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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당신은 뭘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가

조회수 2017. 3. 13. 19: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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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를 위한 평가인가, 평가를 위한 공부인가?

우리에게 시험은 공부를 위한 평가인가, 평가를 위한 공부인가?


한국 사회에서 공부는 오래 세월 동안 개천에서 용이 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었다. 시험을 통해서 좋은 대학에 가면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고, 좋은 직장이 생기면 좋은 배우자를 얻어 자신의 경제적 지위를 올릴 수 있었다. 그래서 대학은 우리 사회에서 최소한의 요건이 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 한국은 70% 이상이 대학을 가지만, 대학을 졸업한 절반 이상이 취업을 하지 못해 아등바등하고 있다. 더욱이 힘든 상황 속에서도 대학을 선택한 학생들은 취업도 하기 전에 학자금대출로 이미 빚에 허덕이는 최악의 상황을 맞닥뜨리기도 한다.


우리는 이를 가리켜 교육의 악순환이라고 말한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직장을 얻어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선택이 우리 삶을 좀 먹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는 과열 경쟁이 일으킨 과도한 선행 교육 투자 등 여러 문제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문제는 ‘무엇을, 왜?’라는 질문 없이 한 탓이기도 하다.


질문을 금기시 한 우리 교육은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어도 궤도를 수정하지 못했다. 끊임없이 아이들은 그 잘못된 교육 속에서 다치거나 망가지고 있어도 어른들은 ‘네가 약해서 그래. 강하게 먹고, 화이팅!’이라는 말로 다그치기만 했다. 과연 우리 교육에 미래는 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하기 위해서 『시험』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EBS 교육대기획 다큐멘터리로 제작된 내용을 정리한 책으로서, 우리 한국 사회가 마주한 시험의 적나라한 민낯과 우리 교육이 나가아야 할 방향을 고민할 수 있게 해준 책이다.

책의 시작, 시험이 어떻게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시험은 한국만 아니라 인도, 중국, 일본, 유럽 등 다양한 국가에서 치러지고 있다. 어떤 나라에서는 시험이 현존하는 신분제의 벽을 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이라 한 개의 시험을 통과하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동원한다고 한다.


그 나라와 비교하면 비교적 자유와 여유가 있는 한국 교육은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상 한국 교육을 파헤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교육 또한 철저히 시험에 지배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질문하지 않는 교육은 같은 사고와 가치를 가지게 했고, 그것이 곧 정답이 되는 사회를 만들었다.


한국 사회는 그 사람이 어떤 생각과 어떤 가치관으로 세상을 살고 있는지로 평가하지 않는다. 그 사람이 어떤 대학을 나왔고, 어떤 성적으로 졸업했고, 어떤 직장을 다녔고, 수입은 어느 정도인지로 판단한다. 한국 사회의 시험은 이런 정형화된 평가의 기본이 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아래의 글을 읽어보자.

수능 만점자 박준성 씨는 시험에서 기술은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한다. 한 문제를 더 맞히면 갈 수 있는 대학이 3, 4개씩 갈리기도 하는 수능에서 기술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시험 고수들은 이러한 결론을 내린다.

“시험을 잘 본다는 것은 어쩌면 사회가 요구하는 것을 가장 잘 파악하고 있다는 뜻일지도 모르죠. 학교나 사회가 원하는 것이 ‘삼각형’의 모습이라면, 스스로가 삼각형이 아니더라도 자신을 삼각형처럼 보이게 만드는 것에 능숙한 사람들일수록 인정받는 거죠.”

– 본문 94p

이 글은 우리 사회가 원하는 인재상의 모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시험은 자신이 얼마나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토 달지 않고 평가 기준에 얼마나 잘 맞출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 아니라 수용력이다.

출처: INDIPENDENT

어떤 사람은 기본적인 지식과 교양이 갖춰져야 창의적인 생각을 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맞다. 분명히 일리 있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의 시험은 창의성으로 내딛기 위한 발판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죽도록 문제 출제 경향을 암기하고, 수용해서 간 대학에서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시험』 책을 읽어보면 서울대에서 A+를 받는 학생들을 선택하여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는지 연구한 실험이 있다. 그 실험은 우리가 생각한 교육적 가치와 정면충돌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이 프로젝트는 ‘베스트 러너 프로젝트’로 불리는데, 서울대에서 실험한 연구 결론은 이렇다.

“좋은 학점을 받는 학생들은 공통적로 교수의 말을 한마디도 빼놓지 않고 필기를 하고, 이러한 필기를 바탕으로 강의 내용을 모두 완벽하게 암기하였으며, 수업에 대해 생각하고 분석하여 비판적인 태도를 갖기보다는 수용적인 태도로 교수들의 생각을 흡수했다. 그런 결과가 우수한 학점을 받았다.”

