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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라이드 디자인 관점에서 본 19대 대선 포스터

조회수 2017. 4. 27. 19:5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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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때의 프리젠테이션에 비해 가독성이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 이 글은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등의 정치색을 띄지 않았음을 미리 알립니다.


마침내 19대 대선 후보 포스터가 공개되었습니다. 오늘부터 숨 가쁘게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텐데요. 후보들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부지런히 지지자들을 만나겠지만 그들도 사람인지라 몸을 만 개로 쪼갤 수는 없겠죠. 그들의 얼굴을 알리기 위한 가장 보편적인 방식, 바로 선거 포스터가 될 것입니다.

선거 포스터는 많은 면에서 프리젠테이션의 슬라이드 디자인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중 4요소를 꼽아보라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1. 가독성
2. 시선의 이동 방향 준수 여부
3. CI(Corporate Identity)/BI(Brand Identity) 준수 여부
4. 강조를 위한 포인트 잡기

그렇다면 19대 대선 후보들의 포스터는 이 원칙을 잘 지키는 포스터를 만들었을까요? 원내 정당을 이루고 있는 주요 후보 5명의 포스터는 어떨까요? 『퍼펙트 프리젠테이션』에 등장하는 원칙에 입각해 후보들의 포스터를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1. 문재인 후보

총평: 전체 후보 중 공동 1위를 줄 수 있을 만큼 군더더기 없이 잘 만들었습니다. (★★★★☆)

가독성: 포스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의 기호입니다. 이름은 모두 알고 있을지언정 어떤 후보가 어떤 기호를 가지는지는 정확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문재인 후보의 경우 1번을 이름보다 상단 배치해 ‘기호’의 가독성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단순히 노란색으로 1이라는 글씨를 표시하면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질 수 있지만, 테두리를 짙은 파란색으로 처리해 기호의 가독성을 극대화 시켰습니다.
시선의 이동 방향: 우리는 우리가 책을 읽는 방향대로 모든 활자 매체를 읽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고, 그다음 위에서 아래로 시선이 이동합니다. 이 측면에서도 문 후보의 포스터는 올바른 방향을 택했습니다. ‘나라를 나라답게, 든든한 대통령’이라는 글씨는 얼굴 좌측에 배치되어 문 후보의 얼굴까지 가기 전에 활자를 먼저 읽게끔 ‘강제’하는 효과를 얻었습니다. 만일 저 슬로건이 문 후보의 우측으로 배치되었다면 시선을 지금처럼 사로잡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CI/BI 준수 여부: 회사나 브랜드의 색상을 각각 CI나 BI라고 합니다. 삼성이라면 푸른색을 떠올리는 것 역시 CI/BI의 예시가 될 것입니다. 이 포스터에서 더불어민주당의 BI를 문 후보 이름 후면에 배경으로 활용함으로써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BI를 잘 소화해 냈네요. 마찬가지로 푸른 계열의 글씨를 사용해 슬로건을 작성한 것 역시 BI를 명확히 드러낸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점은 문 후보의 넥타이로, 푸른 계열이 들어간 체크무늬를 착용했다면 더 완벽한 BI를 구현할 수 있었으리라 생각이 됩니다.
강조를 위한 포인트 잡기: 이름이나 기호 측면에서는 강조를 위한 포인트를 매우 잘 잡은 편입니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슬로건 강조입니다. 문 후보의 슬로건은 ‘나라를 나라답게’입니다. 그렇다면 ‘든든한 대통령’보다는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글씨가 좀 더 크게 표시되어야 했습니다.

 

2. 홍준표 후보

총평: 약간 올드패션(Old-fashioned) 느낌이 나는 포스터입니다. 4위 드립니다. (★★☆)

가독성: 전반적으로 무난한 가독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홍준표 후보의 짙은 정장 색상 위에 흰색으로 이름을 써서 이름에 대한 가독성을 명확하게 확보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더 도드라지게 보여야 하는 기호 2번은 흰색보다 덜 도드라지는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습니다. 또한 ‘당당한 서민 대통령’ 부분에서 ‘당당한’ 부분은 홍 후보의 셔츠와 넥타이 부분에 글씨가 자리함으로써 가독성이 현저히 떨어지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차라리 유승민 후보처럼 이름과 슬로건, 기호를 받쳐주는 배경색을 삽입했다면 더 좋은 가독성을 확보했을 것입니다.

