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단번에 엄마를 알아보았다

조회수 2019. 6. 5.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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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말없이 엄마 손을 잡았다.

훈련소 수료식 날, 마음은 외로웠지만 덤덤하려 애썼다. 나를 찾아올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유일한 희망은 엄마였지만 보이지 않았다. 


수료식이 시작되자 모두 이등병 약장을 손에 쥔 채 “부모님 사랑합니다!”를 외쳤다. 많은 부모님이 연병장으로 걸어와 아들을 껴안고, 가슴에 약장을 붙여 줬다.


나는 홀로 서서 누군가 다가와 주길 간절히 기다렸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옆에있던 동기 부모님이 “어머니 못 오셨니?” 하며 가슴에 약장을 붙여 줬다. 그때만큼 서러웠던 적이 없었다.


잠시 뒤, 군악대의 연주에 맞춰 지금껏 연습한 대로 한 걸음씩 행진했다. 그때 멀리서 낯익은 여인이 보였다. 추운 겨울에도 땀을비 오듯 흘리며 언덕길을 걸어오는 여인. 나는 단번에 엄마를 알아보았다.


눈물이 앞을 가려 연습했던 걸음을 틀리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려 했지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엄마가 원망스러웠다. 조금만 빨리 왔다면 좋았을 텐데.


행진이 끝나자마자 나는 엄마에게 달려갔다. 엄마는 우는 나를 보고 “얘야. 왜 울어?” 라며 같이 눈물 흘렸다. 내 생애 가장 행복하고 또 슬픈 날이었다.


돈 아낀다고 아픈 몸으로 새벽부터 기차에 올라타 택시 한 번 타지 않고 이곳까지왔을 모습이 선했다. 난 말없이 엄마 손을 잡았다. 손은 사포처럼 거칠었다. 왜 진즉 몰랐을까.


어떤 인터뷰에서 한 청년이 말했다.

“엄마가 시각 장애인이라서 좋은 점이 있어요.”

“뭔데요?”

“다 큰 청년이 엄마와 손잡고 다녀도 주위시선을 의식하지 않아도 돼요.”


그제야 그의 말이 뼈저리게 와 닿았다. 나는 엄마 손을 꼭 잡고 위병소까지 걸었다. 그날 엄마의 얼굴은 누구보다 행복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한윤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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