– 본문 151p

베스트 러너 프로젝트가 보여준 것은 한국 교육이 가진 확고한 특징이다. 한국에서 치러지는 모든 시험은 대체로 ‘시험을 치기 위한 기술’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창의력이나 비판적인 사고력은 쓰레기통에 집어 던진 후 무조건적인 수용을 강요한다. 그것이 곧 결과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과연, 이런 시험이 한 사람의 실력을 제대로 평가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나는 아직 대학에 다니고 있지만, 암기에서 벗어나는 시험을 잘 보지 못했다. 내가 전공하는 과목이 일본어라 실용적인 부분에 맞춰져 있는 과목이 있기도 하지만, 대체로 모든 시험은 교수님이 말하는 내용을 그대로 복사해서 붙여넣기를 해야 하는 시험이다. 그래서 대학이 재미가 없다.

아마 많은 대학생이 공통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을까 싶다. 한국의 대학에서 중요한 것은 강의를 듣는 학생이 어떤 개성을 가졌는지가 아니다. 대꾸하지 않고 얼마나 강의를 잘 복사해서 나가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시험』 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현실에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그 한숨이 더 깊어진 것은 열린 교육을 하는 다른 나라의 교육 사례 또한 책에서 읽었기 때문이다. 책은 서울대와 미국의 미시간대에 다니는 학생들을 비교 분석하여 미시간대 학생들이 우리처럼 지식의 소비자로 그치는 게 아니라 어떻게 지식의 2차 생산자가 되는지 짧게 보여주었다.


책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미시간대는 단순히 기술만을 가진 인력이나 평범한 직장인이 아닌, 크게 생각하고 다르게 생각할 줄 아는 리더를 기르는 것을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학생들이 지식의 소비자에 그치지 않고 비판적이고 창의적으로 자신만의 고유하고 독특한 생각을 생산하도록 끊임없이 강조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책 속의 지식뿐 아니라 실제 경험 속에서의 살아 있는 지식도 중요하기 때문에 산학협동연구나 방학 중 인턴십을 장려하고 있고, 이러한 경험을 수업 중에 토론하도록 합니다. 기존과 다른 생각을 유도하기 위해 학문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접근하는 경향도 매우 강합니다.

이렇게 비판적.창의적으로 생각하는 인재를 키우는 것이 미시간대 교육 문화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 본문 166p

미시간대의 교육은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시험을 준비하라며 아이를 보채기 전에 ‘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지 어떤 공부를 할지 선택한 적이 있을까?’라는 질문은 한 번 정도는 해보아야 한다. 무조건 남이 가니까 옳다는 게 아니라 왜 가고, 어디에 가는지 알아야 한다.


이번에 읽은 EBS 교육대기획 다큐멘터리 『시험』이라는 책은 시험이 우리 사회를 어떻게 지배하고, 우리가 어떤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지 읽을 수 있었다. 앞에서 한 이야기 외에도 우리나라에서 수학 능력 시험과 함께 가장 치열한 시험 중 하나인 공무원 시험을 사례로 시험의 대표적인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시험을 일발 역전의 기회로 삼아 밤낮 계절 없이 공부하는 고시생들. 그리고 그 고시 공부에 점점 더 몰려드는 한국의 청춘 세대. 우리는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청춘들을 비판하기에 앞서 ‘왜 공무원이 아니면 답이 없는 세상이 되었을까?’는 질문을 해볼 수 있어야 한다.

출처: 교보문고

오늘 읽은 『시험』이라는 책은 그 질문을 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다. 우리 사회가 마주한 시험 문제를 읽는 것에서 나아가 앞으로 어떤 가치가 기준점이 되어야 할지도 읽을 수 있었다. 부디 다음 정권 때는 천천히라도 시험에 지배받는 사회에서 달라질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마지막으로 PISA의 창시자인 교육 전문가,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의 말을 남기고 싶다.

"핀란드와 비교하면, 성적 면에서 한국이 핀란드보다 앞서 있지만 핀란드는 창의성과 배움을 얻는 즐거움과 감정 측면에서 아주 뛰어났습니다. 한국의 지표 중에 가장 안타까웠던 점은 학교 생활의 만족도였습니다. 조사 대상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거든요.

만약 학생들이 계속 공부하기를 원한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호기심 많은 학생들을 남겨두어야 합니다. 흥미와 즐거움이 평생의 공부를 이끌어가죠.

한국은 학문 중심의 좋은 학교를 만들었지만, 학교 이후의 지속적인 학습에 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은 한국의 다음 세대에게 매우 중요한 일이 될 것입니다"

- 본문 265p

원문: 노지의 소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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