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대통령'의 18일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미국 정가는 혼돈의 도가니였다. 설령 트럼프를 지지하는 사람이라 해도 그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슬람 7개 국민의 입국을 불허하는 행정명령은 법원에 의해 즉각적으로 효력이 정지되었고, 법무장관 대행이 대놓고 항명하기도 했으며, 트럼프는 이를 ‘소위 판사라 불리는 자’ ‘배신’ 등의 모멸적인 언어로 격하했다.
그가 인선한 교육부 장관은 공교육에 전문성이 전혀 없는 인물로, 최초로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로 임명되었다는 전례를 남겼다. (100명으로 구성되는 미국 상원에서, 50:50으로 표가 갈릴 경우, 부통령이 캐스팅보트를 행사한다)
법무장관 제프 세션스는 53:47로 비교적 순탄하게(?) 인준되었으나, 인준 과정에서 민주당의 격한 반대에 부딪친 바 있으며, 인종차별주의자로 유명하다. 반 노동자 노동부 장관에 반 환경론자 환경보호청장 등 그 외의 면면도 화려하다.
이런 세태를 풍자하는 바인지, 트위터에는 ‘Alt-POTUS 45(대체-45대 미 대통령)’이라는 계정이 등장했다. 소갯말은 “저는 45대 미합중국 대통령입니다 #대안적 팩트”.
정치적 비판은 물론, 아마추어라기엔 아마추어에게 미안할 정도인 트럼프 정부의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노골적인 풍자가 가득하다. 아, 세상에서 가장 재미없는 정치인 중 한 명(이었던) 힐러리 클린턴에 대한 은근한 조롱도.
The First 18 Days With #AltPOTUS45, 트위터 모멘트
지난 1월 26일 트럼프의 백악관 대변인 숀 스파이서는 트위터에 ‘n9y25ah7’이라는 정체불명의 트윗을 남겼다. 이 트윗은 곧 삭제되었는데, 사람들은 이것이 어딘가의 비밀번호일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주류언론에 대해 적대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성 행진(Woman’s March)는 트럼프의 취임식에 즈음하여, 노골적인 성차별주의자인 트럼프에게 항의하는 뜻에서 열린 반대 시위이다. 당시 트럼프의 취임식 환영 인파에 비해 훨씬 많은 시위대가 참석했다. 이에 트럼프는 취임식 인원이 역대 최다 규모였고, 주류 언론은 모두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으며, 이 우스꽝스런 주장은 ‘대안 사실’이란 신조어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그는 별일 없이 지나가는 클린턴의 임기 초를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정권에서 일어난 어이없는 일들이 일어나지 않은 것만으로도 극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몇 번씩 엿 먹으란 소리를 듣는 푸틴이나, 허구헌날 간식을 실어나르는 남편 빌 클린턴의 모습, 맨스플레인 금지 행정명령에 서명하는 힐러리 클린턴의 모습 등이 또 하나의 소소한 웃음 포인트지만 생략.
클린턴은 참 지루한 정치인이다. 아마 대통령이 되어서도 그랬을 것이다. 혁명적이지도 않을 것이고 공약도 적잖이 어겼을 것이다. TPP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특히나 말이다. 공화당의 억지 주장에도 지루하게 협상을 이어갔을 것이고, 행정명령 서명에도 지루하게 법리적 검토를 거쳤을 것이다.
그는 아주 지루한 대통령이 되었을 것이다. 벽도 없고, 인종차별주의자 법무장관도 없고, 전문성 없는 교육부 장관도 없는 지루한 임기를 보냈을 것이다.
원문: YEINZ.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