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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경제발전, 과오가 있으나 폄하당할 일은 아닌

조회수 2017. 2. 23. 19:58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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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반성하고 개선해야 한다는 전제 하에 말이다.
출처: JTBC

얼마 전 비정상회담을 오래간만에 봤다. 그런데 전후 경제발전에 대해 프랑스는 ‘영광스러운 30년’, 이탈리아는 ‘이탈리아의 기적’이란 표현을 쓰며 과거 20세기 후반에 대해 고성장으로 인한 기회가 많았던 시기라고 좋게 평가하더라.


그러고 보니 예전 어학연수 시절 일본인 친구들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그들 역시 패전국이 되어 아무것도 없던 시절에 고도 압축 성장한 것에 대해 세계적으로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자랑스러워하더라. ‘라인강의 기적’이란 말이 독일에선 쓰이지 않는 표현이라 하지만, 독일 역시 그 경제적 성과에 상당히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이처럼 전후 경제발전을 이룬 나라들은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대부분 자국의 고도 압축성장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그것이 현재의 저성장 시기에 이르러 청년들의 박탈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당시 냉전 시기의 암울했던 정치 상황이나 체계적이지 않았던 노동법, 다 같이 나누어 먹을 파이가 부족했던 점을 고려해 본다면 쉽게 재단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그저,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어 살아남은 것이다

앞서 전후 경제성장을 이룬 여러 나라들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실상 전 세계적으로 따져보면 그렇게 경제발전을 짧은 시간에 이루어낸 나라는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다. 20세기 후반은 미소로 갈린 냉전시대였다. 사실 앞서 언급한 모든 나라의 공통점은 냉전시대 친미 성향을 가진 서유럽과 동북아시아 국가라는 데에 있다.


미국은 전후 ‘마셜 플랜’으로 대표되는 유럽 부흥계획으로 당시 백억 불 이상의 자금을 서유럽 동맹국에게 지원했다. 일본도 미국의 동아시아 원조전략이 없었다면, 혹은 한국도 미국을 비롯한 일본·독일·영국 등의 원조 및 차관이 없었다면 이렇게 짧은 시간에 인프라를 갖추고 중화학공업을 일으키지는 못했을 것이다.


물론 미국이나 여타 선진국들도 천사는 아니다 보니 냉전시대에 살아남을 전략으로 그러한 원조정책을 펼친 것이나, 사후적으로 보았을 때 그런 결과로 이어진다는 말이다.

출처: 국에 제공된 공적개발원조 규모추정 및 국제비교 김두얼/류상윤, 경제학연구(한국경제학회 학술지)

사실 한국과 같이 독재자가 존재하던 나라는 그 시절 수도 없이 많았고, 민관이 합작으로 중화학공업을 일으켜보고자 했던 시도도 종종 존재했다.


스페인의 프랑코는 1975년까지 무려 38년을 국가원수로 재임했다. 포르투갈의 올리베이라 살라자르는 1968년까지 37년을 총리로 독재를 했다. 동남아로 가보자면 인도네시아의 수하르토는 1998년까지 31년, 말레이시아의 마하티르는 2003년까지 23년을 홀로 총리를 지냈다.


물론 이 밖에도 그러한 나라는 더 존재하지만, 상기 나라들만 보더라도 인구나 역사·자원적인 측면에서 남한보다 특별히 뒤처지는 나라들은 아니다.


그리고 그들 나라에서도 자동차나 철강, 등 중공업 산업을 육성해보려는 시도는 존재했다. 하지만 실제로 현대차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을 세계시장에 내어놓지 못했다. 말레이시아의 자동차 메이커인 프로톤Proton (※ 말레이시아 최대 자동차 제조기업, Lotus의 모기업)의 경우는 관세 200%라는 어마어마한 혜택에도 불구하고 세계적인 메이커로 성장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는 과도한 자국 기업 혜택이 오히려 경쟁력을 상실시키게 만든 예로 종종 사용된다.

말레이시아의 자동차 회사 Proton

현대차 및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들이 과거 내수시장을 발판으로 성장해왔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작금의 시점에서, 과연 그 현대차가 얼마나 내수시장에서 자동차를 팔고, 삼성전자가 얼마나 내수시장에서 반도체나 휴대폰을 팔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현대차 글로벌 판매현황을 보면 2015년 기준으로 총 496만 대 중 내수는 71만 대, 해외는 425만 대이다. (※ 출처 : 현대자동차 CSR 홈페이지)


내수시장에서 과도한 이익을 남기고 수출을 한다는 논리는 수치적으로도 그다지 해당 사항 없는 일이 되어가고 있다는 말이다. 작금의 시점에서 보자면 그냥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어서 살아남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제발전, 과오가 있으나 폄하할 일은 아닌


한국의 과거 경제발전 시기를 돌아보면 분명 과오가 존재한다. 유신체제가 그러하고, 수많은 민주화 항쟁이 그러하다. 정경유착으로 인한 온갖 정치 비자금, 권력에 기댄 이권, 인권, 폭력, 독과점 횡포 등등 생각만 해도 부끄럽고 아찔했던 기억들이 우리에겐 존재한다.

1970년 최종 공정을 끝낸 경부고속도로

하지만 조금 더 넓게 보자면, 이러한 문제점들은 비단 한국에서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아시아 및 아프리카 개발도상국에는 존재하는 현상일 수 있다. 아울러 아무리 미국이나 서유럽 선진국이 투명하다 할지라도 그쪽 정치판을 들여다보면 지금까지도 유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호주에서는 보건부 장관이 골드코스트에 별장을 마련하여 납세자의 돈으로 빈번히 출장을 가서 휴가를 즐기다 해임된 건이 있다. 아울러 호주 정치인들은 명품 브랜드 패션쇼장에 참석하기 위해 몇백만 원의 비용을 들이다 비난받는 경우도 존재한다.


선진국이 되더라도 이러한 것은 끊임없이 발본색원해 나가야 하는 리스크 요인이다. 반성하고 개선해야 하지만, 그것으로 한국의 경제발전 자체를 무시하고 폄하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물론 상기 전문에 대한 생각은 각자 상이할 수 있음을 전제로 글을 올린다. 오늘도 달러 한 장 어떻게 더 벌어볼까, 나는 고민을 해본다.


원문 : 퀘벤하운의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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