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집값이 턱없이 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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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상관없는 줄로만 알았던 전세 대란을 체감하게 되었다. 집주인은 내게 전세금을 더 내지 않으면 집을 비워 달라고 통보했다. 더 넓은 집에 살고 싶어 선뜻 옮기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공인중개사는 “요즘 집값이 턱없이 올랐어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봉구 쌍문동에 터를 잡았다. 마당 있는 집이라 햇살을 느낄 수 있고, 화초에 물주며 대화도 나눌 수 있어 좋았다. 그런데 생각지 못한 문제로 골머리를 앓게 됐다.
앞집 마당에 우뚝 선 감나무 한 그루 때문이었다. 집 앞 골목은 물론 담장 안까지 나뭇잎이 날아들어 매번 번거롭게 쓸어내야 했다. 게다가 덜 익은 감이 떨어지기라도 하면 사람들이 밟고 지나가는 통에 골목 안이 지저분해졌다.
부아가 나서 발길에 치이는 감을 그 집 담벼락으로 슬쩍 던져 넣기도 하고, 마당을 쓸면서 잎사귀들을 그쪽 문턱으로 살포시 밀어 두기도 했다. 그렇게 툴툴대다가도 ‘왜 이리 민감하니?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닌데…….’ 하며 마음을 다스렸다.
가을 끝자락의 어느 날,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 보니 앞집 아주머니였다. 아주머니는 감을 한 아름 안고 서 있었다. 놀란 마음에 잠시 멈칫하다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감을 받아 들었다.
‘서로 인사도 없었는데 이렇게 큰 감을 나눠 주다니…….’ 그동안 속 좁게 굴었던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감은 정말 달고 사각거렸다. 서울에는 인심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그날 저녁 우리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맛난 단감을 먹었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김용훈 님의 사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