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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벽은 언제부터 '흰색'이 된 걸까?

조회수 2017. 2. 5. 12: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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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의 흰 벽부터 큐레이터의 탄생까지, 의외로 긴 미술관 역사

미술관이나 갤러리에 가면 하얀 벽에 드문드문 그림과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이런 전시 방식을 우리는 당연하다고 느낍니다. 그런데 2014년에 개봉한 영화 <미스터 터너>를 보면 신기한 장면이 나옵니다.


영화 <미스터 터너>는 영국의 근대회화를 대표하는 화가인 터너를 주인공으로 담은 영화입니다. 영화 중간에 터너가 그림을 전시하는 장소에 방문한 장면을 보면, 그림이 벽 가득하게 붙어 있고 심지어 천장에도 그림이 붙어 있습니다.


서울시립미술관의 <전시의 미학>이라는 강의를 들으니 그 연유를 알 수 있었습니다. 19세기에는 이런 방식으로 미술품을 전시했다고 하네요. 벽이 보일 틈 없이 덕지덕지 다닥다닥 붙이는 방식이죠. 심지어 당시 프랑스의 유명한 미술 국전인 '살롱전'에서는 그림을 다 전시할 수 없어서 미술품을 잘라서 전시할 정도였다는 믿을 수 없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지금의 시선에서 보면 무척이나 생경하죠. 그런데 지금처럼 하얀 벽에 띄엄띄엄 그림이나 사진을 전시하는 방식은 얼마 되지 않은 전시 방식이라고 하네요.


그럼 언제부터 미술관이 '화이트 큐브'라는 이름을 듣게 되었는지, 현대의 시각 예술 전시 방식이 현재처럼 변했는지 설명하는 글을 소개합니다. 예술 정보 사이트인 Artsy에 기재된 「How the White Cube Came to Dominate the Art World」를 번역했습니다. 글 내용은 길지만 중요한 부분만 추려내어 소개합니다.



미술 전시 방식의 역사

1759년에 대영박물관이 만들어지고 1793년에 루브르 박물관이 개관했죠. 현재까지 이어지는 거대한 미술관과 박물관은 18세기경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입니다.


당시의 전시 방식은 현재와 달리 하나의 거대한 공간에 그림을 꽉 채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전시 방식은 관람객이 보다 작품을 쉽게 볼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예술가들뿐만 아니라 관람객도 좋아했죠.


1857년, 빅토리아 앨버트 박물관의 전신인 사우스 켄싱턴 박물관의 관람객 수는 연간 45만 6천 명에 달했습니다. 1870년대에는 연간 100만 명이 박물관을 방문했습니다. 이런 큰 인기에 미술관이나 박물관은 작품 수를 늘렸습니다. 사람과 작품이 한 공간에 가득하다 보니 혼잡도가 증가하고 불만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혼잡한 상황이 지속되자, 19세기 후반부터 편안하고 차분한 감상에 방해가 된다는 비판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런던 국립 미술관은 작품 전시 위치에 대한 실험을 시작합니다. 이전까지는 관람객이 높은 장소에 걸려 있는 미술품을 보기 위해서 고개를 들거나 낮은 위치의 작품을 보기 위해 쭈그려야 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미술 작품을 눈높이에 전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전시되는 작품의 수가 줄어들면서 작품으로 빼곡했던 벽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벽의 색이 중요해졌습니다. 국립 미술관은 기존 벽의 색인 녹색이 세련되지 못하다고 판단해서 멋지고 고급스러운 붉은 색으로 칠했습니다. 황금 액자와 붉은 벽이 세련되고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공간에 전시할 작품 수를 줄이는 것은 벽의 색상 이외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박물관이 세워진 초기에는 모든 미술작품이 벽을 장식해야 한다는 전제가 있었습니다. 따라서 미술작품은 벽 이외의 다른 곳에 둔다는 개념이 없었습니다. 전문 큐레이터가 없었기 때문에 '전시하는 그림'과 '전시하지 않는 보관 그림'이라는 개념이 없었던 거지요. 그래서 모든 미술품은 창고가 아닌 벽에다 다 걸어 버리곤 했습니다.

그러나 박물관과 미술관이 너무 붐비는 문제가 발생하자, 어떤 작품을 전시하고 어떤 작품을 작품 보관고에 넣을지 결정하는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나타납니다.


이는 유럽에서 발생한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후 미국도 비슷한 문제를 겪게 됩니다. 그래서 보스턴 미술관은 1909년 이전하면서 가치가 높은 작품만 전시를 하고 나머지는 지하 저장고에 저장하기 시작합니다. 또한, 사람들이 방문하는 전시 공간도 바닥부터 천장까지 빼곡하게 전시하는 것이 아니라 좌우 대칭되는 형태 혹은 최대 2열로 전시를 제한합니다.


이외에도 작품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한편, 독일에서도 미술관의 전시 방법이 개선되기 시작합니다. 나치 독일이 나라를 지배하던 1930년대에는 흰색이 순수한 색상이라면서 미술관의 표준 벽색으로 지정합니다. 2차 대전 이후에는 영국과 프랑스 미술관에서도 흰색으로 칠해진 벽을 수용하게 됩니다.


말하자면 지금의 '화이트 큐브'는 독일 나치가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이런 흰색 벽의 흐름은 미국으로 넘어와서 '화이트 큐브'가 정립되게 됩니다.

독일에서 건너온 흰색 벽은 뉴욕 현대 미술관(MoMA)과 하버드 대학 박물관의 '화이트 큐브' 전략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뉴욕 현대 미술관은 1936년 '큐비즘과 초상'이라는 전시를 통해서 최초로 '화이트 큐브'라는 전시 방식을 확립했습니다.


이들의 '화이트 큐브'는 천장과 벽을 흰색으로 칠하고 미술 작품을 라이트로 비추는 형태였습니다. 바닥에는 벗겨 낸 목판이 사용되었고, 작품의 수는 소량으로 줄였습니다. 벽 하나에 1개의 작품을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19세기 미술관들은 작품을 많이 전시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겨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대 미술의 메카인 뉴욕 현대 미술관이 확립한 방식, '화이트 큐브'의 흰 벽에 띄엄띄엄 작품을 전시하는 방식은 21세기인 오늘날까지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원문: 사진은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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