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를 위한, 대선 토론 가이드
대선이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치열한 대선 토론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지지율 1위인 문재인 후보는 1위이기에 모든 후보들이 하는 질문의 과반을 넘게 받을 정도로 과한 관심 또는 집중포화를 받고 있는 듯합니다. 즉 네 명의 후보들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문 후보를 공략하려고 애쓰고 있는데요.
각 후보의 스타일을 분석하고 문 후보가 대응해야 하는 방식을 『퍼펙트 프리젠테이션』에 등장하는 질의응답 대처법을 기본으로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라고, 문 후보의 스타일부터 분석해 봅시다.
하지만 단점도 분명 있지요. 단점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이런 상황에서 문 후보는 다음의 틀에서 다음 토론에 임해야 합니다.
자, 그럼 각 후보별로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알아보도록 합시다. 특히 위험도가 높은 인물들을 중심으로 집중적 대책을 마련해 봅시다.
홍준표 후보: 취권을 잘 쓰는, 자객형 단검 파이터
홍준표 후보는 가장 경계해야 하는 자객형 파이터입니다. 자객은 일반적으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다 갑자기 단검을 찔러서 상대를 제압하곤 하죠. 마찬가지로 그는 인파이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자객형 파이터라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그가 지난번 찔렀던 단검인 ‘동성애’와 ‘사형제도’가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사형제도에는 비교적 대처가 잘 되었으나, 동성애라는 단검에 찔려 상당한 손실을 보았습니다.
그는 자신이 불리한 질문을 받게 되면 어물쩍 넘어갑니다. 이럴 땐 꼭 취객 같습니다. 사실 그에게 질문하는 것 자체는 의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도 어물쩍 넘어갈 수 없는 사실이 있지요. 바로 ‘돼지 발정제‘ 입니다.
앞서 언급했듯 문재인 후보는 순발력이 좋은 편은 결코 아닙니다. 따라서 갑자기 훅 들어오는 질문에는 언제나 당황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럴 때는 시간을 벌면서 생각을 정리해야 합니다. 시간을 벌 수 있는 말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나왔을 경우 상대방이 호락호락 넘어갈 리가 없죠. ‘왜 답을 못하십니까’라고 밀고 들어올 것입니다. 그럴 때는 다음과 같이 대답하면 됩니다.
이쯤 되면 홍자객은 자객에서 홍그리버드로 변신합니다. 그의 반응은 백 퍼센트
이런 동안 이미 우리는 시간을 충분히 벌었습니다.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면 이렇게 말씀하시면 됩니다.
이쯤 되면 상대도 시간은 시간대로 썼겠다, 포기할 겁니다. 어쩌면 이렇게 중얼거릴 수도 있겠죠.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 주십시오.
이 전법은 순발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문 후보에게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전략입니다. 상대방이 배경 설명하고 길게 이야기한 다음 질문할 때 대부분 문 후보는 좋은 답변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단검처럼 쑥 들어오는 질문에는 실수를 자주 범하곤 했습니다. 이 패턴을 반드시 기억하십시오. 심상정 후보가 동성애에 대해서 거의 모범답안에 가까운 이야기를 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더 똑똑해서가 아니라, 단지 시간이 더 많아서 정리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홍 후보는 이 외에도 송민순 장관 사건, 검증되지 않은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금품 수수 사건을 반드시 또 들고나오게 되어 있습니다. 이 부분에는 사실관계를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이 없습니다. 문 후보의 표를 깎아 먹기 위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 자기들의 전통적 결집 세력인 ‘우리가 남이가’ 사람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우리 쪽 역시 카드가 있습니다. 바로,
되겠습니다.
아마도 공격은 홍 후보가 먼저 할 것입니다.
이때 그 말엔 대답해 줄 필요도 없이 대답해 주십시오.
홍 후보는 이 부분에 대해 굉장히 민감합니다. 자기가 했던 말 곧바로 까먹고 ‘버릇없이…’ 등등을 들고나오거나
라고 할 것입니다. 그럼 여유 있게 다시 한마디 해 주십시오.
이런 말을 하면 홍 후보는 다음 말이 아마도 이럴 것입니다. 두 가지 중 하나로 귀결될 텐데요.
이렇게 대응해 주세요.
이쯤 되면 자기 성질 못 죽이고 노무현 노무현만 반복하다 시간이 다 갈 것입니다. 상대방의 억지 공세엔 꼭 기억하세요.
