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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의 배너 광고가 놓친 것

이 광고는 무언가를 읽던 우리의 ‘흐름’을 턱 단절시킨다.
ㅍㅍㅅㅅ 작성일자2017.04.28. | 23,891  view

일단 기본적인 개념을 공유하고 시작하자. 우리가 좋은 광고물의 요소로 꼽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가장 먼저 떠올리게 되는 요소는 ‘시선을 사로잡는 것(Grabbing Attention)’이 아닐까. 주목도를 높이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다.

1. 광고물 자체의 크리에이티브 자체로 사람들이 주목하게 하는 것. 광고 크리에이티브를 생각하는 대다수 사람이 떠올리고, 실제로 이쪽 분야의 사람들이 집중하는 바로 그것이다.
2. 그 광고물이 놓인 환경에서 주목할 요소로 만드는 것.

예를 들면 아래 이미지와 같은 전략이다.

흰 신발 사이의 붉은 신발, 푸른 배경 앞의 붉은 신발. 모두 주목도를 높이는 선택이다.

사실 광고물이라는 것은 주변 환경과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광고를 만드는 사람들은 그 광고만 보지만, 광고의 타깃들은 광고만 보지 않는다. 광고를 둘러싼 모든 요소가 다 그들의 시선을 가져갈 잠재적 경쟁자다. 잡지나 TV처럼 시각적 독점성이 부여되는 환경의 광고가 아니라면 그 광고가 경쟁하는 시각적 요소를 고려해야만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대선 시즌이다. 포털은 이미 대선 주자들의 배너로 뒤덮였다. 불과 한두 번 전의 대선과 비교해 디지털 광고 채널의 위상이 달라졌음에 설레면서도, 사용한 채널을 보면 디지털을 디지털만의 시각으로 보는 건 아직 부족하지 않은가 하는 아쉬움도 있다.


대선 광고 중 가장 화제가 되는 것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광고다. 개인적으로 ‘저거 도대체 누가 하는 거야’ 싶을 정도로 문재인 측의 기획이 개별 소재 수준까지 뛰어나지만, 어쨌거나 안철수 광고 이상의 이슈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논란이라고 해야 할지 이슈라고 해야 할지 애매한 반응이지만, 어쨌거나 많은 이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안철수의 벽보 광고는 앞에서 언급된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가 있었기에 나온 전략이다. 그것이 온라인에서 사람들이 말하는 ‘안철수가 문을 열고 나오는가 안철수가 문을 닫고 들어가는가’ 수준까지의 고민은 아니었더라도 ‘다른 포스터 사이에서 어떻게 보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있었다(저렇게 보면 센터에서 승리를 외치는 것 같지만, 사실 벽보가 5번까지만 붙는 게 아니라는 것은 함정).


참고로 안철수 광고를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지적하지 않을 수 없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구도. 다른 네 명의 포스터를 보자. 포인트는 ‘한쪽 눈’이다. 한쪽 눈이 좌측 또는 우측에서 1/3, 위에서 1/3에 있다. 이 1/3의 위치가 사진에서 가장 필수가 되는 위치다. 사진을 더 잘 찍고 싶어서 검색해 본 사람이라면, 혹은 황금분할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 사람이라면 바로 이해할 것이다. 카메라의 그리드가 기본적으로 1/3 포인트가 4개인 9분할인 것이 바로 그 이유다.


이것은 단지 보기 좋으라고 누군가 정한 것이 아니라 시각적 요소를 바라볼 때 사람들의 심리상태가 반영된 것이다. 의도적으로 이 구도를 깨는 경우도 있다. 긴장, 불안 등의 요소를 구도를 통해 전달하는 기법이다. 하지만 안정과 신뢰를 주기 위한 대선 포스터에서 굳이 긴장과 불안이라는 요소를 사용할 리는 없다. 안철수 광고에서 안철수의 얼굴은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다.


두 번째는 바로 손. ‘관절이 잘리는 것’은 사진에서 금기시된다. 이건 의도한 긴장이나 불안의 개념이 아니다. 그냥 그 자체로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슬리게 하기 때문에 하지 말라는 것이다.


안철수의 포스터는 왜 저렇게 되었을까. 개인적인 판단으로 그 이유는 단순하다. 원본의 안철수 사진이 포스터의 비율과 맞지 않았기 때문. 손을 잘리지 않게 하자니 얼굴이 너무 작아지고, 얼굴을 살리자니 손이 잘려 V 포즈가 나오지 않는다. 그런 이유가 아니고서는 어떠한 디자이너도 이렇게 배치하지 않았을 것이다. 디자이너도 사진을 얹으며 얼마나 고민이 많았을까.

안철수의 건물 현수막 광고. 비율이 허용되자 주먹이 잘리지 않았다.

디지털 배너 광고는 웹페이지의 한 요소다. 많은 디지털 크리에이터가 간과하는 한 가지. 디지털 배너 광고는 시선을 독점하는 환경을 갖지 않는다. 특히 활용도가 점점 더 높아지는 GDN, DDN 등의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광고는 절대로 첫 번째 시선 요소가 되지 못한다. 


아래는 이제석 관련된 온라인 뉴스 지면의 캡처 이미지다.

미안한데 스크롤 좀 내리겠다. 다 이유가 있어서 그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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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제석의 기사 지면에 나왔던 광고가 뭐가 있었는지 기억하는가?


