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기업, 독립 성공의 열쇠는 시기인가 준비인가

조회수 2017. 4. 11. 12: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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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시작할수록 좋고, 많이 준비할수록 좋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다.

지식노동자가 1인기업으로 독립하는 것과 (강제된) 조기퇴직이나 정년퇴직 후에 하는 창업은 약간 궤가 다르다. 그럼에도 최근 보도된 ‘더 우울한 4050 조기 퇴직자… 창업 실패율 74%’를 살펴보면서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다. 각종 통계를 들어가면서 기자가 열심히 설명하기는 했으나 이 기사에는 이해 못 할 구석이 상당하다. 여기서는 가장 결정적인 문제점 하나만 짚는다.


이 기사에서는 ‘창업 실패율’이 가장 핵심적인 통계치인데, 정작 창업 실패의 조작적 정의(operational definition)는 제시하지 않았다. 세무서에 폐업신고를 하면 실패인지, 창업자금을 다 까먹으면 실패인지, 그것도 창업한 지 3년 안에 포기하면 실패인지, 5년 안에 그러면 실패인지… 도대체 뭐가 실패인지 설명하지 않고 그냥 실패라고만 한다. 전국구 일간지 기사로서는 상당히 아쉬운 수준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난 이런 문제에 별로 상관하지 않는다. 이번 기사를 읽을 때 내 관심사는 1인기업으로 독립하기에 나이(시기)가 중요하냐, 준비가 중요하냐 하는 것이니까. 기사에서는 조기퇴직자의 창업 실패율이 정년퇴직자의 2배라고 강조하고 있다. 창업률과 실패율을 비교하면 아래 그림과 같다.

출처: 개발마케팅연구소

위 그래프는 약간 오해의 소지가 있다. 실패율은 창업자 가운데서 실패한 비율인데 언뜻 보면 창업률에 비해 실패율이 더 높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 점 주의하시길 바란다. 


내용을 정리하면 조기퇴직자의 1/3이 창업을 하고, 창업한 사람 가운데 3/4이 실패한다. 이에 비해서 정년퇴직자는 1/10을 조금 넘겨 창업하고, 그 가운데 1/2이 실패한다. 여기서 왜 그런 차이가 발생하는지 기자는 아무 설명이 없다. 그래서 내가 추정해봤다. 


창업에 실패하는 이유


일단 나이 때문에 그런지 따져보자. 왜 중년에 퇴직할 수밖에 없으며 퇴직 전에 무슨 일을 겪는지 궁금하시면 ‘전문가가 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보시라. 퇴직 시 평균 연령은 정년퇴직자가 58.8세, 조기퇴직자가 52.2세다. 28.8세와 22.2세라면 모를까, 50대에서는 6.6세의 나이 차이가 경험이나 실력의 차이를 낳는다고 믿기 어렵다. 오히려 50대에서는 조금이라도 젊은 사람이 체력 면에서 조금 우월하지 않을까 싶기까지 하다. 몇 살 더 젊은 것을 창업률이 높은 이유로는 볼 수 있겠지만, 실패율이 높은 이유는 아닐 것이다. 나이는 패스.

출처: 이투데이
조심스러운 예상도 빗나간다. 실제 평균 퇴직연령은 49세다….

다음은 자금 문제다. 기사에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정년퇴직자는 퇴직금을 일시에 받기도 하고 연금으로 나눠 받기도 한다. 그러나 조기퇴직자는 퇴직금+위로금을 일시불로 받는다. 개인연금계좌에 넣어둘 수도 있지만 목돈을 받으면 창업의 유혹이 더 클 수 있다. 그러나 창업률이 높은 이유는 될 수 있겠지만, 조기퇴직자의 일시불 퇴직금 역시 실패율을 설명할 수는 없다고 본다. 역시 패스.


또 생각해 볼 만한 원인은 심리적 차이다. 정년퇴직을 하면 심리적으로 ‘다 이루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직업 생활이 직장 생활과 함께 끝났다고 여기면서 말이다. 아무래도 정년퇴직은 ‘완수’의 느낌을 준다. 이에 비해 조기퇴직은 할 일이 더 남아 있는데 억지로 떨려 나는 느낌이 강하다. ‘미완’의 느낌이다. 이런 심리적 차이는 창업률이 높은 이유로는 상당히 설득력이 있겠지만, 실패율이 높은 현상을 납득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조기퇴직은 이런 립서비스도 없다. 이름만 명예퇴직이지…

네 번째는 준비 상태다. 정년퇴직은 전체 직장인 가운데 7~8%만 도달 가능한 무척 험난한 고지다. 대신 일단 정년까지 가는 사람들은 자기의 퇴직 시기를 일자까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 내가 독립하지 않고 직장생활을 했으면 2030년 6월 30일에 정년퇴직할 예정이었다. 정년퇴직자는 퇴직 수년 전부터 여유 있는 보직을 받고 거의 공개적으로 퇴직 후를 준비할 수 있다. 정년퇴직 전에 임금피크제를 운영하는 회사들 상당수가 출근을 면제해 주고, 군대에서는 직업군인에게 공식적으로 마지막 1년 동안 취업을 위한 유급휴가를 준다. 


반면 조기퇴직자는 훨씬 더 갑작스럽게 퇴직한다. 여전히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한다는 ‘러브레터’를 회사 측에게 받고 회사 문을 나서기까지는 길어봐야 2~3개월이다. 창업을 준비하는 시간이 짧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생각해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요인 가운데는 역시 준비 상태가 실패율에 미치는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예상된다. 써놓고 보니 또 당연한 얘기다.

