화된 자료라는 게 핵심. 채용공고를 확인했으니, 이제 다시 NCS 사이트로 들어가, NCS 및 학습모듈검색을 수행한다. 직무기술서와 동일하게 NCS 분류체계에 따른 ‘기업홍보’와 ‘PR/광고’ 부분을 살펴보자. 어떤 능력단위가 필요한지가 한 눈에 보이고, 해당 능력을 계발하기 위한 학습모듈 – 일종의 학습 참고서까지 NCS 사이트 내에서 전부 제공한다.
입사지원서를 써 보자
대강 채용공고를 훑어봤으니 이제 입사지원서를 쓸 차례. 얼레, 근데 뭔가 이상하다?
일단 이력서 하면 으레 좌상단 아니면 우상단에 있기 마련이었던 사진 란이 없다. 출신학교도 쓸 필요가 없고, 뭘 쓰라는 건지 모르겠다 싶던 취미니 특기를 쓰라는 란도 없다. 아빠 엄마 형 동생 온 가족 신상을 털어가던 가족관계 란도 없고, 흙수저는 서러워서 살겠나 싶었던 해외경험 란도 없다.
말 그대로 진짜 필요한 정보만 쓰게 되어 있다. 신원 파악을 위한 이름, 연락처 등 최소한의 정보와 직무와 관련된 자격사항, 경력 또는 경험, 교육사항 등을 기록하게 되어 있는데, 이건 스펙을 아예 안 보는 게 아니라, 진짜 직무에 필요한 스펙만을 보겠다는 것. 이 경우에도 교과목명은 쓰되 학교 이름은 쓰지 않는다거나, 직무와 무관한 자격증 등은 아예 기입하지 않는 등, 직무와 무관한 내용은 최대한 배제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이제부터는 자소설… 아니 자소서다. 자소서에 쓰던 내용은 늘 그게 그거였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게 쓸 수밖에 없었으니까. 성장과정이 어땠느냐, 입사동기가 뭐냐, 인생의 목표가 뭐냐 하는 장황한 주제를 제시하곤 했으니까. 하지만 NCS 기반 채용에서는 자소서 항목 하나하나가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했다.
리승환은 머리를 굴려본다. 엄격하신 아버지와 자애로운 어머니는 홍보 직무에 있어 의미가 없다. 원만한 교우관계로 반장을 도맡은 것도 쓸모없다. ㅍㅍㅅㅅ 주인장으로서 약빤 글들을 뽑아내고 팔아치웠을 때의 경험을 생각해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한 줄의 셀링 포인트를 잡는 번뜩이는 영감. 그 영감을 시작으로 누구를 타겟으로 잡을 것인가 하는 기획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있는 태도로 쌓아올린 친화력이다. 리승환은 일필휘지로 자소서를 쓰기 시작한다.
단순 암기 문제에서 직무 능력 평가 문제로
[문] 알코올 오남용 예방 센터의 다음 자료를 보고 이어지는 질문에 답하시오.
- 임상적으로 중요한 장애나 고통을 일으킬 수 있는 부적응적인 알코올 사용
- 지난 12개월 내에 7개 중 3개 이상의 증상을 보임
알코올 금단 상태의 진단기준
- 지속적으로 과량의 알코올을 복용하다 중단 또는 감소한 뒤 8 개 중 2개 이상의 증상을 보임
- 이 증상이 사회적, 직업적, 기타 중요 분야의 기능을 하는데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고통을 줌
- 의존적이고 적대적이며 우울함
- 섬망의 증후가 있거나 자살의 우려가 있다면 입원 치료 – 일단 술을 끊게 하는 것이 중요함
- 정신 치료
- 가족 치료 (우호적이고 협조적인 가족의 동참을 요함)
- 약물 치료
- 친목 참여, 갱생원
- 우호적이거나 비판적인 태도 대신 중립적인 태도가 필요함
하지만 어려움은 없었다. 이미 채용공고에서 공개된 직무기술서를 통해 내가 부족한 부분을 파악했고, NCS 사이트의 학습 모듈과 능력중심채용 사이트 자료실의 샘플문제를 통해 문제 유형을 충분히 숙달했기 때문.
특히 능력중심채용 웹사이트는 실시간 채용공고 확인부터 시작해 합격자 수기, 가이드북, 교재, 온라인 이러닝 자료, 샘플 문제까지 참고할 수 있어 대단히 큰 도움이 되었다. 센터에서 정확히 어떤 직무능력을 평가하는지를 미리 파악하고, 그에 맞춰 학습 모듈을 읽어보고 문제 샘플을 풀어 볼 수 있었던 것이다.
