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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조회수 2019. 4. 11.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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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끼 고양이를 넣은 상자를 마당에 놓고 어미를 기다렸으나 측은함만 더했다.

집에 오는 길, 문득 걸음을 멈췄다. '길 고양이 급식소'라고 쓰인 쪽지 때문이었다. 둥근 통에는 먹이가 든 작은 봉지가 수북했다. 그리고 “하루 한 개씩만 가져갈 수 있습니다. 뚜껑을 덮어 주세요.”라고 적혀 있었다. 


지난가을, 뒷다리를 저는 고양이가 우리 집 담 위를 왔다 갔다 했다. 며칠 뒤, 지붕에서 새끼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두 마리 중 한 마리만 살아 있었다. 몸이 불편한 어미가 여러 집 중 유독 우리 집에 새끼를 맡긴 것이 고마웠다. 


조심스레 안아 우유병을 대 주니 빨지 못했다. 물도 매한가지였다. 새끼 고양이를 넣은 상자를 마당에 놓고 어미를 기다렸으나 측은함만 더했다. 


그러더니 어느 날부턴 우유 먹는 시늉을 하고, 한 달 후에는 사료도 먹었다. 어미를 빼닮은 흑갈색 '세모'는 새 가족이 되었다.


이젠 마당을 달리며 이 나무 저 나무를 잘도 옮겨 다닌다. 못살게 구는 손주들 눈치를 보면서도 금방 함께 뒹굴고 장난친다. 그럴 때면 배 속에서 물 끓는 소리가 나 걱정했더니 기분 좋다는 신호란다.  


세모의 날카로운 영구치에 내 손등은 늘 상처투성이다. 신문을 물어뜯고 커피를 쏟기도 한다. “그만!” 하고 소리치지만 그때뿐이다.


영국에서는 50퍼센트 이상의 가정에 반려동물이 있다고 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동물과 함께하면 혈압이 낮아지고, 스트레스도 줄어 안정감을 느낀 다는 사실이 증명됐다. 나도 세모와 있으면 마음이 촉촉해지고 매사 너그러워진다.


스산한 거리를 따뜻하게 하는 '길 고양이 급식소'의 주인은 동물을 진정 사랑하는 착한 이웃이지 않을까?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노청한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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