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 아기는 엄마 손을 놓고 강아지 곁으로 아장아장 걸어갔다

조회수 2019. 6. 7.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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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가 들고 있던 부채를 강아지 앞에서 흔드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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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 연일 뜨거운 날씨에 몸도 마음도 지쳐 공원에 갔다. 한데 사람들이 작은 그늘이라도 발견하면 서로 차지하겠다고 다투는 게 아닌가. 심신을 달래고자 찾은 데서 그런 광경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자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향했다. 산책로 옆엔 풀꽃이 아기자기하게 피었고, 잠시 쉴 수 있는 나무 의자도 있었다. 의자에 앉으려는데 예쁜 풍경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한 아주머니가 강아지를 데리고 의자에 앉아 쉬고 있었다. 마침 근처에서 엄마 손을 잡고 걷던 아기가 강아지를 보았다. 순간 아기는 엄마 손을 놓고 강아지 곁으로 아장아장 걸어갔다.


“강아지 귀엽지?” 아주머니는 강아지를 들어 올려 아기에게 보여 주었다.  강아지는 더운지 연신 혀를 빼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아기가 들고 있던 부채를 강아지 앞에서 흔드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아주머니와 아기 엄마는 물론, 나도 웃음이 나왔다. 아기의 순수함이 어른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준 것이었다. 


신이 겨울을 준 것은 가까이서 서로 온기를 나누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신이 여름을 준 것은 배려와 인내를 배우게 하려는 게 아닐까.


하늘을 닮은 순수한 아기는 이미 그 이치를 다 아는 듯한데, 정작 어른들은 그렇지 못한 것만 같아 부끄럽다. 지난여름의 아름다운 풍경이 아직도 떠오른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창헌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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