시선의 이동 방향: 구식으로 보인다는 이유는 바로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이라는 슬로건 때문입니다. 이는 우리나라에서 아주 아주 아주 예전에 이미 모든 활자 매체에서 퇴출당한 ‘세로쓰기’ 방식입니다. 세로쓰기 방식이 퇴출당한 이유는 단 하나입니다. 시선의 이동 방향과 맞지 않기 때문이죠. ‘지키겠습니다 자유대한민국’이라는 글을 보면 우리의 시선은 어이없게도 ‘령’에 머뭅니다. 다시 앞으로 돌아가서 2라는 기호를 읽고, ‘당당한 서민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을 읽고, 후보 이름을 읽다 보면 시선의 이동 방향이 엉망이 되어버립니다. 대중의 시선을 제대로 잡아놓을 수 없는 매우 복잡한 포스터입니다.

CI/BI 준수 여부: 스스로가 항상 붉은 타이를 매고 아이덴티티에 대한 명확한 인지를 가지고 있는 ‘紅’ 후보는 이번 포스터에서도 당연하게 자유한국당의 색상인 붉은 타이를 매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것은 아주 잘한 부분입니다. 기호에서도 2를 붉은색으로 처리해 당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전반적으로 무난합니다.

강조를 위한 포인트 잡기: 홍 후보의 슬로건이 ‘당당한 서민 대통령’인지, ‘지키겠습니다 자유 대한민국’인지 헷갈리게 만듭니다. 분명 슬로건은 ‘당당한 서민 대통령’일텐데 이 글자가 ‘지키겠습니다 자유 대한민국’보다 한참 작기 때문에 포스터를 보는 사람은 헷갈리게 됩니다. 슬로건을 더 강조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두 문구의 글자 크기를 바꾸는 것이 더 좋은 판단입니다.

 

3. 안철수 후보

슬라이드 만들면서 글씨 작다고 지적했더니 이렇게 만드셨네요.

총평: 새롭습니다. 파격적입니다. 그러나 지켜야 할 것을 지킨 게 하나도 없습니다. 파격이 언제나 좋은 것은 아니지요. (★☆) 

가독성: 글이 매우 적습니다. 각각의 글도 눈에 확 들어옵니다. 그러나 잘 만든 것은 절대 아닙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앞서 설명 드렸듯 포스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후보의 기호입니다. 따라서 안철수 후보의 포스터에서 가장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안철수’라는 이름이 아니라 ‘3’이라는 기호여야 합니다. 그런데 오히려 안철수라는 이름이 더 큽니다. 3이라는 숫자의 색상은 이름과 다르지만, 심상정 후보처럼 오히려 이름보다 크게 표시하거나 문재인 후보처럼 돌출시켜서 강조했어야 합니다.
시선의 이동 방향: 글이 많지 않기 때문에 크게 나무랄 것은 없으나 ‘국민이 이긴다’라는 대각선으로 글을 읽어 내려가게 하는 형식은 결코 잘 된 형식이 아닙니다. 모든 활자는 일반적으로 대중이 익숙하게 읽어왔던 패턴대로 써 내려 가야 합니다.
?죠하상이 무너 .다니습봤써 로꾸거 을글 가제(제가 글을 거꾸로 써봤습니다. 너무 이상하죠?)
방금 한 문장에서 이해하셨다시피 이 짧은 글을 단순히 오른쪽에서 왼쪽으로만 읽게 했음에도 상당히 짜증 나는 경험을 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물론 좌→우, 상→하의 방향을 나름 지킨 ‘국민이 이긴다’라는 글은 극단적으로 예시를 든 우→좌 이동 방식보다는 나은 방식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대각선으로 쓰인 ‘국민이 이긴다’는 글의 정렬 방식은 시선의 이동 방향으로 판단했을 때 홍준표 후보의 세로쓰기보다도 대중에게 더욱 낯선 방식입니다. 이런 방식은 쓰면 안 됩니다.
CI/BI 준수 여부: 국민의당 BI인 초록색으로 아이덴티티를 확실하게 표현하였습니다만, 저는 강의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삼성에 제출하는 슬라이드라고 모든 슬라이드를 시퍼런색으로 다 채워가면 촌스럽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아이덴티티는 확실히 표현했습니다. 그러나 너무 촌스럽습니다. 넥타이, 배경, 그리고 심지어 합성으로 만든 ‘띠지’까지 전부 초록색입니다. 세 가지 요소 중 한 가지 정도는 빼도 충분히 강조되면서 세련되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강조를 위한 포인트 잡기: 포스터에서 ‘3’을 강조하고자 노력한 흔적을 색상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 3을 강조하고자 했다면 후보의 이름인 ‘안철수’를 조금 더 줄였어야 합니다. 게다가 3과 이름이 딱 붙어 있어 ‘삼안철수’로 읽히기까지 합니다. 시도는 좋았으나 강조 포인트를 잡는 데는 실패했다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4. 유승민 후보

