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순진한 남자가 차를 마시자고 하는 것이었다

조회수 2019. 4. 9. 09: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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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나는 기차에서 인생의 보배를 만났다.

스무 살 되던 해 기차를 타고 고향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막 역을 나오는데 어떤 사람이 “차 한잔하실래요?” 하고 물었다. “그러죠!” 서슴없이 대답한 이유는 기차에서 건너편 자리에 앉았던 또래 청년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마주 앉은 할머니가 자기 다리 사이로 발을 쭉 뻗고 잠든 바람에 다섯 시간 내내 꼼짝 못하고 쩔쩔맸다. 다리를 조금만 옮겨 달라고 할만한데 그는 끝까지 한마디도 못했다.


그 순진한 남자가 차를 마시자고 하는 것이었다. 스물한 살인 그는 입대를 한 달 앞두고 친구를 만나고 오는 길이었다. 기차에서 친구들과 재미있게 말하는 내 모습에 호감이 생겼단다.


나는 '이렇게 어리숙한 남자가 군대 가서 얼마나 고생할까?' 하는 동정심이 발동해 한 달 동안 만나 주고 위문편지도 쓰겠다고 했다. 


이후 그가 제대하고 해외에 나갔다 오는 7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고 결국 부부가 되었다. 


그때 앞자리 앉은 할머니한테 왜 아무 말도 못 했느냐고 물어보니 자기가 좀 불편해도 당연히 배려해야지 무슨 소리냐며 반색하는 남편. 그날 나는 기차에서 인생의 보배를 만났다.


_월간 《좋은생각》에 실린 이덕순 님의 사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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