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항암 치료 중이던 엄마한텐 차마 말할 수 없었다

조회수 2019. 6. 14.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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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꽃바구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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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꽃 한 송이 선물한 적 없던 아버지가 꽃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친구들과 지하철을 탔는데 우연히 아버지와 마주친 것이었다. 아버지는 당황해 손에 든 걸 놓칠 뻔했다. 꽃은 사치라고 여기던 아버지라 참 의외였다. 친구들은 로맨틱하다며 야단이었다. 


꽃 사이로 “사랑하는 선영 씨! 생일 축하해요.”라는 메모가 보였다. 친구들이 부러워할수록 눈시울은 점점 뜨거워졌다. 선영 씨는 엄마가 아니라고 얘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날 밤, 퇴근하는 아버지를 골목에서 기다렸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 아버지는 어떤 변명도 하지 않았다. 당시 항암 치료 중이던 엄마한텐 차마 말할 수 없었다. 


한 달쯤 지났을까? 아버지가 화장실에 간 사이 문자 메시지 수신음이 울렸다. 선영 씨인가 싶어 손이 벌벌 떨렸다. “지하철 퀵서비스입니다. 내일 여섯 시 교대역으로 꽃 배달 가능하시면 답장 바랍니다.” 


비로소 꽃바구니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아버지가 명예퇴직 사실을 숨긴 채 가족 몰래 아르바이트를 했던 것이다. 힘이 되지는 못할망정 오해하고 미워했으니 미안함에 눈물이 쏟아졌다. 


마 제사를 마치고 아버지에게 농담을 건넸다. “엄마 꽃이 선영 씨 꽃보다 작은 거 아니에요? 그때 보니 꽃바구니가 무거워 휘청하던데. 이제 아르바이트 그만하세요.” 아버지는 웃으면서 가장의 무게가 실려 그랬을 거라며, 지금은 받는 이들의 꽃보다 아름다운 표정 때문에 그만둘 수 없다고 했다. 


“봐라! 너희 엄마도 꽃 받고 좋아서 저렇게 웃고 있지 않니?” 아버지의 꽃바구니를 바라보는 영정 사진 속 엄마가 환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조명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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