저 지면을 방문하기 위해 ‘안철수 광고’라고 검색해 검색결과에 나온 링크 하나를 클릭했다. 즉 나는 ‘안철수 광고라는 콘텐츠를 보겠다’라는 의도가 이미 설정되어 있었다. 따라서 이제석의 기사와 같은 화면에 존재하는 부가적 요소, 특히 광고는 내가 시선을 결정하는 첫번째 요소가 되지 못한다. 디지털 배너의 타이틀에서 멋진 슬로건이 아니라 Relevancy, 내가 강의때 하는 표현에 따르면 ‘네가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걔들이 듣고 싶은 말’을 전달해야 하는 이유다.


같은 이유로 디지털 배너는 디자인 요소를 통한 주목도 확보 역시 강조된다. 전통적 광고 중 잡지나 TV보다는 여러 시각적 요소와 경쟁하는 지하철 및 아웃도어 광고의 개념이 필요한 것이다.



안철수의 배너 광고는 무엇을 놓쳤나


기본적인 전략에서 볼 때 전체를 아우르는 엄브렐러 전략도 갖췄고, 단순하면서도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나쁘지 않은 전략이다. 다만 ‘이 배너가 어떤 환경에서 보이는가’를 간과한 것은 아닐까.


네이버 데스크톱 화면에서 안철수 광고를 보자.

나쁘지 않다. 원래 저 위치는 사용자의 시선이 머무르는 공간으로 네이버에서 배치한 광고 공간이다. 개편된 네이버의 화면과 잘 어울려 이질감이 없으면서도 녹색의 배경과 선명한 흰 글씨로 주목도가 뛰어나다. 문제는 모바일이다.

이게 뭐가 문젠지 설명하기 전에, 이 배너를 접하기 전의 우리 행동을 생각해보자. 우리는 어떤 콘텐츠를 읽고 있었다. 중간중간 사진이 나오긴 하지만 일정한 크기의 텍스트가 채워진 콘텐츠를 읽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이 ‘흐름’이, 저 배너가 나오는 순간 턱 단절됨을 느낀다.


다른 후보의 배너를 보자.

안철수 배너에 비해 이질감이 덜하다. 파워포인트에 배너만 얹어본다면 안철수의 배너가 더 뛰어난 배너로 보인다. 강렬하고 단순하며 명확하다. 그러나 우리가 광고의 주목도를 말할 때 절대 빠뜨려서는 안 되는 개념이 있다. 광고가 대상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가. 주목도를 높이기 위해 불편함을 주지는 않는가.


안철수의 배너 광고는 사용자의 심리상태에 예기치 못한 흔들림을 던진다. 내 관심을 끄는 것이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사용자에게 ‘훅 들어온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로. 이런 걸 우리는 ‘Disturbing’하고 ‘Annoying’하다고 말한다.



또 하나의 불안 요소


안철수의 배너에는 두 개의 시각적 요소만 존재한다. 안철수 본인의 이미지, 그리고 키워드. 이 둘 중 방점은 키워드에 찍혀 있다. 아마도 기성 정당, 기성 정치인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전달하는 가치를 보고 안철수를 선택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키워드가 블러 처리되어 있다. 정작 네이버 배너의 ‘안철수’는 선명한데, 가치 키워드는 흐리다. 그렇다면 이 배너에서 가치 키워드는 안철수 본인의 사진보다 시각적 우선순위가 낮다는 의미인데, 다른 모든 디자인적 요소는 반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누가 봐도 키워드를 봐 달라는 배너인데, 그 키워드가 흐리다. 굉장한 심리적 불안감이다. ‘내가 지금 뭘 주목해야 하는거지’라는 것을 우리 뇌는 느낀다.


디자인에서 타이포는 점점 더 큰 의미를 갖는다. 글자체와 굵기와 크기와 배치와 색깔, 그 어느 하나 허투루 넘어가지 않는다. 배너의 타이포는, 특히 선거 광고에서의 타이포는 텍스트가 전달하는 의미 이상의 역할을 한다. 안철수는 배너를 통해 변화, 혁신, 미래가 모호하다고 말하는 것인가. 아니라고 확신한다. 그렇다면 저 키워드 역시 저렇게 사용되어서는 안 되었다. 모든 배너를 포함한 광고물의 키워드가 동일한 스타일은 아니다. 저 크기의 배너에서만 저렇게 보이며, 이것은 타이포가 갖는 비언어적 역할을 고려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명심하자. 두드러진다고, 차별화된다고, 다르다고 다 좋은 게 아니다. 우리는 사람을 상대로 하고 있으며, 광고는 기본적으로 그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위에 끼어드는 것이다. 사람들이 우리 광고를 접하는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



워낙 민감한 시기라서 첨언

1. 나는 3번 지지자는 아니다. 3번이랑 맨날 싸우는 쪽 지지자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저 새끼… 순수하게 쓴 척했는데 의도가 있었네’라고 하지 마라.
2. 이 바닥이 좁으니 어떻게 어떻게 알게 되었는데 안철수 광고에 아는 회사와 아는 사람들도 관련되어 있다. NDA가 있는지, 어느 정도까지 보안 대상인지 몰라 그 회사와 사람들이 광고의 어느 단계에서 얼마큼 관련되어 있는지는 못 밝히겠다. 아는 사람들이 있는 마당에 악의적인 의도로 이 글을 썼을 리는 없다.
3. 광고하는 사람이, 광고를 보고 쓴, 광고에 대한 글이다. 정치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면 좋겠다.



칭찬도 하나 하고 가자

모든 후보의 모든 광고물을 통틀어, 내가 본 이번 대선의 베스트다. 광고가 얹힌 공간의 선택도 좋았다. 검거나 누런 건물이었다면 이런 느낌을 전달하지 못했을 거다.


원문: Brandon’s Digital Marketing Worksh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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