총평: 기본에 충실하며 가장 단단하게 만든 포스터입니다. 전반적으로 매우 잘 만든 포스터네요. (★★★★☆)

가독성: 아주 작은 글씨가 있음에도 가독성에서는 우수한 점수를 줘야 합니다. 작은 글씨들은 약력이기 때문입니다. 포스터를 보는 사람들은 두 종류로 나뉩니다. 바로 앞에 서서 자세히 읽는 사람과 지나가며 슥 보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유승민 후보의 포스터에서는 본인의 슬로건, 기호 그리고 자신의 이름까지 깔끔하게 처리했습니다. 문재인 후보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이름과 슬로건을 표시하기 위해서 배경색을 사용하였습니다. 멈추어서 포스터를 볼 사람이라면 약력까지 모두 읽을 것이고 그냥 지나치며 보는 사람들에게도 할 말은 다 전달합니다. 아주 깔끔합니다.
시선의 이동 방향: 시선의 이동 방향을 가장 잘 지킨 포스터입니다. 유 후보의 얼굴을 최대한 우측에 밀착시키고 좌측에 글씨를 몰아넣는 전략을 택했습니다. 우리가 늘 봐온 패턴의 글 진행 방식은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거부감이 없고 편안하게 만들어 줍니다.
CI/BI 준수 여부: 앞서 말씀드린 안철수 후보와 가장 대비되는 부분이 이곳입니다. 배경을 꼭 BI로 칠하지 않아도 이렇게 얼마든지 자신들이 가지는 정체성을 세련되게 드러낼 수 있습니다. 파란색을 사용해 바른정당이 가지는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이면서도 세련되게 표현했습니다.
강조를 위한 포인트 잡기: 이 부분이 살짝 아쉽습니다. 슬로건을 더 큰 글씨 처리해 강조하고는 있으나, ‘당신의 능력을 보여주세요!’라는 말이 비중 있게 다루어졌음에도 명확하게 와 닿지 않아 대중은 무슨 이야긴지 헷갈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국민에게 능력을 보여달라는 건지, 내 능력을 보여줄 테니까 날 뽑아달라는 건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옥의 티입니다.

 

5. 심상정 후보

시선의 이동 방향을 살짝 포기했으나 원칙을 위배하는 수준은 아닙니다.

총평: 전반적인 아이덴티티와 지향점을 잘 표기하였습니다. 그러나 강조해야 하는 포인트에 대한 강조가 부족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가독성: 시원시원하게 잘 읽히는 포스터입니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라는 평소 심상정 후보의 생각이 잘 반영되어 있으며 가장 중요한 기호 및 이름도 명확하게 다가옵니다. 유승민 후보에게 이야기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약력이 작게 표시되었으나 이는 어차피 포스터를 자세히 볼 사람들을 위한 것이고, 타 후보보다 인지도 면에서 열세인 심 후보에게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나열하는 것이 분명히 필요한 전략이었습니다. 훌륭합니다.
시선의 이동 방향: 이미지를 포스터의 오른쪽으로 배치하고 텍스트를 왼쪽에 배치하는 것이 더 일반적인 형식입니다. 그래야 이미지가 텍스트를 다 읽을 때까지 시선이 달아나지 않도록 막아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에서 심 후보의 포스터는 살짝 아쉽습니다. 그러나 이미지를 좌우대칭 하지 않는 이상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여깁니다. 우측의 세월호 배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우측에 텍스트를 둔 것은 살짝은 아쉽지만 원칙을 크게 훼손하거나 위배한 것은 아닙니다.
CI/BI 준수 여부: 정의당의 BI는 노란색입니다. 그 노란색을 기호와 이름에 삽입해 명확한 아이덴티티를 드러냈습니다. 아이덴티티를 드러내는 본보기로 삼을 만합니다. 게다가 우연히도 세월호 리본과 같은 색상이지요. 문재인 후보도 세월호 배지를 착용하고는 있습니다만 거의 보이지 않는데, 심 후보는 명확하게 지금껏 걸어온 길과 포스터에 수록된 이미지가 일치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이 부분은 매우 훌륭합니다.
강조를 위한 포인트 잡기: 전반적으로 무난하게 작성되었습니다만 역시나 슬로건 강조가 아쉽습니다. ‘노동이 당당한 나라’가 강조된 나머지 ‘내 삶을 바꾸는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은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한 번 더

지금껏 다섯 후보의 포스터를 분석 및 평가해 보았습니다. 포스터 디자인과 프리젠테이션의 슬라이드 디자인은 기본적으로 그 철학과 디자인 원칙이 같습니다. 여러분도 프리젠테이션 슬라이드를 만들며 다섯 후보의 포스터에서 장점과 개선점을 찾아낸다면 디자인 실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겠지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원문: 김재성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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