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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MVP 사례

조회수 2017. 4. 10. 17: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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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P를 모르고, MVP 없이 그냥 하고, 진짜 MVP로 다시 시작하며 스타트업은 성장한다.

스타트업 업계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바로 MVP(minimal viable product, 최소 기능 제품)다. 『린 스타트업(The Lean Startup)』의 저자 에릭 리스(Eric Ries)의 말에 의하면 MVP는 최소한의 노력과 개발 공수로 완성할 수 있는 제품이다. 즉 최소한의 리소스로 고객의 피드백을 얻고, 쉽게 이를 제품 개발에 반영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제품 또는 서비스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지금 바로 만들 수 있는 작은 것부터.

그러고 보면 처음에는 이런 단어조차 모르고 시작을 했었다. 아끼고 줄이고 짧은 시간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그리고 부족한 자금과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자연스레 서비스의 시작 자체가 MVP가 되었다. 

 


1. 만땅: MVP는 몰랐다


‘배터리를 함께 쓰자’라는 아이템을 가지고 이것저것 단계별로 드는 금액과 시간 인력에 대해서 고민을 했고, 크게 4단계로 서비스 확장을 계획했다.

1. 직접 사용자를 길거리에서 만나면서 서비스 니즈가 있는지 확인
2. 점포를 구해서 서비스를 특정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제공
3. 서비스 점포를 직접 운영하지 않고 편의점과 같은 기존 인프라의 제휴를 통해 확장
4. 앱으로 온라인에서 사용자에게 장소를 유도하고 온라인에서 실제 이용을 시키는 충전 O2O 서비스
5. 스마트폰 배터리를 시작으로 전기자동차까지 충전에 관련된 모든 부가서비스로의 확대

꿈은 컸지만 시간과 자금의 부족으로 인해 모든 것을 최소화했고 주어진 환경에서 가능한 것은 첫 번째 계획 즉 직접 사용자를 만나서 서비스 니즈가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뿐이었다. 배터리라는 하드웨어가 서비스 필수 요소였기 때문에 삼성, LG, 팬택의 배터리를 구매하는데 초기 자금의 대부분이 투입됐다. 무슨 생각으로 그 돈을 썼는지는 지금도 모른다. 장가갈 밑천을 배터리 사는 데 다 썼으니 말이다…


지역 특성상 젊은 사람들이 많이 모이고 술자리가 많다 보니 배터리 충전 니즈가 가장 많을 것으로 생각해 장소를 홍대로 확정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강남 유흥가에서 시작하려고 덜컥 소호사무실을 계약했다. 그러다 노점 단속이 너무 심해 길거리에서 서비스할 수 없어 계약금을 수업료로 냈다. 반면 홍대는 어느 정도 심하지 않은 선에서 노점상을 허용했기에 뒤늦게 장소를 변경했다.


장소를 물색했고, 자금과 맞는 마땅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에 부동산 사무실을 밤에만 잠깐 빌리는 말도 안 되는 전략을 세웠다. 삼고초려 끝에 어느 한 부동산의 조그마한 사무실을 밤 9시부터 새벽 6시까지 빌릴 수 있었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던 홍대 앞 한 오피스텔 지하상가의 부동산.

그렇게 최소한의 비용으로 검증 준비를 했다. 나는 정말 좋은 서비스라고 생각하는데 이걸 증명하는 방법은 숫자로 보여주는 수밖에 없었다. 앱이나 점포는 나중 문제이고 우선 쓰는지 안 쓰는지조차 알 수 없으니까. 


세상에 없던 서비스였기 때문에 열심히 준비해서 크리스마스 사은품과 배터리 통을 들고 홍대 길거리로 나갔다. 크리스마스이브, 12시간을 길거리에서 보낸 ‘만땅’ 서비스의 첫날 성적은 배터리 교체 2개. 50% 이상이 서비스를 쓸 거라는 설문조사 통계와는 너무나도 말도 안 되는 차이였다.

