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는 횡단보도에 멈췄고 주위는 캄캄했다. "여기가 어디예요?"

조회수 2020. 10. 14. 13: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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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는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어디 좀 들렀다 가도 될까요?

택시기사의 부탁

연이은 새벽 퇴근에 몹시 피곤했던 나는 택시를 타자마자 곯아떨어졌다. 그러다 택시 기사의 다급한 소리에 눈을 떴다. 


“손님, 손님!” 


나는 비몽사몽 일어나 택시비가 얼마인지 물었다. 기사가 말했다. 


“그게 아니라, 부탁이 있어서요.”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창밖을 봤다. 택시는 횡단보도에 멈췄고 주위는 캄캄했다. 


“여기가 어디예요?” 


기사는 난처한 얼굴로 답했다. 


“어디 좀 들렀다 가도 될까요? 급한 호출이 왔는데 오늘따라 다른 기사들이 아무도 안 받네요.” 


시계를 보니 새벽 네 시쯤이었다. 


주위를 살핀 나는 갑자기 무서워져 당장 내리겠다고 했다. 그때 호출기에서 직원 목소리가 들렸다. 


“○○ 마을 아저씨 댁 배차됐습니다.”


그제야 기사는 웃으며 말했다. 


“다행히 해결됐네요.” 


자초지종은 이랬다. 어느 마을에 아내를 유방암으로 떠나보내고 딸과 둘이 사는 아저씨가 있었다. 한데 딸이 꼭 이 시간이면 가슴이 아프다고 해 급히 택시를 부르는 일이 종종 있단다. 


“안쓰러워서 그 아저씨가 호출하면 가능한 한 빨리 가 주려고 해요.”


그 이야기를 듣자 오해했던 게 미안했다. 


‘예민하게 굴지 말걸.’ 


후회하는 동안 집 앞에 도착했다. 


“아깐 많이 놀랐죠?” 


나는 멋쩍게 웃으며 대답했다. 


“그 아저씨는 좋겠어요. 기사님이 이렇게 생각해 주시니.”


“가까운 데 있어도 귀찮아서 호출 안 받는 기사가 많지만, 나까지 그럴 필요는 없잖아요.” 


진솔한 대답이 인상 깊었다. 우린 아저씨와 딸이 건강하기를 바라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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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경기도 고양시에서 이시우 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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