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가 온다는 문자 메시지에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택배가 온다는 문자 메시지에 퇴근 시간을 기다렸다. 엄마가 보내 주는 커다란 상자는 타향살이의 버팀목이다.
작은 어촌에서 자란 내가 도시로 올 수 있었던 건 엄마 덕이다. 지체 장애로 절뚝거리는 나를 어떻게 대학까지 보내느냐고 온 가족이 반대할 때도 엄마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나를 보살피느라 고생만 한 엄마를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공부밖에 없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얻어 도시에 정착했다.
그러는 동안 수없이 마음을 다쳤다. 뒤틀린 몸으로 이력서가 든 가방을 목에 건 나를 제대로 봐 주는 회사는 흔치 않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면 그 몸으로 왜 밖에 나왔느냐는 힐난에 눈물을 쏟았다.
그래도 어김없이 오는 엄마의 택배 덕에 포기하지 않았다.
상자에 담긴 엄마의 사랑이 다친 마음에 새살이 돋도록 해 주었다.
자취방에 도착하자 문 앞에 상자가 있었다. 한데 테이프가 너덜거려 내용물이 나와 있었다. 엄마에게 포장을 튼튼히 해 달라고 말해야겠다 마음먹었다.
명절에 고향 집에서 쉬는 동안 엄마가 내게 줄 상자를 쌌다. 한데 이미 끝낸 포장을 다시 뜯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두툼한 양말을 밀어 넣었다.
뜯고 다시 닫는 일은 몇 번이나 반복되었다. 치약, 속바지, 파스 등이 계속 추가되었다. 그제야 나는 상자 테이프가 너덜거리는 이유를 알았다.
상자는 한 번에 완성되지 않았다. 자꾸만 담을 것이 생기는 애끓는 자식 사랑 때문에.
나는 하려던 말을 삼키고 엄마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최고!”라고 외쳤다.
택배의 여왕이라는 말에 엄마는 빙그레 웃기만 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보미 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