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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망있는 여자'라는 표현이 암시하는 안 좋은 의미

조회수 2017. 3. 12. 2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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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있건만 왜 여자에게만 "기가 세다"고 할까요?

※ 역자 주: 언어는 사람이 생각하는 과정을 크게 좌우합니다. 어떤 단어로, 어떤 문장으로 생각하는지는 결국 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나아가서 어떤 생각을 할 수 있는지 결정합니다. 최근에 개봉한 영화 컨택트의 원작 소설인 「당신 인생의 이야기(The Story of Your Life)」에서 작가 테드 창(Ted Chiang)은 언어의 이런 영향력에 본인의 상상력을 더해서, 주인공이 외계인의 언어를 배움으로써 인간의 언어로부터 해방되어 시간을 초월하는 인지력을 가지게 된다고 이야기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인간이 외계 언어를 배운다고 해도 미래를 볼 수는 없겠지만, 그만큼 언어가 사람의 사고를 제한할 수 있다는 것에 초점을 맞춘 것이겠지요.


영어로 여성을 표현할 때 “야망이 있다(ambitious)”고 하면 부정적인 의미가 느껴진다고 합니다. 보통 일을 열심히 하거나 활력이 넘쳐서 일반적인 여성보다 진취적이면 그 여성은 성격이 안 좋거나 공격적이라는 사회적 시선을 받게 되고, 이런 여성에게 야망이 있다고 주변에서 말하곤 한다네요. 한국어로 야망이 있다고 하면 이런 부정적은 뜻은 없지만 “기가 세다”라는 표현이 비슷한 느낌을 주는 것 같습니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은 남자든 여자든 있게 마련인데 왜 여자에게만 “자기주장이 강하다”라고 하지 않고 “기가 세다” 라고 할까요?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야망있는 여성” 표현이 주는 부정적인 느낌, 야망있는 여성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편견에 대항하는 ‘토리 버치(Tory Burch)’에 대한 지난 3월 1일 뉴욕타임스 기사 ‘When Did ‘Ambition’ Become a Dirty Word?’를 번역했습니다.


토리 버치는 “야망을 품어라(Embrace Ambition)” 캠페인을 통해 여성을 억압해온 단어를 되찾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토리 버치는 특별히 다급해 보이진 않습니다. 본인의 이름을 딴 패션 브랜드 “토리 버치”를 2004년에 설립하고 나서 얼마후 뉴욕타임스는 버치에 대한 기사를 냈습니다. 이 기사를 쓴 기자는 “만약 그녀가 절제(reserve)하는 모든 것을 병에 담을 수 있다면, 그 향수는 엄청난 향이 날 것이다” 라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본인의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지 않는 그녀가 지난 미국 대선에서 좌우대립이 심했던, 정치적으로 매우 예민한 주제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이례적인 일일 수도 있습니다.


“야망을 품어라(Embrace Ambition)” 캠페인은 2017년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부터 시작됩니다. 줄리안 무어, 멀린다 게이츠, 기네스 펠트로, 제이미 리 커티스, 애나 윈투어, 리스 위더스푼 등이 야망이라는 단어를 여성에게 되돌려 주기 위해 이 캠페인에 참여합니다. 위더스푼은 이야기합니다.

다른 더러운 단어도 많습니다. 하지만 야망은 그중 하나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팔찌와 티셔츠의 판매 수익은 전부 버치가 여성 기업가를 후원하기 위해 설립한 재단에 기부됩니다.

토리 버치의 캠페인에 출연한 제이미 리 커티스.

그런데도 그녀는 이 캠페인에 대해서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합니다. 그녀가 힐러리 클린턴을 위해 티셔츠를 제작하고 다른 민주당계 정치 인사들을 후원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녀는 이 캠페인이 정치적, 반 트럼프적으로 비치는 것을 경계했습니다. 그녀는 반복적으로, 오히려 사과하는 듯한 말투로, 이 캠페인을 통해 미국이 분열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통합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그녀는 “저도 공화당 친구들이 많지만, 그들 역시 본인의 딸들은 남자와 같은 권리를 가지길 원합니다.”라고 했습니다.


버치는 펜실베니아 벨리 포지에서 자랐습니다. 버치의 부모님은 일반적인 통념과는 거리가 있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열심히 하면 무엇이든 이루어 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그녀는 부모님에 대해 이렇게 회고했습니다. 그녀는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에서 패션 평론가로 활동하다 한 벤처 캐피털리스트와 결혼했습니다. 그의 도움으로 그녀는 사업에 도전했고 이때부터 그녀에 대한 편견은 시작되었습니다.


그녀는 혼란스러웠습니다. 평소에 버치는 자기 자신이 특별히 위협적이거나 공격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한편으로 그녀는 여직원들에게 “아마도” “그럴 것 같아요”와 같은 표현을 쓰지 말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가끔 그런 단어를 사용합니다.


그녀가 설립한 재단에서는 지금까지 2,500만 달러에 달하는 기부금이 여성 기업가들에게 전달 되었습니다. 이 지원금을 받은 많은 여성 기업가들은 버치가 받았던 성차별적 태도를 경험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녀들은 지나치게 갈망하고, 지나치게 권력을 추구하며, 지나치게 야망이 큰 사람이라고 평가받곤 했습니다. 버치는 “매우 해로운 이중잣대가 있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토리 버치의 캠페인에 출연한 줄리앤 무어.

마돈나는 최근 반 트럼프 시위에서 ‘페미니스트가 아닌 휴머니스트’라고 적혀 있는 티셔츠를 입었습니다. 이런 표현은 마치 페미니스트라는 단어가 이제는 부적절하거나 휴머니스트보다 의미하는 바가 조금 더 극단적인 것 같다는 느낌을 줍니다.


버치도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녀는 한때 자기 자신을 페미니스트라고 하기에는 너무 전통적인 여성적인 면이 강하지 않은가 생각하기도 했습니다. 더는 아닙니다. 그녀의 측근이 그녀가 ‘페미니스트가 아닌 휴머니스트’라는 표현을 옹호한다고 말해주었다고 했을 때 그녀는 기겁했습니다.

누가 그런 말을 했나요? 저는 페미니스트입니다.

원문: 뉴스페퍼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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