 


창업에 보장된 성공은 없다


어차피 조기퇴직이나 정년퇴직이나 자의에 따른 퇴직이 아니다. 그래도 퇴직 시기를 알고 준비를 하는 경우, 아무래도 보다 충실한 준비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런데 준비 기간이 짧은 것을 단순하게 ‘마음이 급하다’는 식으로 표현해서는 곤란하다. 어차피 절대적으로 충분한 준비 기간이란 없기 때문이다. 6개월은 모자라고 1년이나 2년은 충분한가? 시험공부와 비슷하다. 재수, 삼수한다고 입시에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는 것처럼 시간이 좀 더 있다고 성공을 보장받지는 못한다.


데이터가 없지만 만약 조기퇴직이나 정년퇴직이 아니라 그 전에 자의로 퇴직하고 창업한 경우는 어떨까? 아무래도 조기퇴직이나 정년퇴직보다는 성공률이 더 높지 않을까? 상사의 비인간적 처사에 빡쳐서 홧김에 사표를 낸 경우가 아니라, 어느 정도 준비를 해서 나온 경우에 말이다.

내 경우가 그렇다. 24세에 시작한 장교 생활을 30세에 마쳤고, 그 뒤로 몇 개의 직장을 거쳐 45세에 독립했다. 독립한 지 4년 차에 접어드는 지금 생각해보면 일생에 가장 잘한 일 가운데 하나가 더 끌지 않고 45세에 독립한 것이다. 일생에 아쉬운 일이 있다면 40세에 독립하지 못한 것이다.


만약 40세에 독립했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생존할 수 있었을까? 단연코 아니다. 왜냐면 35세부터 차근차근 독립을 준비한 게 아니라 40세가 되던 날 독립을 결심하고 그때부터 독립 준비를 했으니 말이다. 결심과 동시에 독립을 결행했다면… 아마도 엄청난 고생을 겪었겠지 싶다.


40세부터 본격적으로 독립 준비에 들어가서 장장 5년을 준비했다. 그간에 쌓은 내 역량을 돌이켜보고 종합하여 독립할 방향을 정했다. 독립을 위한 가장 큰 투자(박사과정 입학)를 실행하고, 단계별로 계획을 세우고 실행해 나아갔다. 가장 오래(11년) 다녔던 직장을 나와 옮겨도 보고, 비즈니스 모델을 시험하느라 글도 쓰고, 강의도 하고, 자문도 해봤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독립했다. 그 기간이 5년이다.


준비가 꼭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비즈니스 성공에 계획이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닌 것처럼. 그러나 실패는 상당 부분 막을 수 있다. 독립할 때 내 판단은 ‘이 정도면 식구들 굶기지는 않겠다’ 였지, ‘아, 이거 대박이다’가 아니었다.

102세에 돌아가신 보 장군. 프랑스, 미국, 중국을 차례로 꺾은 ‘붉은 나폴레옹’이다.

현대 베트남의 불패신화 보 우웬 접 (武元甲, Võ Nguyên Giáp) 장군도 자신이 만든 3불전략(三不戰略)을 설명하면서, 승전이 아니라 무패의 비결이라 했다.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자주 인용되는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는 손자의 가르침도 백전불태(百戰不殆)를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준비하면 위태롭지는 않다는 말이지, 필승이 보장된다는 말이 아니다. 창업에 보장된 성공은 없다. 


 

시기를 결정하면 준비를 시작하게 된다


그림으로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누구나 꿈꾸는 창업 후 경로는 처음부터 쭉 뻗은 탄탄대로겠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 창업 후 궤도는 총구에서 튀어나가는 탄두가 그리는 궤도와 마찬가지로 잠시 아래로 처졌다가 제 궤도를 찾아간다. 총알이야 원래 설계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지만, 창업을 한 사람이 겪어야 할 ‘일시적으로 아래로 처짐’은 별것 아닐 수도, 심각할 수도, 아예 회복하지 못하고 궤도를 이탈(창업 실패)할 수도 있다. 저 빨간색 반 타원 면적을 줄이는 것이 창업의 화두다.


그럼 어떻게 저걸 줄일까? 총 얘기로 예를 들었으니 (첫 직장이 육군이어서 그러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길…) 총으로 설명해 보자. 창업 시점을 총구로 보면, 창업 이후의 궤도는 총 안에서 격발되는 시점과 총열의 길이에 영향을 받는다. 쉽게 얘기하면, 얼마나 강한 화약으로 총알을 밀어주느냐와 얼마나 긴 수평 터널을 빨리 통과하느냐가 총구를 빠져나와서 날아갈 궤도를 결정한다는 말이다. 아래 그림을 보자.

창업은 준비한 만큼 현실에서 겪는 어려움이 덜하다. 언제 시작해야 한다는 법칙은 없다. 어떤 사업이냐, 독립을 마음먹는 그 순간까지 쌓아놓은 역량과 자산이 얼마냐, 어떤 계획과 비전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니까. 한가지 정답은 일찍 시작할수록 좋고, 많이 준비할수록 좋다는 것뿐이다.


내 경우에 저 파란 삼각형에서 5년을 보냈고 유·무형의 투자도 많았다. 덕분에 빨간색 궤도 안으로 떨어지지 않고 독립 4년 차를 맞고 있다. 물론 주위에서 도와주신 분들과 운이 더 중요하긴 했지만. 독립을 생각하고 있는 분들은 다가올 퇴직을 기다리지 말고 본인이 시기를 먼저 결정하시길 바란다. 그 결정이 준비를 시작하게 만들 것이다.


원문: 개발협력에 마케팅을 더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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