직무능력 평가하는 진짜 면접
어쩌다 보니 필기시험도 붙어버린 리승환 씨. 아무리 서류전형 필기시험이 힘들다 해도, 면접만큼 두렵지는 않았다. 그는 면접에 대한 불안감이 있었다. 압박면접이란 핑계로 직무와 관계없는, 무례한 질문을 받아본 일이 종종 있었기 때문.
물론 면접은 살 떨리는 순간이다. 부드럽고 인자한 면접관 같은 건 세상에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 능력으로 평가받고 싶은 게 취준생의 마음이다. 내 외모, 내 정체성, 내 삶에 대해 공격받으려는 게 아니다.
하지만 NCS 기반 면접은 달랐다. 철저히 직무관련 역량에 초점을 두고, 구체적인 상황을 상정하여 질문했으며, 개인의 정체성에 따라 다른 질문을 하는 일도 없었다. 후에 알아보니, 면접위원들도 신뢰도 있는 면접 진행을 위해 따로 교육과 실습을 받는다고 했다.
처음에는 가벼운 질문으로 시작되었다.
절차를 준수해 일을 잘 끝낸 적은 많다. 누구나 그렇듯이 말이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이었는가? “어떤 특징의 조직이었는가? “그 조직에서 그 이후 얼마나 일했는가? “당신의 역할은 구체적으로 무엇이었나? 등 후속 질문이 뒤따랐지만, 리승환은 무난하게 대답했다.
그때 또 다른 질문이 들어왔다.
직무능력 중심 면접은 결코 쉬운 면접이 아니었다. 오히려 직무 능력만을 평가하기에 더욱 솔직하고, 깊이 있는 태도가 필요했다.
또다른 유형은 발표 면접이었다. 일정한 상황이 주어지면, 지원자들이 자료를 탐색하고 논의하여 최선의 결과를 도출하는 방식이었다. 면접은 그 과정과 결과를 모두 평가한다.
리승환은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노년층은 정보 접근성이 취약해 인터넷 등을 통한 홍보가 어렵다. 최근 유행하는 광고 기법을 도입하자는 의견도 나왔지만, 역시 노년층에게 제대로 와닿을 리 없다. 리승환은 괜히 문제에 센터 자원이나 관공서, 의료시설 현황 등을 제시한 것이 아닐 것이란 확신을 가진다.
군계일학 리승환을 보는 면접관의 눈이 빛나… 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리승환은 토론을 주도하며 좋은 점수를 얻었다.
기존 채용 방식 타파, 진짜 직무 능력 보는 평가
무슨 능력을 요구하는지도 알 수 없는 채용 공고, 내 외모가 어떤지, 우리 부모님이 뭘 하는지가 왜 궁금한지 알 도리가 없는 이력서, 직무와는 상관도 없는 단순 암기형 문제, 인신공격이 횡행하는 면접… 기존 채용은 늘 불확실성 가득한 살얼음판이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이력서에 한 줄이라도 쓰겠답시고 스펙을 쌓고, 불확실성 속에서 맞는지 틀린지도 알 수 없는 정보 하나라도 건지려 애를 썼다.
하지만 NCS 채용은 달랐다. 내가 하고 싶은 직무를 명확히 알 수 있었고, 회사가 어떤 직무를 필요로 하는지도 미리 파악할 수 있었다. 회사에서 표준화된 양식에 따라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니 무슨 비밀스런 정보를 찾겠답시고 헤맬 이유가 없었다. 회사가 요구하는 직무와 내가 잘 할 수 있는 직무에 따라, 맞춤형으로 구직을 준비할 수 있었던 것이다.
물론 아무 준비 없이 붙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조건이 투명해지고 요구하는 바가 분명한 만큼 더 확실히 준비하고 깊이 있는 질문에 언제든지 대답할 수 있을 만큼 업무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그래도, 쓸데없는 스펙을 쌓느라 시간을 허비하지 않은 것만으로도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한다. 취업은 여전히 힘겨운 길이지만, 적어도 길은 명확해졌으니까.
NCS 도입기관의 실시간 채용공고는 능력중심채용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합격자들의 수기, 필기시험 및 면접시험 유형, 학습 모듈 등도 같은 사이트에서 제공한다. 정정당당, 내 진짜 실력으로 취업문을 두드리고 싶은 지원자가 있다면, 문은 언제든지 열려 있다.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