9명이 투입되어 밤을 꼬박 새워 배터리 2개 교체했다.

무엇이 문제인가 고민을 더 하기 시작했고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조금씩 서비스를 업데이트했다. 최소한의 존속 제품, 즉 배터리를 바꿀 수 있는 서비스는 가능한 상태에서 유니폼, 쿠폰, 기발한 사은품, 특정한 장소, 일정한 영업시간 등을 추가하며 점점 매출이 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첫 달 홍대 노점의 말도 안 되는 서비스에 5,000명의 사람이 3,000원의 돈을 지불했다. 홍대의 초록색 오빠들이라는 별명도 이때 생겼다. 자신감이 붙었고 본엔젤스를 이때 만나서 실제로 투자까지 이루어지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처음부터 무턱대고 앱을 개발했거나 점포를 구했다면 아마 망했을지도 모른다(물론 지금 ‘만땅’ 서비스는 망했다. 그 이유와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만들려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핵심 기능, 배터리 공유 서비스의 경우 사용자가 충전이 급한 순간 이미 충전된 동일한 사용감의 정품 배터리로 바꾸어 주면 그만이었다. 길거리 노점일지라도 필요한 순간의 페인 킬러 역할을 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지갑을 열었다. 바꾸고, 끼고, 1분이면 끝나는 배터리 100% 상태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만족감을 주었다. 환경적 요인으로는 많은 사람이 급만남을 갖는 홍대에서 스마트폰 배터리가 없다는 건 전쟁터에 총이 없는 것과 다름 없이 중요함을 사용자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었다.


어쩌면 첫 MVP 모델은 고생한 만큼 잘 됐다. 부족한 환경과 조건에서 최고의 해결방법을 찾는 당연한 과정을 겪었다. 하지만 단 한 가지 핵심에만 집중해서 스타트업이 왜 MVP를 직접 시장에서 검증해야 하는지 그 중요성을 더 깊이 느끼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 부분을 놓쳐 두 번째 프로젝트에서 뼈아픈 실수를 겪게 된다.

 


2. Plugger: MVP 없이 그냥 했다


투자금이 들어오면서 서비스 확장이 급물살을 탔다. 강남으로 사무실을 이전하고 강남과 홍대에서 동시에 서비스했다. 강남의 특성을 파악해서 배달 서비스까지 진행했다. 가장 비싼 장소의 요금이 1만 원이었는데 흔쾌히 지불하는 고객도 많았다. ‘만땅’ 앱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개발자 근무 인맥으로 친구와 후배들이 아르바이트로 앱 개발과 디자인을 모두 도와주었다. 적은 금액으로 앱을 개발할 수 있었고, 그렇게 마이쿤의 첫 번째 앱인 ‘만땅’을 출시를 하게 된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하지만 더 나아가 꿈을 꾸었다. 가설은 이랬다.

충전할 수 있는 모든 콘센트와 충전기 정보를 하나의 앱 서비스 안에 모은다.
사용자들이 스스로 무료로 쓸 수 있는 콘센트나 카페 등 보유한 충전기 종류를 등록할 수 있게 한다.
이런 가설로 모은 트래픽 중 급한 경우 ‘만땅’ 유료 서비스로 유도한다.
충전장소 등록은 누구나 할 수 있으니 해외 버전도 출시한다.

2차 시드 투자도 완료가 되었고 ‘만땅’ 서비스로 자신감도 붙어 있었다. 투자를 받은 뒤로 개발팀이 빌딩 되어 있었고 영업팀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새로운 사용자의 MVP 테스트 없이 마이쿤의 두 번째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그것도 매우 크게… 하나에 집중을 해도 될까 말까 한 스타트업에서 팀을 이원화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개발팀은 반 강제적으로 회의실에 TF실을 꾸려 3개월을 내리 달렸다.