유승민 후보: 날카로운 검을 지닌 펜싱형 파이터
홍준표 후보 다음으로 날카로운 질문을 잘하는 것은 유승민 후보입니다. 가끔은 날카로운 세세함으로 문재인 후보를 당황시키고 있는 유 후보에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지난번 재원 마련 방안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들었던 상황에서도 문 후보는 상당한 데미지를 입었습니다. TV 토론을 보고 있는 사람들로 하여금 ‘저게 현실성 있는 게 맞아?’라는 생각을 들게 하는 데 충분했습니다. 이럴 때 가장 잘못된 답변은 지난 대선 토론 때 (지금은 독방에서 외로워하신다는) 모 후보의
되겠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역시나 마찬가지로 문 후보가 당시에 말씀하셨던 대로 ‘정책 담당관에게 물어보세요’라는 말도 그다지 좋은 답변은 아니었습니다. 상대로 하여금 동등한 입장이 아닌 자기보다 한 단계 격이 낮은 사람에게 물어보라는 식으로 들릴 수 있는 것은 시청자가 보기에도 좋은 입장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상황에서 문 후보가 할 수 있던 최선의 답변은 무엇이었을까요? (사실 유 후보가 쪼개보니 숫자가 말도 안 된다고 이야기하고 있던 상황에서 문 후보는 구체적인 계산 방법을 몰랐을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이렇게 말한다고 해서 유 후보가 ‘아 예~’ 할 리는 없습니다. ‘지금 말씀하시라고요’라고 물고 늘어질 것입니다. 이때는 이렇게 답하십시오.
이로써 문 후보는 각 공약이 어떻게 산출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을 벌었습니다. 아울러 이번 토론회에 나오실 때는 각 공약이 어떠한 방식으로 산출되었는지 아주 대충이라도 꼭 외우시기 바랍니다. 지난번 일자리 공약 관련해서는 ‘점진적 증진 계산 방법을 쓰면 유 후보가 말씀하신 것과 결과가 달라집니다’라고 한마디만 했어도 더 이상 이야기할 거리가 없었을 것입니다.
유독 유 후보는 영어 문제로 문 후보를 공략합니다. 3D 프린터를 삼디 프린터로 읽은 것을 줄기차게 물고 늘어지면서 지난 토론 때는 ‘코리아 패싱’이라는 브로큰 잉글리시를 들고나와서 상대방을 당황시켰죠. 앞서 설명했다시피 이는 올바른 용어도 아닙니다만 자신의 지적 우월성을 뽐내고 ‘내가 더 잘났다’ ‘내가 더 전문가다’라고 이야기하기 위해 쓴 전략이기도 합니다.
당연히 위스콘신대학교를 졸업한 유 후보보다 단시간에 영어를 잘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브로큰 잉글리쉬를 들고 나온 전례가 있는 이상 이 방안에 대해서도 문 후보는 되치기가 가능합니다. 모르는 용어를 거들먹거리며 이야기하면 말씀해 주세요.
워낙 지적인 것으로 자신이 아는 것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유 후보는 이 말에 말리게 되어 있습니다. 이 표현이 어디에도 나왔고 어디에도 나왔고 하면서 오히려 물어보려던 것을 잊어버리고 용어 설명에 집중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럼 말해 주십시오.
유 후보는 바보가 됩니다. 설령 그 용어가 존재하고 문 후보가 몰랐다 하더라도 유 선생님께서 친절히 설명해 주셨으니 이제는 잘 알게 되었고, 유 후보는 부글부글 끓지만 시간이 이미 많이 지체되어 질문을 할 시간이 줄어들어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상대가 추켜세웠는데 뭐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죠.
심상정 후보: 아군반 적군반 스타일의 인파이터
심상정 후보는 아군이기도 하고 적군이기도 합니다. 그의 공격 스타일은 화끈한 인파이팅 스타일로, 상대방을 흠씬 두들겨 패고 돌아와서 하이파이브하려고 했더니 문 후보에게도 펀치를 날리는 ‘닥치고 돌격’ 스타일이죠. 따라서 이분이 다른 사람들을 패대기치고 있을 때는 그냥 구경하면 되고, 문 후보에게 공격해 올 때는 잘 방어해야 합니다.
심상정 후보의 많은 공약은 문재인 후보보다 조금 더 급진적입니다. 진보 정당이니 당연히 그렇겠지요. 어떻게 보면 현재 단계에서는 이루어지기 어려운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심 후보의 공격 대부분에는 다음과 같이 대응해 주십시오(사실 이 부분은 지난 토론에도 하셨습니다).
사실 심 후보는 문 후보를 때리려는 액션을 취할 뿐 나자빠지게 할 의도가 없습니다. 이 정도의 전략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안철수 후보: 크게 신경 안 써도 되는 분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는 딱히 조심할 것은 없습니다. 워낙 꼼꼼하고 흠결이 있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이다 보니 자신이 스스로 ‘이제 정책 토론하겠습니다.’라고 선언한 이상 나머지 두 차례의 TV 토론에서 투사로 변신할 가능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전략들로 충분히 상대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홍준표, 안철수, 유승민 후보에게는 꼭 공통 질문을 한 번 더 던지시기 바랍니다.
다들 반발할 것입니다. 한 마디 더 해주시면 됩니다.
심상정 후보는 이번에는 사퇴 안 할 예정이므로 이렇게 말해도 됩니다.
라고 끝맺음해서 마쳐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저 자리에서 사퇴하겠다 말해도 홍 후보는 안 지킬 거고, 안 후보와 유 후보는 사퇴한단 말 절대 못 할 겁니다. 자존심 때문입니다.
문재인 후보가 다음 토론에서 이 글을 읽고 반드시 발전된 토론 자세로 더 많은 분의 지지를 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미쉘 오바마의 명언을 끝으로 글을 마칩니다.
그들이 저급하게 나서더라도 우리는 품위 있게 가자.
원문: 김재성의 브런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