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마케팅의 한계와 극복 방법에 관하여

조회수 2017. 3. 25. 18:1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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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내가 만든 콘텐츠가 상상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글을 시작하며 제가 이 글을 쓸까 말까 망설였던 이유를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저는 마케팅이 좋아서 대학교 때부터 본격적으로 마케팅 관련 공부와 활동을 시작했고 지금도 그것을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현업에서 마케팅 담당을 한 지 4년을 넘어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다시 말해 지금까지 쌓은 경험과 시각은 학생과 사원-대리급에 지나지 않고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래서 함부로 다른 서비스의 마케팅 사례들을 속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1. 그만큼 마케팅과 콘텐츠를 사랑하기 때문에 2. 이렇게 콘텐츠 마케팅을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먼저 이야기하면서 글을 시작하겠습니다.

 


난리를 치른 직방과 한국일보, 무엇이 문제인가?


최근 페이스북을 보다가 경악스러운 콘텐츠를 두 개 보았는데, 하나는 직방에서 올린 웹툰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한국일보에서 올린 동영상이었습니다. 먼저 직방의 콘텐츠를 대략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습니다.

인터넷에 돌고 있는 ‘자취방 썰’을 브랜드가 노출될 수 있도록 웹툰으로 재가공한 콘텐츠였는데, 문제는

1. 이 콘텐츠를 보고 브랜드에 대해 일말의 긍정적인 느낌(유용하다, 직방을 써야겠다 등)을 주지도 않고
2. 브랜드 콘텐츠에 쓰기에는 내용과 표현 방식이 적절치 않았다

는 점입니다. 이에 직방은 사과문을 올렸지만, 돌아선 소비자들의 마음까지 어루만지지는 못했습니다. 다음은 한국일보에 올라왔던 ‘중국 놀이기구 사고’ 영상입니다. 현재는 영상을 삭제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에 문제 제기하며 캡처해둔 것이 있어 첨부합니다.

문제가 되는 지점은

자극적인 카피: 사고가 난 것을 “한 소녀가 놀이기구에 ‘대롱대롱’ 매달린 채 돌아가고 있다”고 표현한 문구
실제로 놀이 기구가 고장이 나서 소녀가 사고를 당해 사망했는데 이 장면을 모자이크 없이 그대로 올렸다
무엇보다 이것을 한국일보 공식 페이지가 올렸다

단지 이런 사고가 났다는 사실을 보여줄 뿐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는 내용도 아니고, 페이스북은 미성년자도 볼 수 있기 때문에 사실 전달 이외에 큰 교훈이 있는 것도 아닌 영상을 이런 방식으로 올리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었습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두 케이스를 보면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를 생각해보았을 때 크게 3가지 요인이 있는 것 같았습니다.


첫 번째는 콘텐츠의 특성을 간과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좋은 콘텐츠’라 함은 감동, 재미, 정보 3가지 요소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이러한 좋은 콘텐츠들은 제가 굳이 예시를 들지 않아도 이젠 너무나도 쉽게,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위 2가지 사례(직방과 한국일보)에서는 이 3가지 요소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어떠한 감동도 없고, 재밌지도 않고, 정보도 없습니다. 두 브랜드에서는 이 점을 간과했던 것 같습니다.


두 번째는 SNS의 특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SNS 세상은 “내가 공유하는 것 = 나”인 세상입니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관련된 정보를 많이 공유하면 ‘전문가’로 금방 인식되는 경우를 많이 보셨을 것입니다. 이걸 다른 말로 하면 감동적인 콘텐츠를 많이 공유하면 ‘나 이렇게 감수성이 풍부한 사람이야’를 보여주는 것이고, 웃긴 콘텐츠를 많이 공유하면 ‘나 이렇게 재밌는 사람이야’로 포지셔닝 된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내가 공유하는 것 = 나’로 인식되는 세상에서 무섭고, 잔인하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공유하면서 ‘나 이렇게 잔인한 걸 봐도 아무렇지 않은 졸라 센 사람이야’이라고 자신을 표출하는 사람은? 사이코패스가 아닌 이상 그럴 리가 없을 것입니다. 나의 실명과 이름, 행동 로그가 공유되는 SNS, 특히 페이스북에서 대놓고 이런 행동을 하기는 매우 어렵죠.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도 직방과 한국일보는 SNS 세상의 특성을 잊어버렸던 것으로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지나친 성과주의를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안 살아봐서, 일해보지 않아서 우리나라만의 특성인지 모르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SNS 운영에도 성과주의가 적용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봅니다. ‘결과만 잘 나오면 뭐든 올려도 된다’는 생각이지요.