글로벌, 글로벌 하길래 해외 서비스도 준비했다. 참 바보같이 해외 서비스는 번역만 하면 끝나는 줄 알았다. 주변의 도움을 다시 한번 얻어서 영어, 일어, 중국어, 스페인어, 심지어 러시아어와 포르투갈어까지 번역해 총 8개 국가 언어로 서비스를 개발했다. 


콘센트(Plug)를 찾는 사람들(er)이란 뜻의 ‘Plugger’ 앱을 그렇게 야심 차게 출시했다.

취지는 좋았다. 충전 가능한 장소 알려준다잖아, 무료로…

연인 간 딴짓(?)을 할 때 가장 흔히 쓰는 거짓말인 ‘배터리가 없었다’를 차용해 “배터리가 없었어! 라는 말은 그만”이라는 카피로 바이럴과 노이즈 마케팅을 목적에 두었다. 소셜 기능까지 붙여 친구나 커플의 서로 남은 배터리 용량을 보는, 핵심에 어긋나는 기능이 추가로 탑재되었다.


뭐, 하긴 노이즈 마케팅 하나는 성공하긴 했다. 네이버 뉴스 1면의 “앱의 사생활 침해 심각하다“라는 기사로…. 

실제로 노이즈 마케팅되어서 하루 만에 2만 다운로드를 달성하기도.

다운로드 30만, 서비스 해외 진출, 언론보도, 500 스타트업 투자유치 등 성과를 냈다. 하지만 서비스 지표는 점점 나빠졌고 나중에는 ‘만땅’ 앱과 합치는 작업까지 하면서 최악의 발악을 하기도 했다. 


시간이 흐른 뒤 수익화에 실패하고 서비스는 보기 좋게 망했다. 사용자 니즈를 파악하지 않고 벌인 프로젝트의 당연한 결과였다. 앱을 스토어에서 삭제하던 2년 전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수억 원의 자금을 쏟아부었지만 그 결과는 비참했다. 무지했던 나 스스로에 대한 자책, 나로 인해 고생한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 수많은 감정이 떠오르던 그날. 혼자 술 마시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다른 한편으로 그 시기를 보내면서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면서 성장한 나와 팀원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가설, 검증, 측정을 빠르게 거치면서 서비스를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가장 쉽고도 중요한 점을 다시는 머릿속, 아니 가슴속에서 지우지 않을 만큼 각인한 계기가 되었다.

 


3. Spoon: 다시 시작한 진짜 MVP


정말 많은 우여곡절 끝에 법인 폐업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스푼이라는 오디오 서비스를 만들기로 했고 모든 리소스를 쏟아서 다시 도전하자며 그 힘들다는 피벗 결정을 내렸다. 오디오 서비스 사용자 니즈 파악이 우선이었다. 그렇게 마이쿤의 피벗이 시작되었다.

핵심 기능: 사용자가 오디오를 업로드할 수 있고 누구나 이를 들을 수 있다.

끝. 핵심 기능만 탑재한 스푼의 첫 버전은 딱 5일 만에 앱으로 출시됐다.

왼쪽의 원 하나 있는 모습이 5일 만에 나온 스푼의 MVP였다.

본인의 생각과 사용자의 생각은 절대 일치하지 않음을 인정하고 가설로만 끝내야 한다. 가설은 단지 아이디어일 뿐 실행의 무게와는 비교할 수 없다. 가설, 검증, 분석 사이클을 최소화해 빠르게 적용하고 객관적인 지표나 데이터를 근거로 의사 결정하며 서비스 개발을 시작했다. 


그리고 우리는 다행히도 어떻게 하면 망하는지(…) 2번의 실패를 통해 경험했기에 해당 부분을 피할 수 있었다. 빠르고 짧게, 1주일 단위로 업데이트하면서 사용자 니즈를 반영했다. 지난해 54번의 업데이트를 진행했고 지금은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2주 단위로 업데이트를 진행하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스타트업에게 필요하다는 ‘빠르게 실패하고, 일찍 실패하고, 자주 실패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배워 가고 있는 듯하다.


원문: 최혁재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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