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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믿음과 싸우는 법: 논박하지 말라

조회수 2017. 4. 7. 19: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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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된 믿음을 논리로 이긴다고요? 오히려 믿음을 강화시킵니다.

백신에 관한 각종 음모론이라던가… 기타 등등 여러 근거 없는 믿음들을 만나면 키배를 하곤 하시는 여러분. 제 경우에도 혈액형, 잘못된 성격이론 등 잘못된 믿음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할 일이 많은데요. 이 참에 Scientific American등에 소개된 ‘잘못된 믿음과 싸우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그들이 틀린 주장을 계속해서 주장하는 이유: 확증편향


자신의 믿음이 틀렸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많은 과학적 증거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꼬장꼬장 자신의 믿음을 유지하게 되는 대표적인 이유는 ‘확증편향’입니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이죠.

합리적 생각: 여기 증거들이 있어. 어떤 결론을 낼 수 있지?
확증편향: 여기 결론이 있어. 어떤 증거들이 있지?

잘못된 믿음을 주장하는 게 자신의 이미지 상승에 도움이 될 경우에는 더더욱 이 믿음에서 벗어나는 게 어렵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백신은 음모다! 백신을 맞게 되면 바보가 된다!’ 이런 걸 주장 하는 사람의 경우 ‘내가! 이런 지식을 전파함으로써 우매한 사람들을 일깨우고 그들의 생명을 구한다’, ‘나는 영웅이다!!’ 라는 정체성이 생기게 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이러한 이야기를 듣고 ‘오~ 정말인가여? 놀랍네요. 님 아니었음 백신 맞고 GG칠 뻔했네요’라는 식의 주변인들의 반응까지 있다면 이 믿음을 전파함으로써 신분이 상승한 듯한 느낌이 들게 되겠지요. 뭔가 되게 쓸모 있는 인간이 된 것 같은? 과제로 여기는 이유

요런 기분일까요?

인정받고 싶어하는 것은 인간의 가장 큰 욕구 중 하나입니다. 잘못된 믿음일지언정 그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게 되면, 그 믿음을 버리기가 매우 어려워지죠.


그러고 보면 유명한 백신 음모론이라던가 병원에 대한 음모론을 펼치는 사이트들에 가보면 ‘님들 속고 있는 거임’, ‘이제라도 정신차리셈’같은 ‘나를 통해 구원받으라’는 식의 메시지가 강하게 나타나는 걸 볼 수 있지요.


사실 대부분의 믿음들이 그렇지만 근거 없는 음모론들도 여러 가지 동기(이걸 믿고 싶은 또는 믿어야만 하는 이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잘못된 믿음에 대한 논파, 오히려 그 믿음을 강화한다


만약 잘못된 의견을 펼치는 사람들을 보게 되었을 경우, 그 사람의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키배에 돌입하고 싶은 욕구를 느끼시는 분들도 계실 텐데요. ‘반박’하는 것은 그릇된 믿음을 버리게 하기는커녕 되려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왜냐하면 특히 타인의 이목이 있는 공적 장소(인터넷 포함)에서 반박을 당하는 건 ‘자존감 싸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논쟁 상황은 단순히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타인의 이목과 자신의 가치가 관련된 문제가 되는데, 우리 인간은 기본적으로 자존감을 사수하기 위해 모든 걸 바치는 동물입니다.


따라서 반박 당할수록 어떻게든 자신을 ‘옳게 보이게 만들려고’ 맞든 안 맞든 자신의 입장을 뒷받침할 증거들을 끌어 모으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영혼까지 끌어 모은 증거들과 지지자들을 바라보며 1) 기존의 믿음이 더 강해지기도 하고 또 2) 그 믿음을 버릴 수 없는 입장이 되기도 합니다.

그러다 미치기도 합니다(…)

어떤 걸 지키기 위해 자신을 새하얗게 불태웠는데 그걸 바로 버릴 수 있겠어요? 사이비 종교 집단에 가입해서 집과 재산을 다 날릴수록 더 믿음이 강해지는 것과도 비슷한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걸 위해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이걸 부인해 버리면 나는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이런 느낌이랄까요. 강한 반박은 되려 기존의 믿음을 더 강화하는 초석을 제공해 준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많은 음모론에는 학자들의 반박이 이미 시나리오에 포함되어 있어서 반박이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그럴 줄 알았어. 역시 뭔가 캥기는 게 있구만!’이라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고 합니다. 학자들의 반박이 되려 음모론을 한층 굳건히 세우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이지요. 반박 당하면 당할수록 ‘악과 맞서 싸워 진실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외로운 독립투사’라는 정체성이 형성되는 듯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보통 한 음모론을 믿는 사람들은 여러 개를 동시에 믿기 때문에(세계를 조종하는 어둠의 세력을 믿는 사람들은 백신에 대한 음모론도 믿는 식) 여러 믿음이 동시에 흔들리지 않는 한 계속 믿을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서로 다른 여러 가지 믿음을 동시에 무너뜨리지 않는 한 음모론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인데.. 이런 점에서도 하나하나 틀린 점을 지목하는 반박의 힘은 제한적인 듯 보입니다.



옳은 이유를, 선량한 인상으로 설명하라


그래서! 잘못된 믿음에 가장 잘 대응하는 방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1. 반박하지 말 것. 즉 그게 ‘틀린 이유’는 이야기 하지 말 것

2. 옳은 게 옳은 이유만을 간단 명료하게 전달할 것

담배가 몸에 해롭다는 걸 알린 것이 성공적인 케이스라고 합니다. 잔말 할 것 없이 담배를 많이 펴서 썩은 폐 사진 하나면 할 말이 없어지는 뭐 그런 것이지요.


틀린 이유에 대해 이야기 하더라도 상대방의 ‘자존감’이 다치지 않게 이야기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야, 이 멍청아. 그게 아니야.’ 이런 게 아니라 최대한 객관적인 어조로 ‘이런 부분은 실은 이렇다고 합니다’ 정도의 말투가 좋아 보입니다.


친근하게 전달할 수 있다면 더 좋습니다.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까칠한 전문가’의 말 보다는 ‘착한 일반인’의 말을 잘 신뢰하는 모습을 보인다고 하니까요. 아이들도 새 전문가가 ‘이것은 새다’라고 해도 그가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잘 믿지 않고 착해 보이는 일반인에게 가서 가르쳐 달라고 한다는 연구가 있었습니다.

선량한 인상은 중요합니다.

성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상 관련 연구들에 의하면 성인들도 사람들을 판단할 때 제일 먼저 보는 것이 ‘이 인간이 해로운 인간인가?(따듯, 친절 VS. 차가움, 싸가지)’라는 것인데 여기에서 한번 싸가지 없다고 판단되면 어떤 참되고 바른 이야기를 하든 신뢰 받지 못하기 십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학자들이 이런 전반적인 인상에 있어 따듯, 친절 보다는 차가움, 싸가지 쪽에 가까운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도 왠지 신뢰를 받지 못하는 데 한 몫 하는 듯 보이는데.. 이 부분에서는 일종의 마케팅적인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 참조 링크

  • SCIENTIFIC AMERICAN
  • Mother Jones

출처: 지뇽뇽의 사회심리학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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