위에서 쪼아서, 달성해야 하는 목표가 있어서 등 나름의 이유는 있겠습니다만 무엇이든지 ‘숫자’로 보이는 것을 좋아하는 조직이라면 SNS 운영을 할 때도 이런 성과주의에서 벗어나기 힘듭니다. 왜냐면 SNS야말로 숫자로 눈에 드러나기 딱 좋은 곳이니까요. 공유 수나 동영상 재생 수 같은 게 외부에 보이다 보니 “뭐가 됐든 일단 반응만 많이 나오게 해보자”고 맘만 먹으면 그렇게 하기 쉽죠. 아마 위 두 케이스도 성과주의에서 자유롭지는 못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로 SNS 운영을 잘하는 게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페이지 팬 수가 10만이 되든 20만이 되든, 동영상 재생 수가 5만 건 되든 10만 건이 되든, 좋아요 수가 1만 개든 10만 개든 그것만 보고 있으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이 브랜드에서 콘텐츠 마케팅을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SNS 운영을 통해 무엇을 얻을 것인가? 다음 단계, 합의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이다음 단계를 규정할 때에는 ‘브랜딩’ 혹은 ‘인지도 상승’처럼 두루뭉술하면 안 됩니다. 그런 목표라면 앞서 말한 성과주의에 빠지기 쉽습니다. “SNS를 통해 우리 브랜드를 인지시키고 사이트에 유입시킨다” 혹은 “회원 가입시킨다” 같이 SNS 운영 다음의 구체적인 마케팅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이것을 다양한 요소로 SNS 여기저기에 녹여야 하며, 그 결과가 어떤지도 추적해야 합니다. 예컨대 SNS 콘텐츠를 보고 앱을 다운받는 게 목표라면 SNS 콘텐츠에 앱 다운로드 유도 장치가 있어야 하며, 이것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반응을 했는지 SNS 콘텐츠 자체의 결과와 대비해서도 봐야겠지요.


둘째는 SNS 운영, 특히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에게 소명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온라인에 콘텐츠를 올리는 그 순간 누군가 저장할 수도, 캡처를 할 수도 있으며 내가 알지 못하는 제2-3의 공간에 남을 수도, 계속해서 복사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합니다. 무섭고 스트레스받는 일이지만 감내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내가 만드는 콘텐츠는 우리 브랜드가 낳은 알이라고 생각하며 평생 죽지 않는다고 여기는 것이지요.


또한 내가 만든 콘텐츠가 상상 이상의 영향력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나는 개인 타임라인에 내 프로필로 포스팅하는 게 아니다, 내 이름의 블로그에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좋아하든 싫어하든 우리 브랜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쳐다보고 있는 공개 게시판에 우리 브랜드의 이름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올리는 것이다 등을 늘 자각하고 있어야 합니다. 내가 쓴 글 한 줄로 사람들이 감동하기도 하고, 상처받을 수도 있고, 힘이 나게 만들 수도 있고, 인생을 포기하고 싶어지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면 결코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도, 올릴 수도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내 브랜드 고민, 경쟁사 견제를 하기 전에 사람에 대해 먼저 생각해야 합니다. 우리 브랜드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니까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는 것 맞습니다. 경쟁사의 마케팅과 차별화되어야 하니까 그들이 무엇을 하는지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콘텐츠 마케팅 담당자라면 다음과 같은 질문에 충분히 고민하고 나름대로 답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가?
어떤 사람들이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게 만들고 싶은가?
그들은 무슨 특성이 있는가?
어떤 이유로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가?
어떤 콘텐츠를 좋아하는가?
어떤 음악을 듣고 어떤 글에 반응하는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우리 서비스를 쓰는가?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이 브랜드가 되기보다는 유저가 먼저 되어야 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면 함부로 콘텐츠를 만들 수 없습니다. ‘우리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런 거 싫어해’ ‘이런 콘텐츠엔 반응하지 않을 거야’라는 감이 있기 때문입니다.

글을 시작하면서 말했듯이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고, 그동안 경험한 것보다 앞으로 경험할 일이 더 많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동안 다양한 브랜드의 SNS를 운영해보고 현재는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만드는 일을 하면서 제가 해왔던 일, 하고 있는 일에 나름대로 깊은 고민을 해왔습니다. 애정도 각별하죠. 어디 가서 부끄럽지 않게 SNS 운영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콘텐츠를 만드나, 무엇이 좋다고 느껴지는가, 무엇을 우리 브랜드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까, 매일매일 관찰하고 적용해보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해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서 이야기한 두 브랜드의 사례가 더욱 안타까웠습니다. 내부의 사정은 모릅니다. 대행사 직원이 그랬는지, 담당자가 그랬는지, 인턴이 그랬는지, 팀장이 그랬는지 아무것도 모르죠. 그러나 뭐가 됐든 너무나도 마음이 아픈 사례라고 생각했습니다. 대행사 직원이 그랬다면, 담당자가 그랬다면, 인턴이 그랬다면, 팀장이 그랬다면, 뭐가 됐든 다 안타깝습니다.


‘포스팅’ 버튼을 누르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했다면, 기획 아이디어를 내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했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싶고요. 특히나 직방은 스타트업 업계에서 소위 성공 사례라고 불리는 브랜드이기 때문에 더더욱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부러운 게 많았죠. ‘광고 모델로 설현도 쓰고, 좋겠다.’ 하면서요. 그래서 더욱 잘했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던 것도 있습니다.


이미 일은 일어났고 되돌릴 수 없으니 이제 와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과거의 실수를 복기하고 되풀이하지 않을 방법을 찾을 수밖에 없게 되었네요. 그래서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아프지만 잊지 말아야 하니까요. 부디 이런 진심을 알아주시길 바라며 글을 마칩니다. SNS 운영도, 콘텐츠 마케팅도 다 좋을 순 없겠지만 지금보다 더 좋을 수 있을 거란 믿음으로.


원문: 지영킹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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